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핵무기 동원한 제3차 세계대전 일어날 수 있다

미·중 전쟁 소설로 쓴 피터 W 싱어
유령함대

유령함대

유령함대
피터 W 싱어,
오거스트 콜 지음
원은주 옮김, 살림
 
후세 역사가들은 20세기 냉전(1947~1991)을 ‘제1차 세계냉전’으로 부를지 모른다. 20세기 냉전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이미 개막했을지도 모르는 미·중 ‘제2차 세계냉전’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불행히도 그 결과는 전쟁일지도 모른다. 『유령함대』는 “이 책은 현실의 트렌드와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쓴 것이나, 미래 예측서가 아닌 소설임을 미리 밝혀둔다”라는 경고로 시작한다. 미·중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주 저자 피터 W 싱어(43)는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공공지식인(2009년)이다.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스쿨(학사), 하버드대(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싱어 박사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나 비디오게임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같은 창작물의 고문 역할을 담당했다. 초당파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New America)에서 ‘전략가’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그에게 테크노스릴러인 『유령함대』는 픽션 데뷔작이다. 저자가 의도한 대로 『유령함대』는 직장인들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의 전작들은 미국 외교·국방·안보 전문가들에게 필독서다. 『유령함대』 또한 필독서가 됐다. 4성 장군에서 초급장교까지 안 읽으면 안 되는 책으로 등극했다. 대중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저자는 미 국방부·의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로부터 초청받아 책 내용의 함의를 설명하러 다녔다.
 
소설이지만 비전문가들의 ‘못 믿겠다’는 반응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400여 개의 주석이 꼼꼼히 달렸다.(불행히도 한글판은 주석을 옮기지 않았다) 『유령함대』에는 부자지간의 갈등, 이중 스파이, 기인(奇人) 같은 기업인, 중국이 점령한 하와이를 탈환하려는 게릴라 전사들이 400여 개 장면을 연출한다. ‘학술이라는 전쟁’의 세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저자가 굳이 소설로 미·중 전쟁의 가능성을 다룬 이유가 궁금해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피터 W 싱어는 21세기 전쟁 전문가다. [사진 NAF]

피터 W 싱어는 21세기 전쟁 전문가다. [사진 NAF]

픽션으로 미·중 전쟁 다룬 이유는?
“픽션은 오늘과 내일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보다 강력한 도구다. 논픽션보다 많은 독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정책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령함대』의 집필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강대국 사이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탐색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수 세대에 걸쳐 강대국 간 전쟁은 없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육·해·공뿐만 아니라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지 다뤘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대화를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다.”
 
 자신 있게 응수한 비판에는 어떤 게 있었나.
“핵보유국 사이에는 전쟁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렇지 않다. 미·중 전쟁이 발발한다면, 핵무기가 사용될 수도,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핵무기가 전쟁 억지력(deterrent)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냉전 기간에도 초강대국들이 전쟁 직전까지 간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한국·베트남·아프가니스탄에서는 초강대국들이 동맹국들의 전쟁에 연루됐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한국·미국·중국·일본은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사이버전쟁의 가능성이 미래전의 양상을 어떻게 복합적으로 바꿔놓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이 전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이 책이 픽션으로 머물기 바란다.”
 
소설 『유령함대』에서 맹활약하는 스텔스 구축함 줌발트. ‘유령함대(ghost fleet)’는 퇴역 상태에 가까운 예비 함대를 뜻한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무기 네트워크가 무력화된 미국은 퇴역 함정과 전투기를 동원해 반격에 나선다. [사진 미 해군]

소설 『유령함대』에서 맹활약하는 스텔스 구축함 줌발트. ‘유령함대(ghost fleet)’는 퇴역 상태에 가까운 예비 함대를 뜻한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무기 네트워크가 무력화된 미국은 퇴역 함정과 전투기를 동원해 반격에 나선다. [사진 미 해군]

중국에서는 어떤 반응이 있었는가.
“중국어판도 나왔다. 중국 인민해방군 매체에서는 이 책에 대한 장문의 서평을 실었다. 미국에서 화제가 된 책이기에 중국 장교들도 이 책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것 같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측 서평자 또한 이 책의 내용이 ‘현실적(realistic)’이라고 인정했다. 아쉬운 점은 그 서평이 약간의 프로파간다로 끝난다는 점이었다. 미국 정부의 어떤 숨은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나는 민간인이다. 미국 군부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소설에서 중국 공산당의 지배가 종식되고 ‘이사회(Directorate)’라는 이름의 군산(軍産) 엘리트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으로 나온다.
“사실 중국에서는 중국이 한국·미국·일본과 전쟁을 벌이는 시나리오를 다룬 대중서들이 많이 나왔다. 그 점에서는 『유령함대』는 큰 논란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탈공산당, 포스트 시진핑(習近平) 시대를 다뤘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이 있었다.”
 
미·중 전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나는 삶에서 불가피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아주 많은 가능성과 경로가 있다. 20세기에는 강대국들 사이의 전쟁이 가능했다. 두 번 일어났다. 냉전은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공포 속에서 전개됐다. 지난 몇십년 동안 미국은 국가들이 아니라 주로 테러 세력, 게릴라 세력과 전쟁을 수행했다. 지금은 국가 간 전쟁이 다시 가능해졌다. 그 가능성을 인식해야 한다.”
 
우주, 사이버전에 이어 지상에서는 하와이에서 전쟁이 발발하는데.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다. 픽션은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실제 미·중 전쟁은 한반도, 남중국해, 대만 인근의 바다에서 시작될 수 있다.”
 
소설 결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미·중 전쟁이 실제로 발발한다면, 어떻게 끝날 것인가.
“소설의 결말과 달리 실제 전쟁에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처럼 무조건 항복으로 끝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결과도 예상할 수 있다. 17세기에서 19세기 유럽 역사에서는 원래의 전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면 적절한 시점에서 조약을 통해 전쟁을 끝냈다. 종전은 개전만큼이나 다양하다. 어떤 전쟁은 결단으로 시작된다. 다른 어떤 전쟁들은 사고나 오판으로 시작한다. 제3차 세계대전 또한 ‘지금이 전쟁을 개시할 좋은 시기다’라는 판단과 결정으로 시작될 수도 있지만, 양측 전함들이 우연히 충돌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쟁을 낳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전쟁의 가능성을 대비할 수 있을까.
“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읽은 독자라면, 내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는 그가 성숙하지도 현명하지도 않은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렵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