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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은 약 아냐, 비타민 미네랄도 과하면 탈

기자
이태호 사진 이태호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3)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편집자 주>
 
웰빙 열풍으로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이 넘쳐난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 건강정보가 매스컴을 도배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조차 어제는 좋다 하다가 오늘은 나쁘다는 세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건강을 위한 노력을 탓할 일은 아니지마는 자칫 거짓 정보의 유혹에 빠져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라 문제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망. [자료출처 = 건강신문]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망. [자료출처 = 건강신문]

 
건강식품이란 무엇인가, 딱히 설명할 재간이 없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설탕도 밀가루도, 소고기도 건강식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건강식품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는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식품이나 식물성분을 추출하거나 농축해 드링크, 분말, 정제, 캡슐로 만든 것쯤으로 해석된다. 즉 식품과 약품의 중간쯤에 자리하는 것으로서 우리 몸에 어떤 생리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건강식품은 대개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건강식품 분류
1. 누가 보아도 식품에 해당하는 것 : 녹차, 둥굴레 등의 차 종류, 벌꿀, 청국장, 특정 채소 등이 이에 속한다.
 
2. 식품이지만 성분을 강화한 제품 : 주스, 특정 과자, 인체에 유용하다고 알려진 성분을 첨가한 식품, 즉 아미노산·비타민 등으로 영양성분을 강화한 종류를 말한다.  
 
3. 의약품 유사식품 : 건강식품들 대부분이 여기에 속하며 가장 종류가 많고 호응도가 높다.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으로 분류되며 평상시 신체의 활동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공급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몸에 좋은 식품은 없다, 단지 필요할 뿐
고시형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재평가 원칙. [자료출처 = 보건복지부, 대한의학회]

고시형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재평가 원칙. [자료출처 = 보건복지부, 대한의학회]

 
결론부터 말하자. 몸에 좋은 식품이란 없다. 식품은 약이 아니다. 풍요시대에 당신이 일상 먹고 있는 식품이 다 건강식품이다. 식품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 몸에 좋으라고 먹는 게 아니다. 모자라는 사람한테는 좋고 넘치는 사람에게는 나쁜 게 식품이다. 몸에 좋다 하니 많이 먹을수록 좋을 것으로 착각한다.
 
그 좋아하는 비타민과 미네랄도 과하면 병이 된다. 혹시 비타민을 일상으로 먹고 있지 않나? 부족해서 먹나? 아니면 환자인가? 미안하게도 지금 같은 포식의 시대에 환자가 아니라면 모자라는 영양소는 없다. 주위에 괴혈병이 있고 곱사등이 병이 있고 야맹증이 있나?
 
건강식품은 식품위생법, 의약품은 약사법으로 규제한다. 건강식품은 의약품으로서의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선전해서도 안 된다.
 
의약품은 임상 성적을 제출해 관계기관의 허가를 득한 것이고, 건강식품은 이런 절차가 필요 없이 제품등록만 한 것이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건강식품의 대부분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보통 과대 허위선전에 가까운 황당한 것들이다.
 
식물 속의 물질을 ‘파이토케미칼’이라 하고, 필수지방산을 리놀렌산 혹은 오메가 지방산으로 부르며, 비타민 E를 토코페롤이라고 하면서 뭐가 신비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장난을 일삼지만 실은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식품에 충분히 들어있다. 환자가 아니라면.
 
 
건강보조식품의 매출고. [자료출처 = 2014년 식약처 조사]

건강보조식품의 매출고. [자료출처 = 2014년 식약처 조사]

 
건강식품에는 동의보감의 황당한 효능을 들먹이며 국내에서 자생한 것도 있지만, 대개는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다. 규제가 심할 것 같은 미국이 실은 건강식품 천국이다. 미국에는 한때 현대 의학에 식상해 대체의학의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우리처럼 자연치유라는 게 인기가 있을 시기에 정치인들이 이에 편승해 부작용을 알면서도 법적으로 완화하는 절차를 밟은 게 화근이 됐다. 
 
1994년 의회는 '보조식품 교육법'을 통과시켜 건강식품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관할품목에서 제외했다. 등록하기만 하면 의약품이 아닌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과학적인 검증절차 없이도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거다.
 
