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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여성들 홀렸다, 당찬 김남주 슈트

[이도은의 Trend Reader] ‘쎈 언니’의 갑옷, 파워 슈트의 귀환
가레스 퓨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 어깨를 사각으로 확장시키고 허리를 조인 슈트를 내놨다. [연합뉴스]

가레스 퓨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 어깨를 사각으로 확장시키고 허리를 조인 슈트를 내놨다. [연합뉴스]

여성복 시장에서 슈트가 떠오른 건 2017 봄·여름 컬렉션부터다. 질 샌더를 필두로 셀린느·폴 스미스 등의 런웨이에는 재킷과 바지를 짝지어 입은 모델들이 대거 등장했다. 과장되지만 부드럽게 내려앉는 어깨선, 손등을 덮는 긴 소매, 넉넉한 바지 품이 특징이었다. 전체적으로 늘어지는 실루엣에다 화이트·아이보리·핑크·민트 등 보통 오피스룩에서 볼 수 없는 컬러까지 더해지며 ‘우아한 슈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를 두고 업계의 분석은 비슷했다. 몇 년째 패션계를 장악하고 있는 두 가지 메가 트렌드의 종합판이라는 것. 그러니까 남녀 성을 넘나드는 ‘젠더리스(Genderless)’에다 치수를 넉넉하게 만드는 ‘오버사이즈(Oversize)’가 더해지며 이런 슈트를 탄생시켰다는 분석이었다.
 
일 년 사이 슈트의 트렌드는 이어지고 있지만, 디자인은 좀 달라졌다. 2018 봄·여름 컬렉션에 이어 지난달로 마무리된 2018 가을·겨울 컬렉션까지, 한마디로 완벽하게 ‘각을 잡았다’. 과장된 어깨에 패드를 넣어 단단한 형태를 만들고 선을 올린 슈트가 대거 등장한 것이다. 톰 포드부터 에트로·티비·알렉산더 왕·마크 제이콥스 등의 무대가 이를 보여줬다. 이른바 1980년대를 풍미했던 ‘파워 슈트’의 귀환이다.
 
전문가들의 해석은 한목소리다. “미투(#MeToo)의 반영이자,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내자는 메시지다. 여성의 역할이 강조됐던 1980년대 패션을 소환했다.” 미국 패션지 보그의 안나 윈투어 편집장 역시 지난 2월 뉴욕패션위크를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패션쇼는 진공 상태에서 따로 노는 행사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반영한다. 지난 몇 달간 가장 큰 문화적 화두는 여성들이고, 그들이 일터에서 어떻게 대접받느냐는 점이다.”
 
이에 화답하듯 셀레브리티들도 미투를 지지하며 슈트를 입고 공식 석상에 나섰다. 지난 1월 그래미상에 이어 3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대표적인 자리였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안나 케드릭은 란제리 스타일의 레이스톱을 받쳐 입은 회색 슈트를, 자넬 모네는 꽃무늬를 수놓은 턱시도 슈트를 레드카펫 의상으로 골랐다. 아카데미에서는 엠마 스톤이 와인색 슈트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여권 신장 힘입어 1932년 첫 여성 바지 정장
 
마크 제이콥스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 더블 브레스트 재킷으로 남성적 실루엣을 강조했다(左), 톰 포드의 2018 봄·여름 컬렉션. 화이트 슈트로 강하면서도 우아한 이미지를 연출했다(右). [퍼스트뷰코리아]

마크 제이콥스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 더블 브레스트 재킷으로 남성적 실루엣을 강조했다(左), 톰 포드의 2018 봄·여름 컬렉션. 화이트 슈트로 강하면서도 우아한 이미지를 연출했다(右). [퍼스트뷰코리아]

