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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결심 무너뜨린 술 도둑

옛 말씀이 맞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 술 복을 타고난 나도 나이를 먹다 보니 술 체력이 점점 떨어진다. 요즘 내 화두는 간 저축. 필요할 때만 마시려고 노력한다. 그런 와중에 금주 의지를 무너뜨린 곳을 만났다. 옥호도 기가 막힌다. 슈토(酒盗). 술(사케) 도둑이란 뜻이다. 사케 전문가인 윤철중(41)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슈토는 가다랑어 및 참치의 내장 젓갈의 이름이에요. 사케랑 아주 잘 어울려서 일본에서는 이 음식을 술 도둑이라 부릅니다. 여기엔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술을 훔치고 싶을 정도로 젓가락이 나아간다는 뜻이 담겨있어요.”  
 
슈토만큼 다양한 사케 라인업을 구비한 업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양조장에서 소량 들여온 한정판과 신상, 특가품 등 150여 종이 있어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린다. 보유 사케를 순환하며 10종씩 선정해 잔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잔당 가격도 술병 가격을 미리(ml)당 나눈 가격과 비슷하게 책정해 합리적이다.  
 
현재 3개 점이 운영되고 있는데, 도곡동에 있는 1호점은 니혼슈바를 컨셉트로 해 근사한 분위기에서 사케를 즐길 수 있다. 학동역에 위치한 2호점과 서초동에 위치한 3호점은 오마카세로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윤 대표는 원래 대기업의 메모리 개발 연구원이었다. 반도체 분야에서 8년간 일했는데, 늘 편두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사표를 던지고 2년 동안 여행을 떠났다. 알래스카에서부터 시작해 중남미·유럽·아시아를 돌았다. 숙박은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았지만, 음식과 술에는 과감히 돈을 썼다. 마지막 코스는 일본. 3개월간 머물며 50곳이 넘는 양조장을 찾아다니고 음식과 술을 경험했다.  
 
원래 사케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일본 여행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사케 공부에 몰두했다. ‘내가 사케’라는 동호회를 운영하며 사케 스쿨도 개최했다. 하도 많이 마시다 보니 ‘이럴 거면 차라리 사케 마시는 공간을 내는 게 낫겠다’ 싶어 2015년 5월 오픈한 곳이 슈토 1호점이다.  
 
오늘 소개할 곳은 2호점인 ‘와슈다이닝 슈토’다. 미쉐린 가이드 별을 받은 일본의 가이세키 레스토랑에서 정통 일식을 배운 김광석(37) 셰프가 음식을 맡고 있다. 국산 제철 요리로 일본 본토의 맛을 최상으로 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리 예약해야 하는 오마카세 코스는 1인당 5만 5000원. 에피타이저·사시미·국물요리·생선 숯불구이·튀김·육류 요리·나베까지 즐길 수 있다. 1만원을 추가하면 제철 솥밥을 맛볼 수 있으며, 3만 5000원을 추가하면 사케 3가지를 음식에 페어링해준다. 단품 메뉴도 다양하다. 홋카이도 우니(성게알), 제철 보우즈시(봉 초밥), 돼지 목살 숯불구이, 두릅 튀김 등이 인기다.  
 
김 셰프에게 메뉴 4종을, 각각의 음식에 어울리는 술은 전문가인 윤 대표에게 추천 받았다. 시작은 키조개와 달래, 봄동 삼바이즈(일본 전통 식초 소스) 무침. 수비드(저온조리)해 탱탱한 식감의 키조개에 유채·봄동·튀긴 취나물 등 봄 채소가 함께 담겨 나온다. 하나씩 따로 먹어도 되고 섞어 먹어도 된다. 
 
매칭한 술은 시노미네 고와리미가키 나마. 일본 나라현에서 생산되는 사케 중에서 1, 2등을 차지할 정도로 맛을 인정받았다. 열처리를 하지 않은 생 사케다. 과실의 풍미, 명확한 산미, 쌀의 감칠맛을 더했다.  
 
다음은 사시미. 참치·도미·학꽁치 등이 가지런히 담겨 나온다. 껍질의 쫄깃한 맛과 탱탱한 식감이 일품인 도미회, 칼집을 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야들야들한 식감을 살려낸 한치 등 생선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냈다. 곁들인 사케는 야마가타마사무네 카라구치 준마이. 야마가타현 지역의 술이다. 카라구치(辛口)는 단맛이 없는 드라이한 술이라는 뜻. 개성이 강하지 않고 생선의 맛을 헤치지 않으며 부드럽게 조연 역할을 한다.  
 
금태는 소금물에 담궈 비린 맛을 빼고 간이 은은하게 배도록 한다. 감칠맛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숯불에 구워내는데, 술 안주로 아주 좋다. 추천받은 사케는 핫카이산 에치고데소로 시보리타테 나마겐슈 블루. 갓 짜낸 술을 바로 병입한 원주다. 열처리하지 않은 생주로 알코올 도수는 19도. 진하고 강하며 농밀하다. 생선구이의 기름기를 잘 씻어주고 강한 도수로 맛의 밸런스를 이룬다.  
 
마지막 요리는 솥밥. 제철 삼치와 냉이, 미나리로 봄의 향기를 극대화했다. 소스에 절인 뒤 구운 삼치를 밥할 때 넣어 함께 짓는다. 이때 생선 뼈를 손질, 숯불에 구운 뒤 끓여낸 육수를 쓴다. 솥밥 맛이 기가 막히다. 재료는 계절 따라 계속 바뀐다. 함께한 술은 유키노보우샤 히덴 야마하이 쥰마이긴죠. 눈이 많이 내리고 물이 깨끗한 청정 지역 아키타현의 술이다. 화사한 향과 섬세한 맛, 부드러운 산미가 삼박자를 이룬다. 곡물의 맛,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이 살아있어 밥과 아주 잘 어울린다.  
 
슈토의 직원들은 사케와 음식에 빠삭하다. 술 시음과 교육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윤 대표 덕분이다.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는 법. 밝고 명랑한 양슬아 매니저의 찰진 설명과 찰떡같은 추천에 ‘한잔만 더?’를 거듭하다 금주 봉인이 완전히 풀렸다. “이런 술 도둑 같으니라고!” 
 
▶ 와슈다이닝 슈토
사케(日本酒)를 전문으로 하는  
일식 요리 전문점
서울 강남구 논현로134길 9,
문의 02-6013-0214
평일·토요일 오후 6시~새벽 1시  
일·공휴일 휴무
추천 메뉴  
디너 오마카세 코스  
1인당 5만5000원
사케 오마카세 3만5000원
(3 Glasses)
추천 사케  
시노미네 고와리미가키 나마  
8만9000원
야마가타마사무네 카라구치  
준마이 6만9000원
핫카이산 에치고데소로 시보리타테 나마겐슈 블루 6만8000원  
유키노보우샤 히덴 야마하이  
쥰마이긴죠 8만9000원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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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