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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신제품 사케 코시노칸바이 전통 깨 … 파란병에 청량함 가미 ‘젊은 입맛’ 사로잡았죠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雪國)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처럼 일본 니가타(新潟)는 눈의 고장이다.
 

일본 이시모토 주조 사장
4대에 걸쳐 111년째 이어진 가업
회사 물려받자마자 홈피 만들어
좋은 쌀·재료 쓰는 원칙 양보 안해
맛 유지 위해 전 직원들 함께 식사

이시모토 다츠노리 사장

이시모토 다츠노리 사장

3월 중순인데도 눈이 1m씩 쌓이고, 니가타시를 관통하는 시나노 강은 눈 녹은 물로 만수위를 기록한다.
 
눈이 녹은 물과 그 물로 키운 쌀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것이 일본 최고의 ‘지자케(地酒)’로 치는 니가타 사케(酒)다. ‘지역의 명주’란 뜻의 지자케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해당 지역에서 주로 소비됐다.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고급술 수요가 늘면서 지자케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수백 년 동안 ‘탄레이가라구치(淡麗辛口, 은은하고 깔끔한 맛)’라는 전통을 간직한 니가타 술은 이후 일본 명주로 자리 잡았다.
 
니가타 사케는 일본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 중이다. 2016년 니가타 현의 사케 수출량은 약 2500㎘로 10년 전보다 4배 늘었다. 720ml 기준으로 약 330만병이다. 특히 니가타 3대 사케로 치는 ‘코시노칸바이(越乃寒梅)’, ‘구보타(久保田)’, ‘핫카이산(八海山)’ 등 프리미엄 사케는 한국을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 고급 술로 자리 잡으며, 고가에 판매 중이다.
 
이시모토 주조 직원들이 누룩을 만들고 있다. [사진 이시모토 주조]

이시모토 주조 직원들이 누룩을 만들고 있다. [사진 이시모토 주조]

일본 전체로 보면 지난해 사케 수출액은 1900억원 규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6년 막걸리 수출액은 약 130억원이었다.
 
니가타현 주조조합이 2004년 시작한 ‘사케노진(酒の陣)’은 사케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도 지난 10일~11일 니가타에서 열린 사케노진은 관광객 14만명이 몰려드는 일본 최고의 술 축제다. 주최 측이 입구에서 일일이 입장객 수를 센 숫자다. 한국 사케 애호가들의 참가도 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부터 ‘사케노진’ 여행상품을 판매 중이다.
 
코시노칸바이는 젊은 층에 어필하려 게임 에 브랜드를 노출한다.

코시노칸바이는 젊은 층에 어필하려 게임 에 브랜드를 노출한다.

‘코시노칸바이’를 만드는 이시모토 주조(石本酒造)는 1907년 주조를 연 이래 100여 년이 넘게 ‘일본 최고의 사케’라는 명성을 잇고 있다. 2차대전이 끝나갈 때쯤 쌀이 부족하자 일본 정부는 주조장에 ‘삼배증량주’ 정책을 강요했다. 알코올과 조미료를 섞은 술로, 순 쌀로만 만든 ‘준마이(純米)’와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당시 사장이던 이시모토 쇼고는 “삼증주는 만들지 않겠다”며 한때 문을 닫기도 했다. 이후 가족이 먹을 쌀까지 아껴가며 고유의 사케를 지켜냈다.
 
코시노칸바이 중 최고급 사케인 ‘코시노 칸바이 쵸토쿠센’. [사진 니혼슈코리아]

코시노칸바이 중 최고급 사케인 ‘코시노 칸바이 쵸토쿠센’. [사진 니혼슈코리아]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시모토 다츠노리(51) 사장은 2003년 주조를 이어받았다. 그는 아버지에게 주조장을 물려받자마자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지역의 술로 지역 사람에게 우선으로 판다’는 전통을 깨는 파격이었다. 지난해엔 45년 만에 신제품 ‘사이(灑)’를 내놓았다. 젊은 층을 겨냥해 파란색 병에 라벨을 붙였다. 지난 9일 이시모토 다츠노리 사장을 본사가 있는 니가타시 키야야마(北山)에서 만났다. 그는 사케노진 참여 한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직접 코시노칸바이를 직접 소개했다.
 
다음은 이시모토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국 관광객들의 사케 주조장 방문이 자주 있는 편인가.
“한국 영사관 직원 외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일본인에게도 주조장을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외부의 세균 등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층에 있는 술 익는 과정을 직접 보려면 장화를 세 번 갈아 신어야 한다.”
 
요즘 일본 젊은 층은 사케보단 맥주 등 다른 술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사케 소비가 줄고 있는 건 맞다. 단맛을 내는 사케, 스파클링 사케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시노칸바이는 전통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변화를 시도하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45년 만에 낸 신제품은 준마이(純米) 주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청량한 맛을 가미했다. 젊은 층 반응이 좋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전략은.
“사케는 이제 막 글로벌로 나가고 있다. 근래 한국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사케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을 것이다. 수입할 때 관세 등이 붙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가격억제 정책을 쓰고 있다. 쌀 등 원재료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고급 사케인 코시노칸바이도 900엔(약 9000원)에서 3000엔(약 3만원) 사이로 판매되고 있다.”
 
4대째 지켜오는 전통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좋은 쌀을 써야 한다. 니가타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특별 재배한 쌀을 원료로 쓴다. 또 재료와 사람과의 궁합도 필요하다. 전 직원이 회사 식당에 모여 같이 식사를 한다. 매 끼니 똑같은 것을 먹고, 똑같은 입맛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래야 늘 같은 맛을 내는 술을 만들 수 있다.”
 
술을 만드는 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은.
"늘 한결같은 술을 만들 순 없겠지만, 그러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지금의 토지(杜氏, 사케 장인)인 다케우치 신니치는 31년째 술을 만들고 있다. 또 70년대 지자케 열풍이 불었지만, 우리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지난해 출시한 사이는 110년 동안 우리가 내놓은 일곱 번째 사케다.”
 
코시노칸바이의 지향점은.
"술은 혼자 돋보일 수 없다.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술이 좋은 술이다. 그래서 코시노칸바이는 앞장서지 않는다. 영화로 치면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 되고 싶다.”
 
◆코시노칸바이(越乃寒梅)
니가타 3대 사케 중 하나다. 1910년 문을 연 이시모토주조(石本酒造)가 4대째 생산하고 있다. 사케(酒)는 원래 일본 술을 총칭했지만, 지금은 쌀로 빚은 술을 뜻한다. 누룩을 만들기 위해 깎아내고 남은 쌀의 비율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50% 이하를 ‘다이긴조’, 50~60%를 ‘긴조’로 부른다.

 
니가타=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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