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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자리 못 잡는 오타니...이도류인가, 이류인가

9일 오타니 쇼헤이 야구 선수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나하임 경기장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타니 쇼헤이 야구 선수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나하임 경기장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 전부터 요란했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활약한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때, 온통 장밋빛 전망뿐이었다. 그가 2015년 일본 프로야구와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을 때, "메이저리그는 물론, 지구 최고의 선수가 될 자격이 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해 타자와 투수를 겸하는 '이도류(二刀流)' 오타니가 이적 시장에 나오자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전부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최고 금액인 2000만 달러를 들고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오타니가 "왜 나를 영입해야 하는지 '일본어'로 설명하라"고 배짱을 부릴만도 했다. 그의 실력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타니는 예상을 깨고 메이저리그 명문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가 아닌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오타니. [AP=연합뉴스]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오타니. [AP=연합뉴스]

 
여전히 요란하다. 오타니는 시범경기에서 투수로서 두 차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와 두 차례 마이너리그 연습경기를 소화했다. 4경기에서 8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18피안타 17실점, 평균자책점 16.20으로 난타를 당했다. 지난 17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시범경기에선 1과 3분의 1이닝 만에 7실점을 허용했다. 타자로는 더 심각하다. 12경기에서 타율은 고작 0.107(28타수 3안타)에 그친다. 23일에는 마이너리그 경기에 출전했지만, 8번 타석에서 안타 2개를 치고, 삼진 3개를 당했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오타니. [AP=연합뉴스]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오타니. [AP=연합뉴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던 전망이 급변했다. 성급한 몇몇 매체에선 '오타니를 당장 마이너리그에 내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ESPN은 한 스카우트와 인터뷰를 통해 “메이저리그처럼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어본 적 없는 오타니는 현재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싱글A에서 시작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스포팅뉴스는 "에인절스는 고등학교 타자가 메이저리그로 도약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이도류가 적응하는 데 2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감쌌던 일본에서도 기대를 반쯤 접은 모양새다. 
 
하지만 일단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출발할 것 같다. 에인절스는 23일 40인 로스터를 정비하면서 오타니의 활용 방안에 대한 힌트를 줬다. 이날 에인절스는 선발 후보였던 파커 브리드웰과 닉 트로피아노를 트리플A로 보냈다. 에인절스의 선발 자원은 개럿 리처즈, 맷 슈메이커, 타일러 스캑스, JC 라미레스만 남았다. 오타니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는 사실상 확정적이다. 
 
앞서 USA투데이는 구단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타니가 개막 3선발로 로테이션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빌리 에플러 에인절스 단장이 "아직 개막 로스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예상대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9일 오타니 쇼헤이 야구 선수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나하임 경기장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타니 쇼헤이 야구 선수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나하임 경기장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인절스가 30대 1의 경쟁을 뚫고 오타니의 환심을 제대로 살 수 있었던 건, '이도류'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오타니를 위해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고, 지명타자 자리를 비워놓겠다고 했다. 시범경기에서는 오타니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며 적응을 도왔다. 스프링캠프에서 치르는 몇 경기를 통해 선수의 능력을 전부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범경기가 시즌 활약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인 것은 사실이다.
 
타격 중인 오타니. [AP=연합뉴스]

타격 중인 오타니. [AP=연합뉴스]

 
무엇보다 오타니가 여전히 '이도류'를 고수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크다. 오타니는 최고 시속 165㎞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비록 시범경기에서 난타당하긴 했지만, 투수로서의 가치는 여전하다. 공인구와 마운드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다. 문제는 타격이다. 볼 끝이 지저분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커브 같은 변화구에 약점을 보인다. 오타니가 '고교 선수' 같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타격 때문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오타니에 대한 평가가 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밋밋하긴 하지만 여전히 마운드 위에선 빠른 공을 뿌린다"며 "타자를 접고 투수에 올인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6회초 일본 선발 오타니가 역투하고 있다. 2015.11.19/뉴스1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6회초 일본 선발 오타니가 역투하고 있다. 2015.11.19/뉴스1

 
많은 기대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만큼 오타니가 느끼는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에인절스에서는 오타니를 위한 '이도류' 프로젝트를 위해 지명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다시 1루로 복귀시킬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오타니가 스프링캠프에 첫선을 보일 때 일본 기자 100여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도 오타니나 에인절스를 위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에플러 단장도 "오타니는 엘리트 레벨의 유망주지만 완성된 선수는 아니다. 23살에 완성이 되기는 쉽지 않다"면서 "유망주를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리는 것은 다른 구단에서도 있는 일"이라고 했다. 구단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오타니를 마이너리그에 내리는 게 도움될 수 있다.  
 
오타니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 개막 첫 15일 이상을 머물 경우 자유계약선수(FA) 취득을 1년 미룰 수 있다. 2015년 시카고 컵스가 대형 신인 크리스 브라이언트에 썼던 방법이다.  적응과 함께 FA 취득을 1년 미루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웃을 당한 뒤 헬멧을 벗고 있는 오타니. [AP=연합뉴스]

아웃을 당한 뒤 헬멧을 벗고 있는 오타니. [AP=연합뉴스]

 
앞으로도 요란할 수밖에 없다. "'이도류'가 아니라 '이류'"는 모욕을 뒤집기 위해선 오타니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 오타니의 부진을 일본 프로야구 수준 문제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KBO리그에도 썩 좋은 소식은 아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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