작금의 슈트 트렌드를 사회상에 빗대는 건 과장이 아니다. 이미 여자의 슈트는 역사적으로 여성에 대한 인권·권리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첫 여성용 바지 정장이 나온 건 1932년. 프랑스 디자이너 마르셀 로샤스가 20세기 초 미국과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하던 이들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66년 이브 생 로랑이 남자의 턱시도를 여성복으로 변형한 ‘르 스모킹 룩’을 선보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디자이너가 모티브로 삼은 건 당시 한창이던 여성해방운동이었다. 이뿐이랴. 80년대 유행한 파워 슈트 역시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급증한 결과물이다.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는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여성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능력·자신감·책임을 상징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디자인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랄프 로렌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 슈트를 스니커즈와 짝지어 캐주얼하게 스타일링했다. [중앙포토]

랄프 로렌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 슈트를 스니커즈와 짝지어 캐주얼하게 스타일링했다. [중앙포토]

여권 신장이라는 의미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슈트는 일종의 ‘갑옷’이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중성적 이미지로 무언가를 제대로 상대해보겠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한다. 실제 많은 여성 정치인과 공인들이 이 같은 이미지를 차용했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대표적이다. 그가 대선 캠페인 중 컬러풀한 슈트를 골라 입은 건 이미 유명하다. 당시 온라인에선 아예 ‘팬츠슈트 네이션(Pantsuit Nation)’이라는 이름으로 지지 모임이 생겨났다. 이 모임의 대표는 당시 “여성이 슈트를 입는 건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도전과 투쟁이다”라는 발언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백악관 선임고문 이방카 트럼프도 최근 공식 석상에서 슈트를 즐겨 입는다. [AFP=연합뉴스]

백악관 선임고문 이방카 트럼프도 최근 공식 석상에서 슈트를 즐겨 입는다. [AFP=연합뉴스]

최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도 슈트의 이미지를 빌렸다.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그이지만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서의 공식 회의나 방문에서는 더블 브레스트 슈트를 입는다. 지난 1월에는 영국 왕실의 예비 며느리 메건 마클까지 슈트 입기에 동참했다. ‘인데버 펀드 어워즈(Endeavour Fund Awards)’ 행사에 참가하며 알렉산더 매퀸의 슈트를 택했다.
 
 
감색 스트라이프 슈트 + 레드 셔츠 돋보여
 
“사상과 메시지를 담더라도 온건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옷이 돼야 한다.” 슈트를 어떻게 입을 것인가에 대한 서수경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이다. 옷의 의미와 이미지가 어떠하든 입는 사람에 따라 개성을 뽐내고 분위기를 달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미스티’에서 뉴스 앵커 역을 맡은 김남주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캐릭터를 위해 슈트를 주로 착용한다. [중앙포토]

드라마 ‘미스티’에서 뉴스 앵커 역을 맡은 김남주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캐릭터를 위해 슈트를 주로 착용한다. [중앙포토]

공식적이지만 돋보이고 싶을 때는 컬러에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모범적인 예가 드라마 ‘미스티(JTBC)’ 속 김남주의 슈트다. 뉴스 앵커 역을 맡은 그는 냉철하고 야심 많은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를 위해 짙은 감색 스트라이프 슈트에 레드 셔츠를 받쳐 입는다거나, 와인색·하늘색 등으로 아래위를 빼입는다. 컬러 자체가 강렬하다. 또 더블 브레스트(여밈 단추가 두 줄로 달린 디자인) 재킷을 택해 어깨를 강조한다.
 
슈트를 좀 더 편하게 소화하고 싶을 땐 모델 켄달제너처럼 흰색 로고 티셔츠에 흰 운동화를 신는 방법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패니팩을 매도 좋다. 이때 재킷과 바지 품은 살짝 큰 것이 어울린다. 여성복 구호의 김현정 디자인 실장은 “신축성 있는 소재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슈츠를 보다 활동적으로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슈트를 통해 외려 강렬한 여성스러움을 연출할 수도 있다. 화이트나 파스텔 컬러의 슈트를 택하고 안에는 셔츠 대신 레이스톱이나 달라붙는 스팽글 톱을 짝짓는 식이다. 서 스타일리스트는 “더블 브레스트의 경우 단추를 모두 잠근 상태에서 화려한 목걸이나 귀고리로 포인트를 주면 남성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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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