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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사진
이철재 중앙일보 국방부 출입기자

이스라엘 11년 전 시리아核 비밀공습 작전…'코피'의 원형?

[이철재의 밀담] 11년 전 '상자 밖'이 '코피 작전'의 원형?
 
 
은밀했지만, 단호했다.
 
'상자 밖 작전'에 투입된 이스라엘 공군의 F-16 전투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상자 밖 작전'에 투입된 이스라엘 공군의 F-16 전투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이스라엘 방위군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 21일 공개한 ‘상자 밖(Outside the Box) 작전’에 대한 평가다. 이 작전은 2007년 9월 5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이튿날 새벽 2시 30분까지 이스라엘 공군의 F-16 4대와  F-15 4대 등 8대의 전투기가 시리아의 비밀 핵 시설을 은밀히 공습한 것을 가리킨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당시 사실을 인정하진 않았다. 국제사회는 짐작만 했을 뿐인데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작전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작전명과 관련 영상, 사진을 공개했다.
 
11년 만에 공개된 이스라엘의 비밀 공습 작전
 
이스라엘이 타격한 핵 시설은 시리아가 북한의 지원을 받아 유프라테스 강변의 알키바(Al Kibar)라는 외딴 지역에서 건설한 원자로였다. 공습 당시 가동을 앞둔 상태였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술책을 썼다. 평범한 공장으로 위장한 뒤 펜스와 경비원을 두지도 않았다. 근처엔 방공망도 없었다.
 
'상자 밖 작전' 이전 시리아 알키바 원자로.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상자 밖 작전' 이전 시리아 알키바 원자로.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작전 성공의 비결은 두 가지였다. 정확한 정보와 과감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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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의 시작은 2003년이었다. 리비아가 미국·영국과의 합의에 따라 핵 프로그램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충격에 빠졌다. 리비아의 핵이나 핵폐기 협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후 철저한 반성이 따랐고 주변국의 핵 무장 가능성에 대한 꼼꼼한 조사에 들어갔다. 그래서 발견한 게 알키바 원자로였다.
 
2007년 3월 시리아 원자력에너지 위원회의 수장인 이브라힘 오트만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했다. 이스라엘 공작원은 오트만의 호텔 방에서 침입한 뒤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동안 컴퓨터를 뒤져 모든 정보를 빼갔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상자 밖 작전'이 계획됐다. 이스라엘은 이미 1981년 6월 7일 당시 이라크가 오시라크에서 짓던 원자로를 타격한 ‘바빌론 작전’을 성공한 경험이 있었다.
 

'상자 밖 작전' 이후 시리아 알키바 원자로.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상자 밖 작전' 이후 시리아 알키바 원자로.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이스라엘 전자전(電子戰)기가 먼저 시리아의 방공망을 마비시켰다. F-15 4대는 정밀유도폭탄을 실었고, F-16 4대는 공격기를 엄호했다. 8대의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초저공으로 날았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내용은 아니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당시 알키바 원자로 근처에서 이스라엘 특공대가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작동했다. F-15가 떨어뜨린 정밀유도폭탄은 레이저 표적지시기가 지정한 알키바 원자로를 정확히 때렸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공습 사실에 대해 침묵
 
시리아는 자국의 1급 비밀시설이 공격을 받았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공습을 문제삼고 나설 경우 오히려 자신들이 북한의 도움을 받아 핵개발을 시도한 게 드러나 더 난처해진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공격한 이스라엘도 시치미를 뗐다. 양측의 침묵 속에 국제사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이후 주로 미국 언론을 통해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핵 시설을 파괴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스라엘 공군이 투하한 정밀유도폭탄이 시리아 알키바 원자로를 타격하는 순간.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이스라엘 공군이 투하한 정밀유도폭탄이 시리아 알키바 원자로를 타격하는 순간.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이스라엘 정부는 11년이 지나서 시리아 공습 작전 내역을 공개한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다만 시리아의 동맹국인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것을 우려해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인 가디 아이젠코트 중장은 “2007년 원자로 공습의 메시지는 이스라엘은 자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시설이 건설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우리의 메시지는 2007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가까운 장래와 먼 미래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상자 밖 작전'의 내용과 결과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에서 당시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에 핵 시설 공습을 요청했으나 거절하자 이스라엘군 스스로 공습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상자 밖 작전'이 미국의 ‘코피(Bloody Nose) 작전’의 모티브를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피 작전’은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을 제한적으로 폭격하는 군사옵션이다. 미국에선 ‘코피 작전’을 실행하더라도 북한이 한국을 향해 군사대응을 시도하지 못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상자 밖 작전'을 실행학 위해 출격에 나서는 이스라엘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들.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상자 밖 작전'을 실행학 위해 출격에 나서는 이스라엘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들.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은 채 북한에 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그런 대응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피 작전’을 포함한 군사옵션을 가다듬었고, 지난달 말 하와이에서 비밀리에 도상연습(tabletop exercise)까지 마쳤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김형철 전 공사교장(예비역 공군 중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긴밀한 관계를 보면 ‘코피 작전’의 원형이 ‘상자 밖 작전’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두 작전은 상황이 아주 다르다”고 말했다.
 
'상자 밖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귀한한 이스라엘 전투기 조종사들이 서로를 껴안으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상자 밖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귀한한 이스라엘 전투기 조종사들이 서로를 껴안으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 방위군]

 

“상자 밖 작전과 코피 작전은 달라”
 
김 전 교장은 우선 "시리아의 알키바 원자로는 시리아가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시리아로선 피습에 대해 모른 척 할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며 "반면 북한의 핵 시설은 일부가 이미 외부에 공개가 돼 공습 사실을 감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알키바 원자로는 가동 전이었지만 북한 핵시설은 가동 중이어서 타격 후 방사성 물질이 확산될 우려가 있고 ▶시리아 핵 시설은 알키바 원자로 하나였지만 북한 핵 시설은 여럿이며 ▶시리아와 달리 북한은 핵 시설을 공격해도 이미 제작한 핵무기는 없애기 힘들다는 것도 양자의 차이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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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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