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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번호 716 이명박’ 잠 못 이루고 모닝빵 첫 식사

‘716번’.
 
23일 오전 구속 수감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에게 부여된 수용자 번호(수인번호)다. 이 전 대통령은 다른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수용자복(수의) 왼쪽 가슴에 이 번호를 달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와 그에 따른 집행 절차에 담담히 따랐다. 서울 논현동 자택 앞에서 검찰의 K9 승용차에 탑승한 이 전 대통령은 23일 0시18분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구 성동구치소)에 도착했다. 서울구치소에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지난해 9월 27일 이전해 문을 열었다.
 
뇌물 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구속되면서 서울 논현동 자택을 떠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뇌물 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구속되면서 서울 논현동 자택을 떠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은 일반인 구속 피의자와 동일한 입소 절차를 따랐다. 구치소 교도관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확인받은 뒤 신체검사를 받았다. 입고 있던 양복과 소지품 등은 모두 영치됐다. 간단한 신체검사가 끝나고 샤워를 한 뒤 미결수용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왼쪽 가슴에 수용자 번호표를 달고 수용기록부 사진(일명 머그샷)도 찍었다.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된 독거실은 13.07㎡(3.96평·화장실 포함) 넓이다. 박 전 대통령이 머무르는 10.08㎡(3.05평)보다 조금 넓다. 독거실은 구치소에서 가장 높은 12층에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 등을 고려해 12층은 모두 비워놓았다. 방에는 이불·매트리스 등 침구와 TV, 식탁 겸 책상, 싱크대가 비치돼 있다. 일반인 수용자 거실에 있는 것과 동일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수감 절차를 마친 뒤 늦은 시간 자신의 방에 들어간 이 전 대통령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밤을 지새운 그에게 제공된 아침식사 메뉴는 모닝빵과 잼, 양배추 샐러드 등으로 일반인 수용자 메뉴와 똑같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입감 후 구치소 측에 신문 구독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딸 주연씨 등 가족이 구치소를 찾았지만 면회를 하지 못하고 영치금만 넣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구속영장 발부 전 논현동 자택에서 시종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자택에는 저녁 무렵부터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유한국당 권성동·김영우·장제원 의원과 이재오 상임고문 등 측근 40여 명이 모였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9시쯤 2층에서 내려와 이들을 맞았다. 그는 “참 면목이 없다. 여러분이 나라의 기틀을 세우느라 밤새워 일했는데 내가 누를 끼쳐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내 팔자가 이런 걸 어떻게 하겠느냐. 팔자대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대화 중엔 이 전 대통령이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됐던 얘기도 나왔다. 이 고문이 “54년 전에도 감옥에 가시지 않았느냐. 그때는 젊으셨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80이 다 돼서 또 가게 됐다”며 “그때는 내란선동죄로 들어갔는데 이번엔 무슨 비리라고 하니 죄목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과 한 시간쯤 담소를 나누다 오후 10시쯤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이후 넥타이에 정장 차림을 하고 1층으로 내려와 전날 새벽 자필로 쓴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목에서 가족들이 오열하고 측근들도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아들 이시형(40)씨에겐 “왜 이렇게 약하냐. 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11시가 조금 지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이제 가야지”라며 코트를 챙겨 입었다. “밖이 춥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검사들을 집으로 들이지 마라. 내가 밖으로 나가겠다”며 서둘렀다고 한다.
 
측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100명에 가까운 검사가 자연인 이명박의 뒤를 캤고, 그와 인연이 있는 모든 이의 계좌와 통화 내역을 뒤졌다”며 “이렇게 유능한 검사를 동원해 지금 정권 사람의 뒤를 캔다면 감옥행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어코 손에 피를 묻혔다”며 “이 전 대통령은 야차같이 달려드는 검찰의 손아귀에서 형·아내·아들과 사위를 지켜낼 수 없는 77세의 무력한 노인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수기·김경희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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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