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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만에 단돈 15만원으로 에스토니아 시민이 됐다

30분 만에 에스토니아 시민 되기…'e-레지던시' 발급해보니
 
캐나다 출신 소헤일라 얄파니는 스타트업 전문 컨설턴트입니다. 세계 각지의 비즈니스·여행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운영하죠. 사업 영역이 워낙 넓다 보니 통합적으로 관리할 거점을 물색했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에스토니아였답니다. 그는 이레지던시(e-Residency)를 발급받아 이곳에서 회사를 열었죠. 그는 “내가 에스토니아에 머물지 않아도 은행·세금 업무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유럽연합(EU)에 속해있다는 것 역시 큰 이점”이라고 말합니다.
 
눈 덮인 탈린 구시가지 전경. 중세 시대 모습을 잘 보존한 이 구시가지 외곽에선 디지털 혁명이 진행 중이다. 에스토니아는 올해 1인당 GDP 2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장원석 기자]

눈 덮인 탈린 구시가지 전경. 중세 시대 모습을 잘 보존한 이 구시가지 외곽에선 디지털 혁명이 진행 중이다. 에스토니아는 올해 1인당 GDP 2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장원석 기자]

 
엘라 로마노스는 영국의 한 게임회사 이사입니다. 이 회사의 비디오 게임은 유럽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죠. 그는 2016년 6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투표 이후 이레지던시를 발급받았습니다. 브렉시트가 혹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대비한 거라네요. 로마노스 이사는 “이레지던시에 가입하는 건 매우 쉽고, 창업 절차 역시 간단하다”며 “언제 사용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더라도 일단 가입해둘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레지던시는 에스토니아 정부가 발행하는 전자시민권입니다. 인구가 130만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나라는 전 세계인이 에스토니아를 찾아주길 원하죠. 그래서 2014년 국경의 벽을 과감히 허무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단 100유로(약 13만원)만 내면 누구나 에스토니아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 시민권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창업할 수 있고, 에스토니아에 머물지 않아도 정부가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은행 업무나 온라인 결제도 가능합니다. 꼭 현지에 사무실을 차리거나 현지 관리자를 둘 필요가 없습니다. EU 내 기업 금융이나 결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 사업 영역을 EU 내 다른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 역시 가능하죠. 이익을 재투자하면 법인세도 받지 않습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Focus on your passion, not paperwork(서류 작업이 아닌 당신의 열정에 집중하라)’라는 구호를 앞세워 전 세계 창업자를 공격적으로 흡수하고 있습니다. 만 3년밖에 안 됐지만 전 세계 154개국, 3만3438명이 이레지던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약 6분의 1인 5033명이 에스토니아에 실제로 법인을 세웠죠.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레지던시 카드는 각국 에스토니아 대사관에서만 발급됐습니다, 한국엔 에스토니아 대사관이 없어 이걸 받으려면 한국 대사 업무를 겸임하는 일본으로 가야 했죠. 그러나 올 1월 서울에 별도의 발급센터가 생겨 이런 불편을 덜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이레지던시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약 230명. 대사 관계가 없는 나라 중엔 가장 많다네요. 저도 그중 한 명이 돼 보기로 했습니다. 
 
 
준비물은 여권과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 여권 사본(파일), 증명사진(파일)입니다. 첫 단계로 홈페이지(https://apply.gov.ee)에 접속합니다. 
 
 
두 번째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데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국가만 입력하면 됩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주소를 입력합니다. 네이버의 주소 영문 변환기를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이메일과 전화번호도 입력하는데 010에서 앞자리 0을 빼는 건 센스. 맨 아래 ‘수령장소(Pick-up location)’를 묻는 말엔 서울(Seoul)을 고르면 됩니다.
 
 
그다음은 여권정보를 입력할 차례입니다. 여권번호와 발행기관, 유효기간을 순서대로 입력하는데 발행기관은 외교부 영문명(Minister of Foreign Affairs)을 쓰면 됩니다. 그런 다음, 여권 사본 파일과 증명사진 파일을 첨부합니다. 단 이때 파일의 크기가 1.3MB 이내여야 한다네요.
 
 
이레지던시를 발급하는 이유를 묻는 말엔 ‘Fan of e-Residency’를 골랐습니다. 문법이 엉망이지만 구체적인 이유도 영어로 간단히 기재합니다. 정보의 정확성, 최종 의사 등을 묻는 말에 체크하면 결제창으로 넘어갑니다.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의 공식 발급 수수료는 100유로. 카드 수수료를 포함해 101.99유로를 결제하라네요.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이름 등을 입력합니다.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뜨면 모든 절차가 완료됐다는 의미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저 같은 까막눈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실물 카드를 수령하기까진 한 달가량 걸린다는군요. 그 사이 2번에 걸쳐 안내 메일이 왔는데 처음은 현지 정보 당국의 검증을 통과했다는 내용, 두 번째는 카드가 발급돼 한국으로 발송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진짜 약 한 달 만인 3월 20일 수령하러 오라는 이메일이 왔습니다.
 
 
드디어 영접한 이레지던스 실물입니다. 귀티 나는 검은색 키트 속엔 이레지던시 카드와 연결용 USB, 비밀번호가 포함된 서류 한장이 들어 있습니다. 발급 대행 수수료 3만7400원을 내고, 지문 인식까지 마치니 마침내 제 손으로 넘어왔습니다.
 
 
카드만 확대하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카드를 연결용 USB에 넣고 컴퓨터에 꽂으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창업이나 계좌 개설도 간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유의사항은 없지만, 비밀번호가 포함된 서류를 잃어버리면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다는군요. 
 
 
이렇게 저는 에스토니아 시민이 됐습니다. 물론 아직 창업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준비는 됐는데 사업 아이템이 없네요! 창업 안내와 정보는 홈페이지(https://e-resident.gov.ee/start-a-company)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단돈 15만원에 다른 나라 시민이 돼보는 경험 어떨까요?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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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