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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용역 막 끝낸 사람도…'거수기 사외이사' 논란 여전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에는 건물 5층과 11층, 17층에 5~6개 층을 비워내고 녹지를 조성한 옥상정원 ‘루프 가든’이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에는 건물 5층과 11층, 17층에 5~6개 층을 비워내고 녹지를 조성한 옥상정원 ‘루프 가든’이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강당.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 일각의 문제 제기를 뒤로하고 김진영 전 신세계조선호텔 업무지원실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월 500만원 상당의 자문료를 받고 신사옥 내부 공간 연출 등에 대한 자문용역계약을 수행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증권가에선 용역 계약 등 이해관계에 있던 사람이 사외이사를 맡게 되면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김 씨는 용역 기간이 끝난 후 사외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에 결격 사유로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 포스코ICT는 지난 12일 주총에서 김주현 전 포스메이트 상임감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그는 주총 소집을 공지한 지난달 23일에는 포스메이트에서 일했지만, 주총이 열리기 직전 사임했다. 회사는 최근 3년 동안 김 씨와의 금전적 거래 내역이 없기 때문에 상법상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속했던 포스메이트는 포스코가 57.3%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다. 그는 또 과거 포스코AST의 경영지원본부장으로도 재직한 경력이 있다. 이현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계열 관계에 있는 회사에 재직한 사람은 사외이사로서 독립적인 견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제기된 '거수기(남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사람) 사외이사' 선임 논란이 올해 기업 주총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외이사는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시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경영에 '훈수'를 둘 수 있는 전문성과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성이 필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올해 주총에서도 기업의 용역 일감을 수행했거나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독립적인 경영 감시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사람이 대거 사외이사로 선임돼 논란을 낳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현대글로비스가 지난 16일 사외이사로 선임한 이동훈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로 꼽았다. 그는 경영 부실 문제가 불거진 ㈜STX 사외이사 재임 당시 총 83건의 이사회 안건 전체에 '찬성'했다. 기업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STX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22일 주총서도 사외이사 후보 출석률 저조, 과도한 겸직 논란 
이와 비슷한 논란은 오는 22일 열릴 주총에서도 이어졌다. 일신방직은 1999년 2월부터 19년 동안 사외이사로 재직한 신영무 후보를 이번에도 재선임했다. 노루홀딩스는 지난 3년간 이사회 출석률이 70%에 그친 김연성 후보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고, 현대홈쇼핑도 세무법인 티엔피 대표이사, 현대건설 사외이사를 겸직 중인 김영기 후보를 같은 날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상법을 어기진 않았더라도 지나치게 오랜 기간 같은 회사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출석률이 낮거나, 과도한 겸직을 하고 있는 사외이사는 경영진 견제 업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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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증권업계가 매년 반복해서 제기하는 '거수기 사외이사' 논란에 대해  "현행 상법을 지켜 사외이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상법상 3개 이상 기업에서 이사를 맡는 사람은 사외이사로 선임해선 안 되지만, 김영기 후보가 속한 세무법인은 상법이 규정한 회사는 아니다"라며 "법적 절차를 지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배구조 모범' LG는 결격 논란 사외이사 즉각 배제 
한편 기업 지배구조 관련 연구소들은 사외이사 선임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의 모범 사례로 LG디스플레이를 꼽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당초 선임하겠다고 밝힌 사외이사를 돌연 교체한 적이 있다. 3년 동안 회사에 기술 자문 용역을 맡은 사람은 사외이사로서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기관투자자들의 지적을 즉각 수용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회사와 장기 용역 계약을 맡았던 사람은 경영진 견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새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다시 선임했다"고 말했다.
 
강윤식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으로 사외이사의 겸직이나 회사와의 금전 거래를 금지한 것은 최소한의 규율일 뿐"이라며 "기업은 상법의 취지를 살리자는 '시장의 규율'에 따라 선진적인 지배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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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