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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품으로' 속도 내는 21년차 일국양제

 바다가 대륙 쪽으로 깊숙히 들어가 형성된 만(灣·Bay) 지역은 항만과 하천 등을 기반으로 경제가 일어난다. 물류 경쟁력과 배후의 넓은 산업부지 그리고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발판 삼아 만의 양쪽과 만으로 흐르는 하천을 따라 지역 경제가 몸집을 불린다. 이런 지역을 도로와 철로 그리고 요즘엔 디지털 네트워크로 통합해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광역 도시군 성장 모델이 있다. 
 
미국 뉴욕만과 센프란시스코만, 일본의 도쿄만의 경제구역이 선진 사례다. 한마디로 고밀도의 인구와 대규모 부지·자금·물류망을 끌어모아 최고의 생산성을 뽑아내는 경제 구역이다.중국에선 주장 삼각주에서 신호탄이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교량 '강주아오(港珠澳)대교' 개통, 리커창(李克强)총리의 '웨강아오(粤港澳,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발전계획 발표(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 정부업무보고). 55km짜리 해상대교의 개통으로 시작돼 한 달 남짓한 시간에 쏟아진 대만구 개발계획 관련 뉴스는 리커창 총리의 발표로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했다.       
중국 당국은 광저우·선전 등 9개 광둥성의 도시들과 홍콩·마카오를 통합하는 대만구(大灣區·Big Bay Area)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모두 11개 도시의 인적·물적 통합을 겨냥한 국가급 프로젝트다. 인구수는 6671만명, 2016년 기준 GDP는 1조3600억 달러에 달한다. 1조5297억 달러(2017년 기준·IMF)인 한국의 턱 밑을 바짝 쫒는 규모다. 
중국 지역 경제력 1위인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 사진 중간 빛의 밀도가 높은 지역)와 중국 대륙.밤에 위성에서 찍은 야경 사진. [사진=셔터스톡]

중국 지역 경제력 1위인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 사진 중간 빛의 밀도가 높은 지역)와 중국 대륙.밤에 위성에서 찍은 야경 사진. [사진=셔터스톡]

 
물류와 금융 협력을 위해 광둥성 주도로 시행해왔던 대주장삼각주(大珠江三角洲)개념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이다. 경제 총량 등 양적 규모면에서 이미 샌프란시스코·도쿄를 넘어섰고 뉴욕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1인당 평균 GDP와 연관 산업 밀집도가 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낮아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평가된다. 이 때문에 요즘 홍콩 언론에는 지역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줄을 잇는다. 게다가 대만구는 시진핑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해상 루트에서 중추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가 대만구 앞에 펼쳐져 있어 일대일로의 육해상 물류와 금융·첨단산업 수요를 흡수해 대륙과 연결하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홍콩 경제계에선 대륙의 거대 경제권으로 통합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중론을 형성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통한 정치·교육·사회의 통합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실물경제의 일체화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다.   
 
경제 통합이 통합 드라이브를 주도하게 된 배경엔 일국양제가 21년째를 맞고 있지만 정신과 의식 차원의 통합이 순탄치 않은 저간의 사정이 작용하고 있다. 2014년 이래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둘러싼 진통을 겪으면서 젊은층에 깔리기 시작한 반중 정서가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일각에선 "다시 영국에 흡수되거나 대만과 통합되는 게 낫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2011년 홍콩 특파원 시절 당시 행정장관이었던 도널드 창과 중앙일보·닛케이 신문·아사히 신문 등 4개 외신의 간담회 자리에서 있었던 일화다. 영어와 중국의 푸통화를 섞어 대답하던 창 장관에게 물었다.  
"일국양제가 14년째인데 36년후 홍콩은 어떤 모습이 될 것으로 보는가. 중국화된 홍콩인가, 홍콩화된 중국인가."
대륙식 권위주의 체제에 동화된 홍콩이 될지 아니면 서구 민주주의 실험을 거치면서 최소한 싱가포르 수준의 민주주의는 구현하고 있을 것인지 궁금했다. 창 장관의 대답은 중국인다웠다.
"무엇이 됐든 쌍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50년 알람을 새로 맞추면 된다."
일국양제의 시한을 더 늘리더라도 일국양제의 최종 수순은 홍콩이 중국 품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것이란 얘기다.  
 
시진핑 주석이 장기집권 궤도에 오르면서 무슨 업적으로 이 행보를 정당화할지 궁금해하는 얘기가 많다.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중화부흥에 힘을 싣는 맥락에서 보면 대만과 일국양제의 홍콩·마카오가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대만 통일 시도에 앞서 일국양제의 매끄러운 마무리에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륙과 홍콩의 정신·의식·제도적 일체화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우선 눈에 보이는 인프라 통합에 속도를 내면서 재정투자 등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 대만구 광역 도시군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대만구 경제권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날개를 펴게 되면 세계 10위권 경제권으로 도약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땐 대만구에서 지척인 대만 뿐 아니라 저멀리 한국의 경제적·국가적 위상을 보는 중국의 시각은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다. 속타는 일이다.  
 
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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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