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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일본 대표 선수가 반한 국산 딸기 어떻게 탄생했나?

딸기 품종 전문 연구기관인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 김태일 장장(오른쪽 뒤편)과 연구사들이 지난 22일 충남 논산시 부적면 딸기시험장에서 연구 개발한 순수 국산딸기인 설향과 매향, 킹스베리, 논산12호, 논산13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인하 연구사,김현숙 연구사, 남명현 연구사, 김태일 장장, 이희철 연구사. 프리랜서 김성태

딸기 품종 전문 연구기관인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 김태일 장장(오른쪽 뒤편)과 연구사들이 지난 22일 충남 논산시 부적면 딸기시험장에서 연구 개발한 순수 국산딸기인 설향과 매향, 킹스베리, 논산12호, 논산13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인하 연구사,김현숙 연구사, 남명현 연구사, 김태일 장장, 이희철 연구사.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일본 컬링 대표팀 선수가 국산 딸기 맛에 감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사이토 겐(齊藤健) 일본 농림수산상이 “한국산 딸기는 일본 품종에 뿌리를 둔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국산 딸기 품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국산 딸기 품종이 어떻길래 일본 농림수산상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인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산 딸기 품종 보급률은 93.4%(2017년 기준)이다. 품종별 보급률을 보면 국산의 경우 설향 83.6%, 매향 3.3%, 죽향 5%, 싼타 1.5%이다. 일본 품종인 아끼히메와 레드펄은 각각 4.8%와 1%에 지나지 않는다.  
딸기 품종 전문 연구기관인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에서 22일 이인하 연구사(사진 앞)와 이희철 연구사가 연구 개발한 순수 국산딸기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딸기 품종 전문 연구기관인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에서 22일 이인하 연구사(사진 앞)와 이희철 연구사가 연구 개발한 순수 국산딸기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딸기 국산 품종 보급률은 2002년 1.4%에서 15년 사이에 66.7배 뛰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딸기밭의 90%이상은 레드펄·아끼히메 등 일본 품종이 차지했다. 이렇게 급속도로 품종 국산화가 진행된 작물은 아주 드물다.  

 
국산 딸기 품종이 전국에 보급된 것은 1994년 충남 논산시 부적면에 문을 연 충남농업기술원 산하 논산딸기시험장(시험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딸기 시험장 직원은 모두 6명(연구원 4명)이며, 연구비는 연간 3억9800여만원에 불과하다. 연구비는 주로 딸기 품종 개발에 쓴다.    
 
지난 22일 시험장을 찾았다. 이곳에는 품종 개량용 딸기를 전문으로 기르는 비닐하우스 33개동(1만1838㎡)이 있다. 이곳에는 동마다 생육 기간이 수개월에서 4년 정도 자란 딸기까지 수만 주(품종이 되기 전 단계)의 딸기가 자라고 있다.  
 
연구원들은 전 세계 딸기 170여개 품종을 수집해 품종 개발작업을 하고 있다. 품종별로 꽃가루를 채취해 교배하는 방법으로 1년간 특성이 각기 다른 1만5000여개 개체를 만들어 낸다.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 김태일 장장이 지난 22일 자신이 연구 개발한 국산딸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 김태일 장장이 지난 22일 자신이 연구 개발한 국산딸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이 개체는 다시 6개월간 키워 생육 상태가 좋은 100여개(1% 미만) 개체만 남기고 모두 도태시킨다. 김태일(60) 시험장장은 “꽃가루로 교배하면 딸기 개체는 모두 다른 성질이 된다”며 “이들 개체를 키워 우수 품종만 골라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농가 시험재배과정까지 거치면 새 품종이 나오는데 6∼7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들은 개체에 달린 딸기를 모두 맛본다. 6개월간 날마다 하루 수백개의 딸기를 먹는다. 김태일 시험장장은 “이제 딸기는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다. 그는 20여년 동안 연구에 참여한 국산 딸기 품종 개발의 산 증인이다.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에서 개발한 국산 품종 딸기.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에서 개발한 국산 품종 딸기. 프리랜서 김성태

시험장에서는 그동안 ^매향(2002년)^만향(2003년)^설향·금향(2005)^킹스베리(2016)^써니베리·두리향(2017) 등을 포함해 모두 9가지 국산 딸기 품종을 개발했다.  
 
한국산 품종 개발 과정에는 레드펄 등 일본 품종이 주로 사용됐다. 딸기시험장 관계자는 “국산 대표 품종인 설향은 레드펄과 아키히메를 교배해 개발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일본 농림수산상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했다. 
 
충남 논산의 한 딸기농장에서 농민들이 설향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논산의 한 딸기농장에서 농민들이 설향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내에 일본 딸기 품종이 본격 보급된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육모업자 등이 사 농가에 전파했다. 일본과의 딸기 품종 갈등은 2002년 한국이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불거졌다. UPOV에 가입하자 일본은 연간 30억원 이상의 품종 사용료(로열티)를 요구하기도 했다. UPOV 가입국은 품종보호권을 설정하며, 이에 따라 다른 나라의 품종을 사용하려면 로열티를 물어야 한다.  
논산딸기시험장. 프리랜서 김성태

논산딸기시험장.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국산 품종의 대표주자인 설향이 등장하면서 로열티 문제가 해결됐다. 설향의 당도(10.4%)는 일본 품종과 비슷하지만 열매가 많이 달리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비료에 부작용도 거의 없어 “누구든지 묘목을 땅에 꽂기만 하면 잘 자란다”고 할 정도다. 설향은 전국 딸기 농가에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저장성이 뛰어난 ‘싼타’, 기형과일 발생이 적은 ‘죽향’, 과육이 단단히 수출용으로 자리를 차지한 ‘매향’ 등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품종이 있다.   
최근에는 크고 단단한 딸기로 유명한 ‘아리향’, 은은한 복숭아향이 나고 크기가 어린이 주먹만 한 ‘킹스베리’, 당도·경도·풍미가 우수한 ‘금실’ 등 히트작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나라 딸기 농가의 대부분이 국산을 재배하는 상황이 됐다.

 
논산딸기시험장 로비에 전시한 딸기 품종. 프리랜서 김성태

논산딸기시험장 로비에 전시한 딸기 품종. 프리랜서 김성태

전국 딸기 재배 면적은 2017년 기준 5907ha이며 이 가운데 논산을 중심으로 충남이 21.1%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딸기 생산량은 19만t(1조2000억원) 정도다. 딸기 수출량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4299만 달러 어치의 딸기를 수출했다.  
 
김태일 시험장장은 “최근에는 전국 상당수 농업기술원에서도 딸기 품종 개발을 하는 만큼 지역별로 맞춤형 품종을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딸기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먹는 과일이기 때문에 관련 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산=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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