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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노모 모시는 60대 자식에게 필요한 건 '재롱'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38)
어머니가 쓰러졌다. 2년도 더 전의 일이다. 홀로 동네에 산책하러 나갔다가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넘어졌다. 마침 지나던 행인-끝내 찾지 못했다-의 연락으로 119구조대가 병원 응급실로 모신 덕분에 큰일은 면했다. 그렇게 반년가량 입원했다가 집에서 요양 중이다.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는 집에서 요양 중이다. [일러스트 심수휘]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는 집에서 요양 중이다. [일러스트 심수휘]

 
그러니 평일엔 요양 도우미가 오지만 공휴일이나 주말이면 부모를 돌보는 일은 우리 형제 몫이다. 말도 어눌해지고 간신히 거동만 하는 정도여서 두 분이서만 끼니를 끓여 드시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며칠 전엔 부모님 댁에 갔다. 도우미가 일이 있어 오지 못한 데다 아버지가 친구분들과의 약속으로 외출하는 바람에 부득이 홀로 계실 어머니를 누군가가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그 누군가가 맏이자, 가까이 사는 백수인 우리 부부 일이 되는 형편이어서 올해 환갑인 아내와 함께 점심을 차려드리려 들른 것이었다.


 
어머니의 자식 칭찬에 코끝이 '찡'
점심을 함께한 후 나는 대학 강의가 있어, 뒤치다꺼리하고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아내를 남겨두고 먼저 일어섰다. 아내가 우리 가족을 만난 지 50년이 넘었고, 30년 넘게 모시고 살았으니 여느 고부간과 달리 그런 경우는 심상한 일이었다.
 
그날은 좀 달랐다. 저녁에 돌아와 아내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어머니가 조곤조곤 그러더란다.
“요새 아범이 다정해져서 너무 좋다. 함께 밥 먹을 때면 숟갈에 일일이 반찬을 올려주기도 하고, 같이 외출할 때면 옷도 입혀주고 신발도 신겨주고….”
 
 
외출 후 돌아온 뒤 어머니가 한 말을 아내에게 전해 듣고 코끝이 찡했다. 내가 받은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데... [사진 pixabay]

외출 후 돌아온 뒤 어머니가 한 말을 아내에게 전해 듣고 코끝이 찡했다. 내가 받은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데... [사진 pixabay]

 
코끝이 찡했다. 부모와 자식 간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내가 받은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특별한 생각 없이 한, 사소한 행동이 그리 맘에 들었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면서 ‘내가 평소에 얼마나 무심했길래…’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내가 정이 없달까, 공감 능력이 떨어진달까 오사바사한 성격이 아니어서인지 부모님은 아우들 경우와 달리 내게서 ‘정’을 느끼지 못했던 모양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서가 아니라 ‘도리’의 차원에서 부모를 챙기고, 때로 못마땅한 행동이나 불합리한 말에는 짜증을 내거나 토를 달았으니 어쩌면 자업자득인지도 모른다.
 
60대인 우리 부부가, 90대인 부모를 모셔야 하니 말 그대로 ‘노노 케어(老老 care)’다. 한데 같은 ‘노노’라도 부모가 자식을 헤아리는 마음 씀씀이와 자식이 부모들 대하는 입장은 다른 걸 느낀다. 자식 둘을 성혼시켰지만, 부모에게 나는 여전히 신경 쓰이는 자식이다. 그다지 수고롭지도 않은 작은 배려에 ‘감동’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식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재롱’일지 모르겠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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