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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프리즘]'위미노믹스'의 시대,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으려면…

최순화의 마켓&마케팅
 
2018년 1윌 직장인 조사에서 여성의 한 달 평균 용돈은 62만2000원으로 남성의 53만5000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는 남성 46만원, 여성 43만6000원이었으니 여성의 구매력이 가파르게 증가해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다. 여기에 여성 소비자들이 만들어내는 입소문 효과까지 고려하면 기업의 미래는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1월 1일 뉴욕타임스에 발표된 여성 운동 '타임스 업' 선언문.

올해 1월 1일 뉴욕타임스에 발표된 여성 운동 '타임스 업' 선언문.

바야흐로 '위미노믹스(Womenomics)' 시대다. 하지만 2017년 미국에서 발발해 한국까지 번진 ‘미투(Me Too)’와 ‘타임스업(Time’s Up)’ 운동은 사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업들도 여성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에서 실시된 여성 소비자 조사에 의하면 자동차, 금융 기업 중 “여성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인정받은 비율은 각각 26%, 16%에 그쳤다. 심지어 여성의 91%는 “광고 제작자들마저 여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홍색과 인형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2012년 프랑스 문구회사 빅(Bic)은 분홍, 보라 등 파스텔 색상의 여성용 볼펜 세트 ‘빅포허(Bic for Her)’를 출시하며 ‘우아한 디자인, 여성의 작은 손에 꼭 맞는 다이아몬드형 손잡이’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벌였다. 그러나 인터넷 판매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수백 개의 비난 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남성용 볼펜으로 글쓰기가 너무나 힘들었는데 이제라도 편하게 쓸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비꼬는 식이었다. 분홍색 스마트 워치, 분홍색 태블릿 PC 등 기업들은 ‘핑크 마케팅’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일시적 흥행에 그치거나 조롱거리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 문구회사 '빅'이 여성 취향에 맞춰 출시한 볼펜 세트 '빅 포 허'.

프랑스 문구회사 '빅'이 여성 취향에 맞춰 출시한 볼펜 세트 '빅 포 허'.

'여성의 최대 관심사는 외모 가꾸기'라는 선입견도 버릴 때가 됐다. 2017년 구글 트렌드 연구팀이 직장인 여성들의 유튜브 시청 패턴을 분석한 결과 비즈니스 관련 콘텐트를 보는 시간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패션, 미용 등 뷰티 콘텐트보다 다방면의 해결책을 알려주는 ‘하우투(how-to)’ 동영상을 더 자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 대상도 육아, 요리가 아닌 창업, 사회적 교류, 주택 개조 같은 분야가 많았다. 네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가 유튜브 튜토리얼을 보며 손수 벽을 쌓고 지붕을 덮어 집을 지은 스토리는 CNN 등을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양성 평등을 주제로 한 페미니즘 광고, 펨버타이징(femvertising)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유행에 편승해 섣부르게 행동하면 진정성을 의심받기 쉽다. 아우디는 2017년 수퍼볼 시즌에 남녀평등 임금 운동을 지지하는 취지로 ‘딸(Daughter)’이란 제목의 광고를 내보냈다. 비탈길을 내려가는 자동차 경주에서 남자아이들과 거침없이 경쟁하는 어린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내용이다.
아우디가 2017년 수퍼볼 시즌에 남녀 평등을 지지하는 취지로 내보낸 광고 ‘딸(Daughter)’.

아우디가 2017년 수퍼볼 시즌에 남녀 평등을 지지하는 취지로 내보낸 광고 ‘딸(Daughter)’.

광고는 시선을 끌었지만,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 현재까지 유튜브 사이트에서 이 광고는 ‘좋아요’ 6만 개, ‘싫어요’ 7만8000개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아우디 이사회의 여성 비율이 16%로 포춘 500대 기업 평균인 20%에 못 미칠 뿐 아니라 경쟁사 BMW의 30%와 큰 격차를 보인다는 점을 꼬집었다.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많은 관심을 받게 되자, 오히려 모순적인 내부의 모습이 드러나 역공을 당한 셈이다.
 
'조니워커' 대신 '제인워커' 내놓자 호평 줄이어
한편 세계 최대 주류업체 디아지오(Diageo)는 2018년 3월 위스키 조니 워커(Johnnie Walker)의 여성 버전 ‘제인 워커(Jane Walker)’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명한 로고인 걸어가는 신사(Striding Man)를 숙녀로 대체하고 병당 1달러를 여성 단체에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남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 주류 업체의 이벤트성 마케팅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누구도 트집 잡지 않고 호평하는 분위기다.

조니 워커는 1999년부터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을 응원하는 ‘킵 워킹(Keep Walking)’ 캠페인을 펼쳐왔다. 미국·대만·한국 등 50여개 국가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펀드도 조성했다. 평등 사회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시점에 등장한 제인 워커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또 다른 한걸음으로 해석된다.
주류업체 디아지오는 '조니 워커'의 여성 버전 '제인 워커'를 출시해 호평 받았다.

주류업체 디아지오는 '조니 워커'의 여성 버전 '제인 워커'를 출시해 호평 받았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디아지오가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친화적 기업이자 2018년 블룸버그가 선정한 100대 성 평등 기업 중 하나라는 사실이 존재한다. 디아지오는 이사회의 절반이 여성인데다 광고 대행사를 선정할 때도 최소 한명의 여성 디렉터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한다. 여성을 상품화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정성 광고가 만들어질 리 없다.
 
섣부른 페미니즘, 진정성 의심받을 수 있어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0.5%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경영 활동의 진정성을 까다롭게 판단하는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여성 마케팅은 겉치레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여성 비율 높이기에 급급하거나 남녀의 다름을 무작정 부정하는 방식도 능사가 아니다. 풍부한 감수성과 직관성, 세심함 같은 여성성의 가치를 인지하고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을 때 여성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성공적인 여성 마케팅이 뒤따른다.
다섯 살이 지난 여자아이들이 더는 레고를 가지고 놀지 않는 이유는 단지 제품이 헬리콥터나 자동차 위주여서가 아니다. 복잡하고 긴 조립 설명서를 따라야 하는 과정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휠 하나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아이팟, 몇 번의 터치만으로 사용이 가능한 아이폰은 소비자들을 두꺼운 매뉴얼로부터 해방해줬다. 경쟁자들이 분홍색 MP3와 휴대폰으로 여성 시장을 공략할 때 직관적 인터페이스 개발에 몰두한 애플은 남녀 모두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혁신 상품을 만들고 세상을 바꾼 아이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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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