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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그만하고 앉아 명상하라

[삶의 방식] 서른네 번째 질문
올해 내 프로젝트 중 하나는 유럽에서 영성과 과학(Spirituality & Science) 관련 포럼을 개최하는 것이다. 해외에 있는 유명기관들과의 협력하에 뇌과학자와 심리학자, 인공지능 연구가, 베스트셀러 작가 등 이 분야에서 잘 알려진 연사들이 참여하기로 결정됐고, 막바지 조율을 진행 중이다.
 
학창시절엔 특별히 과학에 관심이나 소질이 없었던 내가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나의 오랜 탐구와 무관하지 않다. 특별히 한 계기를 꼽으라면 오래전 뇌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관련 책을 우연히 읽게 된 것을 들 수 있겠다. 뇌의 신경경로가 외부의 자극과 학습에 의해 구조 기능적으로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사람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는지, 열려 있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에 오랫동안 매달려 있던 내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고, 창조적인 삶에 대한 희망을 줬다.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성 관련 과학연구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그 분야도 넓어졌다. 명상하는 사람들의 뇌, 공감하는 능력 관련 연구 역시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인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의 한 교수는 명상 초보자들에게 오랜 기간 명상을 하여 특별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뇌 활동 이미지를 보여 주자 이들이 바로 이를 따라 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과학적인 피드백이 영적 생활에도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내면세계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우주의 연결고리도 과학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인체를 이루고 있는 많은 물질은 우주에서 날아온 별 가루들이며, 우리 몸은 고정된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세포들이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우주와 교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몸의 부위에 따라 세포의 수명은 제각각이지만, 지금의 나는 10년 전의 내가 아닌 셈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이 연구내용은 마치 불교이론 같이 들릴 정도다.
 
이처럼 과학은 전통적으로 믿음과 신비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영역에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들여오며 우리 자신과 존재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부하게 해 주고 있다. 좌뇌적 교육을 받은 나 역시 과학은 우주와 삶에 대해 내가 느끼는 경외심을 더욱 깊게 해 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와 영적전통에서 말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깨달음의 경지를 과학적 분석과 좌뇌를 통해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데는 의문이 남는다. 이성이 인류발전의 중심에 있었던 지난 몇 세기 동안 인간은 달에 착륙했고,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전화기를 통해 전 세계 정보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발전의 속성은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들고도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동양의 영적전통을 돌아보게 하고 명상을 통해, 기도를 통해 본마음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유기도 하다. 과학기술을 좋게도, 나쁘게도 사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마음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지극한 사랑과 평화, 지혜로 가는 길은 여전히 내면을 통해 직접 느껴야 하는 듯하다.  
 
최근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아예 일본의 사찰 근처로 이사간 한 사람이 자신의 스승에게 깨달음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스승이 답했다. “말을 그만하고 앉아라. 그리고 명상하라.”
 
이지현 쥴리안 리 앤 컴퍼니 대표·아르스비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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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