관계부처는 건강에 의심이 가는 품목이 있어도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만 내릴 수 있을 뿐 이를 규제하지 못한다. 규제를 위해서는 인체에 해롭다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건강식품 천국
미국 같은 대국이, 식품에 대한 규제가 철저할 것 같은 미국이 건강에 좋다는데, 늘 이를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던 우리가 어찌 신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식품과 의약품에서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듯이 보이는 FDA가 인정(?)하고 묵인하는데 말이다. 
 
 
미국 마트에는 건강식품 판매대가 따로 있다. [사진 이태호]

미국 마트에는 건강식품 판매대가 따로 있다. [사진 이태호]

 
미국의 백화점이나 쇼핑몰에는 건강식품 판매대가 따로 있다. 미국에 살아보고 명색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필자가 보기에도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조잡한 물건이 넘쳐난다. 이들이 여지없이 시차를 두고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상륙한다. 종편과 쇼닥터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선전을 해대고, 홈쇼핑은 여기에 빌붙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바야흐로 건강식품 열풍이다. 먹고살기가 편해졌으니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하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다. 정보가 넘치고 수명이 길어지니 몸에 좋다는 엉터리 정보에 현혹되어 효과도 없는 것에 손을 대고 다투어 구매에 참여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건강식품이 부침을 거듭했다. 일정 기간 유행하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효과가 있으면 왜 유행을 탔겠나. 그럴듯한 사이비 과학으로 포장해서는 바짝 감언이설로 속여 먹다가 소비자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먹고 튀어 버렸다. 이에는 사이비 전문가(?)가 동원된다. 그들 중에는 소리(小利)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파는 이도 있다.
 
요즈음 종편방송(공중파도)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 엉터리 출연진이 시청자를 우롱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난장판에 거간 노릇을 하고 있다. 불량지식을 전파하는 부류는 대개 얼핏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전공도 아니면서 배운 적도, 공부한 적도 없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으로 급조해 익히고는 아는 척하는 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출연자의 대부분이 박사고 의사고 교수니까 권위자처럼 보이는가. 물론 제한된 분야에서는 그럴 테지만 모든 분야에 막힘이 없을 정도는 아닐 텐데도 말이다. 그런데 TV의 패널로만 출연하면 왜 모르는 게 없어지는지 모르겠다. 권위(?)에 편승하여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는 데에는 참 배짱도 좋고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종편에 붙박이로 출연하는 의사, 한의사, 전문가의 일부(대부분)가 관련 제품과 관계되어 잇속을 챙긴다는 데 있다. 자주 홈쇼핑이 종편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다. 이들은 양심도 영혼도 없다. 돈 냄새를 맡은 부나방의 생리를 닮았다. 신념에 찬 듯 허위선전에 거품을 무는 걸 보면 단순무식하거나 돈을 위해 양심을 팔거나 둘 중 하나다. 쇼닥터란 신조어가 괜히 생겼겠나.
 
다음으로 책임 있는 곳이 언론 매체다. 사회에 영향력 있고 힘센 권력 중 하나가 방송과 언론 아닌가. 허위나 왜곡보도도 매스컴을 타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요즘 종편이 심지어 정규방송마저도 엉터리방송에 경쟁적이다. 왜곡방송을 하는 데는 방송국의 제작진 책임도 크다.
 
편성에 주도적 역할을 해는 PD나 작가도 대개는 이에 문외한이다.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프로를 제작하겠지만, 제작 주체가 전문성이 없으니 전문가의 선정부터가 문제가 된다. 만날 나오는 그 얼굴에 그 얼굴이다. 분야나 주제가 달라지면 전문가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요즘 방송국은 공익이 아니라 시청률에 목을 맨다. 자극적이고 인기 영합적으로 제작하다 보니 막장이 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방송국의 태도, 패널의 무책임한 발언에 "본 방송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다"는 면피성 자막을 내보내면 그만이다. 백성을 호구로 알고 허위정보를 전파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도 아니면 말고라고?
 
이제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지경에 왔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 사기성을. 방송마다 관계분야 전문가가 나서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쇼닥터들의 엉터리 발언을 실명으로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시청자 게시판에라도 올려 무책임함을 따지는 운동 같은 것 말이다. 전문가의 동참이 절실하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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