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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보수집회 열리는 종로…'사기탄핵 무효' 낙서에 몸살

23일 오전 서울 종각역 보신각 앞. 지하철 환풍구 테두리에 ‘박근혜 대통령 공판일 4월 6일, 서초역 법원으로 보수우익 모두 가자’라는 문구가 검고 진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쓴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했다. 환풍구를 둘러싸고 있는 벤치 8개에도 빠짐없이 빽빽하게 '탄핵 무효는 태극기 들고나오는 이유다''목숨 걸고 투쟁하라''박근혜 대통령 구하자' 등의 낙서가 돼 있었다.
 
종각역 인근이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매주 열리는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남긴 낙서다. 실제로 이날 돌아본 종각역 인근의 벤치와 환풍구들은 곳곳이 낙서투성이였다. 거리를 지나가던 인도네시아인 교환학생 유리아(20)는 "역사적인 장소로 관광객이 많은 곳에 이런 낙서가 있는 게 보기 좋진 않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메이베챤(39)은 "관심을 끌 것 같긴 한데 그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는 법원이 결정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보신각 앞 공터에 있는 벤치 20개에는 모두 '사기탄핵 무효'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매주 토요일 보수단체 행진이 지나가는 종로 5가부터 종각역 대로변에 위치한 택시승강장, 시티투어버스, 공항버스 정류장 벤치 9곳도 낙서를 피하지 못했다. 광장시장 앞 택시승강장엔 '사기탄핵 당한 박근혜 대통령 피눈물', 세운상가 앞 시티투어버스 승강장에는 파란 매직으로 쓴 '사기탄핵 무효' 글귀가 바래 있었다. 
 
벤치뿐만이 아니었다. 종로2가에 위치한 공중전화, 종로3가와 종각의 배전함, 종각역 8번 출구 앞 환풍구 테두리 돌에도 낙서가 돼 있었다. '거짓조작음모로 사기 탄핵당하고~'로 시작하는 쪽지를 구두수선 부스 문에 끼워놓은 경우도 있었다.
 
 
낙서로 더럽혀진 벤치는 가볍게 긁어낸 뒤 '오일스테인'을 다시 칠하거나, 페인트를 칠하는 식으로 보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관할 구청으로 신고가 따로 들어오지 않아 그냥 둔 채 글씨가 바랜다. 공중전화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청소할 때마다 낙서를 지우지만, 늘 새 낙서가 생긴다.
 
낙서를 한 사람은 현장에서 현행법으로 잡거나, 동영상이 있으면 추적해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렇게까지 하기엔 경미한 범죄라 낙서한 사람을 잡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잡힌다 해도 파출소에서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과태료 4만∼6만원만 물리고 끝난다. 종로2가 파출소 전형완 경감은 "처벌은 나중 문제고, 시민의식의 문제다. 벤치 같은 공공시설물은 다 같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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