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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젠더리스가 가장 필요한 옷

얼마전 유튜브에서 최근 화제라는 동영상을 보게 됐다.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의 ‘교복입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상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입는 교복이 얼마나 불편한가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실험자들은 카메라 앞에 나와 여학생 블라우스가 얼마나 잘 비치는지, 신축성이 얼마나 없는지를 낱낱이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표준 치수가 아동복 7~8세와 비슷하다는 걸 연거푸 제시했다. 한 명씩 교복을 직접 입어보고는 길이가 짧아 활동성이 전혀 없다는 점을 성토했다. “책상에 엎드릴 수도 없고, 버스 손잡이도 잡을 수 없는 디자인이에요. 이런 걸 입고 12시간을 버티라고요?”  
 
교복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게 비단 이 영상만은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교복 관련 청원이 잇따라 올라와 있다. 역시나 가장 많은 건 “여학생 교복이 짧고 꽉 조이니 개선해달라”는 학생들의 주장이다. 물론 여기에 반론도 만만찮다. “원래 큰 걸 사서 입으면 안 되냐”는 주장부터 “크게 나온 교복을 일부러 줄여입는 애들이 더 많다”는 의견까지 팽팽하게 맞선다.  
 
이를 지켜 보며 드는 생각은 하나다. 말이 나온김에, 교복에 대한 논점을 넓히면 어떨까. 여학생 교복이 ‘현대판 코르셋’이라며 여성의 불이익을 내세우는데 그치지 말고, 아예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젠더리스(Genderless)’를 대안으로 삼자는 것이다.  
 
이미 2~3년 전부터 패션계를 장악한 메가 트렌드가 뭔가. 서로 다른 성의 옷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꽃무늬와 핑크색을 입는 남자, 남성용 스니커즈를 신은 여자가 더이상 어색하지 않는 세상이다. 여학생이 바지를 택할 자유를 주고, 남녀가 같이 입어도 좋을 상의를 만든다고 해서 그리 과격한 선택일 리 없다. 적어도 치마 아래 체육복 바지를 받쳐 입는다거나, 치마 위에 담요를 두르고 다니는 흉한 모습보다는 나을 터이니.  
 
이미 해외에선 실행에 옮긴 학교도 있다. NHK에 따르면, 다음달 일본 지바(千葉) 현 가시와(柏)시에 개교하는 한 시립중학교는 남녀 구분없이 학생 스스로 바지와 스커트 교복을 골라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상의 역시 남녀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 가슴·허리 라인이 부각되지 않는다. 영국에선 2016년부터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이미 120여 곳이 젠더리스 교복을 도입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어릴 적부터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하겠다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굳이 교육적 의미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젠더리스 교복은 생존의 해법이기도 하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칼바람 추위에도 치마 입고 종아리를 드러내야 하고, 한여름 땡볕에도 긴 바지를 벗을 수 없는 게 학생들이다. 동영상 속 누군가 말하지 않았나. “교복도 사람이 입는 옷”이라고, “학생도 사람”이라고 말이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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