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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갚을 만큼 연봉 받는 대졸 소득자 34%뿐

[SPECIAL REPORT] 대학 졸업장의 가치, 총비용으로 따져 보니
시중은행에 다니는 이승리(28) 대리는 지난해 말 회사 동료와의 단톡방에 “저 오늘 기쁜 날이에요. 학자금 다 갚았습니다!”라는 글과 ‘학자금 잔액 0원’이 찍힌 캡처 사진을 올렸다. 단톡방에 있는 회사 동료들은 “나보다 부자네” “한턱 쏴”라며 축하했다. 이씨는 2008년 대학에 들어와 2014년 졸업한 후 그해 지금과 다른 회사에 취업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학자금 잔액은 3500여만원. 재학 중 등록금 외에도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4년 만에 상환 완료한 셈이다. 이씨는 “졸업해서 돈을 벌어도 내 돈이 내 돈 같지 않았다. 보너스나 퇴직금 등 목돈도 따로 선물받는 여윳돈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 덕분에 빚이 금방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퇴직금 생기면 갚고, 보너스 나오면 갚은 것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자(잔액 보유자)는 98만9258명. 대학을 다니며 든 비용은 이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나마 이씨처럼 일정 소득이 있어 갚을 수 있는 사람은 세 명 중 한 명(34.2%)이다. 대학 졸업 후 소득이 있는 사람은 43%(42만7000여 명)이고, 이 가운데 28만여 명은 상환 기준소득(2017년 기준 연봉 1856만원) 미만이다.
 
은행원 이승리씨와 직장 동료 단톡방 상황

은행원 이승리씨와 직장 동료 단톡방 상황

유·무선 통신회사에 다니는 박모(29)씨는 상환 기준소득 이상을 벌어 꼬박꼬박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다. 취업 3년차인데 상반기 170만원, 하반기 170만원씩 내고 있다. 올해 내 완납이 그의 목표다. 박씨는 “목돈이 생길 때마다 갚다 보니 잔액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립대 법학과를 나온 덕분에 한 학기 등록금이 200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상환 기준소득 이상을 버는 대졸자들의 연봉은 출신 대학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울산광역시 소재 대학을 나와 취업 후 상환 기준소득 이상을 버는 대졸자(1469명)의 평균 연봉이 265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의 평균 연봉은 2641만원이었고, 제주 지역 소재 대학 졸업자의 평균 연봉은 2404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계열별로는 의·약학 분야를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한 대졸자의 평균 연봉(상환 기준소득 이상자만 대상)이 265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예체능계 전공 대졸자의 평균 연봉은 2448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그나마 기준소득 이상을 버는 사람은 그 미만 소득자나 공무원시험 준비로 취업을 미룬 공시생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2년째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생 김모(27)씨는 아직 상환해야 할 학자금 대출액이 400만원 정도 남았다.  
 
김씨는 2010년부터 휴학기간을 포함해 2013년 2월까지 경기도에 있는 2년제 전문대를 다녔고, 군대에 있는 동안 그의 부모가 대출금을 월 20만원씩 대신 갚아줬다. 그는 “대학 때 전공이 공무원 양성과 관련되는 것이었는데도 대학 때 배운 내용이 지금 시험을 준비하는 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재학 중 등록금은 학기당 300만~310만원이었다. 공시를 준비하면서 드는 비용은 서울 신림동 학원 근처 원룸 26만원, 밥값이나 프린트값 등 용돈 45만원, 체육 실기학원 15만원, 인터넷 강의(6개월) 26만원, 독서실형 자습학원 30만원 등 매달 140만~150만원 정도다. 김씨가 수험생이다 보니 방값은 직장 다니는 누나가, 나머지는 부모가 내준다. 학자금 잔액 상환은 미래로 넘겼다.
 
대학 때 자녀가 진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에게 전가된다. 취업이 쉽지 않으면서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도 고스란히 부모 몫이다.  
 
정현영 미래에셋대우 연금자산관리팀장은 “자녀가 대학을 마치고 취업하는 시기는 부모의 퇴직 시기와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는 가계 사정을 자녀에게 미리 알려주고, 어느 시점에선 더 이상 지원해 줄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준·이유정 기자

 

용어설명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ICL) 대학생에게 재학 중 학자금을 대출해 주고 원리금은 직장을 잡은 뒤 소득이 생기면 소득에 연계해 상환하는 제도다. 한국장학재단이 2010년부터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 되면 의무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의무상환과 목돈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갚을 수 있는 자발적 상환으로 나뉜다.
 

상환 기준소득 ICL에서 채무자가 상환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기준이 되는 소득금액을 말한다. 채무자는 이 소득금액을 제외한 소득에 대해 일정액을 상환하게 된다. 의무상환액이라고도 한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856만원으로 동결됐으나 올해 2013만원으로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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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