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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 될까봐 … 불안이 키우는 발기부전

부부 의사가 쓰는 성의학의 정석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난해 방영된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시즌 12는 한국에서도 제법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도 등장했던 한국의 댄스팀 ‘저스트 저크’가 결선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승에서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쥔 우승자는 놀랍게도 겨우 12세 나이의 소녀 ‘다씨 린(Darci Lynn)’이었다.
 
뛰어난 복화술로 손에 든 생쥐인형의 입을 빌려 노래하는데, 그 어떤 가수도 능가하는 엄청난 가창력에 온 미국이 들썩였다. 필자의 관심은 가창력보다 소녀가 복화술을 시작한 계기에 있었다. 수줍음이 심해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기가 너무 힘들어서 복화술을 배웠다는 아픈 사연이 어린 다씨에게 있었던 것이다.
 
세월을 거슬러, 미국의 명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75)도 비슷한 사연이 있다. 그녀가 세운 여성가수 최다 음반판매 기록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데 그런 명가수도 무려 27년 동안 라이브 무대에 서지 못했던 아픔이 있다. 1967년, 그녀는 공연 중에 노래 가사를 잊어버렸고, 공황에 빠져 연달아 4곡을 실패했다. 이후 ‘또 실패할까봐’ 아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그녀는 1994년이 되어서야 무대에 다시 서게 됐다.
 
수행불안 고민에 빠진 사람들


노래를 너무 잘해 청중의 환호를 받는 두 사람에게도 그런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성기능장애를 돌보는 필자의 진료실에도 ‘다씨’처럼 수줍음과 ‘스트라이샌드’처럼 또 실패할까봐 두려움에 빠진 환자들이 많다.
 
“또 안 될까봐 자꾸 불안해집니다.”
 
20대 후반의 S씨는 발기부전 환자다. 검사를 해보면 특별한 신체적 결함이 없는데 발기부전에 빠진 것이다. 그의 가장 큰 이슈는 수행불안(performance anxiety)이다. 특정한 일을 수행할 때 실패가 두려워 긴장상태에 빠지면 불안감에 가슴이 뛰고 경직되는 등 신체기능을 뜻대로 조절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완전히 일을 망치게 된다. 조루나 발기부전 등 성기능장애 환자들이 스트라이샌드처럼 수행불안을 겪는 경우가 꽤 많다. 특히 젊은 남성의 경우 ‘다씨’처럼 상대 앞에 수줍어하는 남성, 처음 겪는 성행위에 긴장하는 남성 등이 긴장성으로 인해 실패를 많이 한다. 첫 실패 이후 또 제대로 안 될까봐 극도의 수행불안에 빠져서 말이다.
 
“제가 남성호르몬도 치료했는데 여전히 발기가 안 돼서….”
 
결국 필자를 찾은 40대 후반의 K씨는 신체적으로도 호르몬 등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운동도 하고 다른 곳에서 호르몬치료 등을 받았는데도 큰 효과가 없었다. 그런 그가 놓친 것은 수행불안이다. 원래 신체적 원인이 발기부전을 일으켰지만 이후 따라붙는 수행불안을 함께 다스리지 않으니 여전히 발기부전인 것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20~30대 환자의 대부분은 심인성 발기부전, 즉 수행불안으로 발기가 안 되는 경우다. 이에 반해 40대 이후의 남성들은 신체적 원인이 더 우세하지만 신체 문제가 주 원인인 경우에도 처음 발기에 실패한 뒤 수행불안이 겹치면 발기능이 더 악화되므로 이 부분도 다루는 게 옳다.
 
수행불안은 누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더 심해진다. 이미 안 되기 시작한 S씨나 K씨나 침대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부담스러운 무대이고, 여성은 자신을 평가하는 관객인 셈이다. 즐거워야 할 성행위를 두고 여성을 만족시켜야 하는 임무라고 느끼면 성기능은 더 저하된다.
 
그런데 왜 수행불안이라는 심리상태가 발기라는 신체반응을 흔들어놓을까. 우리가 긴장한다고 뼈가 부서지진 않는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신체기능들은 긴장과 불안 등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긴장할 때 나타나는 심계항진, 다한증 등이 좋은 예다. 실제로 조루나 발기부전의 환자 중 다한증이나 과민성 대장증상이 많은 이유도 같은 이치다.
 
긴장·불안 등에 따라 자율신경계를 구성하는 교감신경은 항진되고 교감신경은 사정과 발기에 영향을 준다. 사정은 교감신경이 관장하는데, 긴장에 따른 교감신경의 상승이 조루를 만든다. 반면 수행불안·긴장 등으로 교감신경이 상승하면 이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 강력한 혈관수축 작용으로 발기혈관을 수축시켜버리니 혈류량이 제한되어 빵빵해야할 남성의 성기가 바람 빠진 타이어 꼴이 되고 만다.
 

몸과 마음은 따로가 아니다
 
흔히 성기능장애가 오면 그 원인이 신체적인지 심리적인지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개념이다. 애초에 발기반응을 그저 성기의 반응으로만 국한해서 생각하는 관점도 틀린 것이다. 발기부전 등 성기능장애는 단순 성기장애가 아니다. 성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못보고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다른 데서는 저보고 자신감을 가지면 될 거라던데요.”
 
수행불안은 단순히 격려와 용기를 가지란 말로 바뀌지 않는다. 수행불안은 불안자체를 다스리기 위해 심리치료나 항불안제를 쓰기도 하지만, 수행불안이 신체적으로 발기를 억제하는 앞서 언급한 자율신경계 등 관련된 신체화 기전을 개선시켜야 실제 발기의 안정화로 치료될 수 있다.
 
심지어 발기약을 먹으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란 말도 듣는다 한다. 하지만, 발기약은 자신감을 만드는 심리치료제가 아니다. 아울러 시중에서 쉽게 구하는 발기약이나 발기주사는 인공발기를 도와줄 뿐, 발기약 자체가 발기부전의 원인을 고치는 약이 아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치료를 내버려두고 인공발기에 급급한 환자나 의료진을 보면 필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어떤 질병도 치료의 근본 원칙은 원인치료다. 더욱이 성기능장애는 그 사람의 심리적 요소, 신체적 요소, 인간관계적 요소가 모두 개입되기에 이를 두루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다양한 임상분야를 필요로 하는 성의학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의료진이 무작정 발기약이나 발기주사 위주의 처방만 하다보니 원인은 방치된다. 제대로 개선되려면 수행불안부터 성기능에 영향을 주는 혈관·호르몬·신경 등 갖가지 신체적 원인을 두루 다뤄야 하는 것이다. 성생활은 당사자의 심신의 요소, 관객과의 조화 등이 모두 개입된 오케스트라라서 그렇다. 적어도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무대불안에 27년 동안 무대를 피해버린 스트라이샌드 보다, 수줍음 문제에 복화술을 배우며 극복하고자 했던 불과 12세 꼬마 ‘다씨’처럼 극복의 의지를 갖고 제대로 원인부터 고쳐나가는 자세가 더 바람직하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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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