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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시골에서 명함부자로 사는 법

[더,오래] 로컬라이프(8)
시민연극 배우, 영화 엑스트라, 춘천시민연대 운영위원, 춘천문화재단 홍보요원, 강릉시 SNS 홍보기자, 강원도 SNS 서포터즈, 춘천시민기자, 자원봉사자, 파워블로거 등 다 나열하기도 숨차다. 30년간 군에서 복무 중 중령으로 퇴직한 박백광(60)씨를 소개하는 수식어다. 초보농군으로 본격 귀농라이프를 꿈꾸다 농사를 접고 강원도 오지라퍼(?)로 활약 중이다. 

 
박백광 씨가 춘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지명]

박백광 씨가 춘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지명]

 
"30년간 군 생활만 해서 전국 각지를 떠돌며 살았어요. 고향은 경북 청도인데, 어쩌다 춘천에 정착하게 됐네요. 처음엔 귀농을 준비했는데 농사는 지 7년 만에 접었어요.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저에게 안 맞더라고요."
 
그는 50대 초반 중령으로 전역했다. 군 생활 중 근무했던 춘천에 우연히 집을 장만하게 되면서 춘천에 터를 잡았다. 전역하면서 본격 귀농에 뜻을 품었는데, 집에서 멀지 않은 춘천시 북산면에 2314㎡(700평) 규모의 땅을 샀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사짓는 데 필요한 정비기술 교육을 받으며 필요한 자격증도 땄다. 작물농업용 기계인 트랙터, 이양기(모 심는 기계), 콤바인(벼 수확용 기계), 관리기(다목적 농기계) 등이다. 작물은 고구마와 돼지감자(뚱딴지)로 정했다. 닭갈비가 유명한 춘천에서 고구마와 돼지감자 소비가 많아서였다.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와 고구마와 돼지감자를 캐 먹고 간 흔적. [사진 박백광]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와 고구마와 돼지감자를 캐 먹고 간 흔적. [사진 박백광]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게을러서 손이 많이 안 가는 작물로 정했어요. 고구마와 돼지감자는 비료량 농약을 안 써도 되고 상대적으로 일이 수월하죠. 그런데 다른 복병을 만났어요.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며 두더지들한테 집중 공격을 받았죠. 신고해도 사후약방문이고, 몇 해 정도 그렇게 당하고 다니 '아, 더는 못 해 먹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접었어요."
 
각종 재료값과 인건비 등으로 연간 투자만 2000만원 내외로 들어가는데, 수익은커녕 마이너스가 안 나면 다행일 정도의 수준이었다. 지금은 농사에 대한 욕심을 접고 내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먹을 정도의 상추, 고추 정도의 채소만 심는다. 
  
그는 강원도, 춘천시 등을 비롯해 시나 군에서 하는 SNS 서포터즈 활동, 모니터링 요원, 블로그 기자단, SNS 홍보단 등으로 활동한다. [사진 박백광]

그는 강원도, 춘천시 등을 비롯해 시나 군에서 하는 SNS 서포터즈 활동, 모니터링 요원, 블로그 기자단, SNS 홍보단 등으로 활동한다. [사진 박백광]

 
귀농을 접고 본격 백수라이프를 시작했는데, 직업이 없는 백수(白手)가 아닌 백 가지 손을 가진 백수(百手)다. 현재 가진 명함만 10개가 넘고, 하는 모임만도 십수개다. 독서모임 4개, 시 모임, 수채화 그리기 모임, 자전거 모임, 시민연극 모임, 뮤지컬 모임 등이다. 한 달에 책도 꼬박꼬박 5권 이상씩 읽고, 매일의 일상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유한다.  
 
"'백수 과로사'라는 말 아시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SNS로 공유하기 좋아하고, 뭐든 도전하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강원도, 춘천시 등을 비롯해 시나 군에서 하는 SNS 서포터즈 활동, 모니터링 요원, 블로그 기자단, SNS 홍보단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활동비, 원고료 등으로 월 5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창작 연극 <동치미>에서 주인공 김 선생(사진 오른쪽)역을 맡아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 박백광]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창작 연극 <동치미>에서 주인공 김 선생(사진 오른쪽)역을 맡아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 박백광]

 
시민연극 배우를 하며 1년에 2회 정도 창작 연극이나 뮤지컬에 도전하기도 한다. 춘천시 시민연극교실 '나도 배우다'에서 활약 중인데 연극 제작비는 춘천시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금으로 충당한다. 가끔 초청을 받아 무대에 오르면 그것도 용돈 벌이가 쏠쏠하다. 가끔 엑스트라 배우로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는데 대표작(?)으로는 영화 <군함도>가 있다. 이 영화에서 시체 2로 출연했다. 춘천에서 촬영한 말레이시아 영화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여기서는 짧지만 대사도 있었다. 
 
표전사극 <옹고집 환장 하겄네>에서는 옹고집을 혼내 주는 사또 역을 맡았다. [사진 박백광]

표전사극 <옹고집 환장 하겄네>에서는 옹고집을 혼내 주는 사또 역을 맡았다. [사진 박백광]

 
요즘은 춘천시민들과 십시일반으로 함께 만든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에서 제작하는 '춘천사람들'이란 이름의 주간지를 만드는데 가장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문화예술담당 시민기자다.  
 
"사람들이 오지랖도 참 넓다고 해서 이제는 행동반경을 춘천으로만 할까 봐요. 시골에 가면 꼭 농사만 짓는 삶, 한적한 삶 말고도 이렇게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부대끼며 살 수도 있답니다. 집에 잘 안 있고, 항상 밖으로 돌다 보니 아내랑도 사이가 좋아요.(하하) 오지라퍼면 어때요. 제가 이렇게 즐거운걸요."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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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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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