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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세균 의장 “‘대독 총리’ 말 나온 건 대통령 권력 집중 때문”

정세균 국회의장이 21일 국회의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21일 국회의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22일 “헌법상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을 갖고 있지만 입법부가 발의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성공적인 개헌이 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9차례 개헌 역사를 보더라도 국회에서 개헌을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더 잘 받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금이야말로 제 정파 책임자들 결단해야 할 때” 강조
“대통령 개헌 발의권 없는 나라 더 많아…권한 집중 방증”

정 의장은 또 “이번 개헌의 핵심은 분권으로, 권력 분산 없는 개헌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나누지 않고 대통령 임기를 현행 5년에서 8년으로 늘리면 이것은 개악”이라고 말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가운데)이 22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개헌과 관련해 얘기를 나눈 후 의장실을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가운데)이 22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개헌과 관련해 얘기를 나눈 후 의장실을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22일 대통령 개헌안을 전달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비공개 면담에서도 “현행 헌법상에도 총리에 상당한 권한이 주어져 있지만 ‘대독 총리’ ‘의전 총리’ 같은 말이 나온 건 대통령이나 청와대 비서진들에게 지나치게 비대한 권한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국회 한 관계자는 “정 의장은 한 수석에게 ‘실질적 권한 분산 없는, 내용 없는 개헌이 되면 국민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병도 정무수석 만나 “실질적 분권 없으면 기대치 미흡 우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반대 속에 26일 개헌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26일 발의되면 개헌안은 공고(20일 이상) 이후 5월 25일(60일 이내)까지 국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 116석으로 개헌 저지선인 3분의 1 이상 의석수를 가진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발의안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가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 의장은 대통령 발의안의 부결 가능성에 대해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며 “그러기 전에 국회가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제 정파 책임자들이 결단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임기 2년을 마치게 되는 정 의장은 “정부와의 협치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비교적 잘 하고 있지만 협치가 잘 안 된 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21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했다. 22일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과거 역사 보더라도 국회 개헌 발의가 가장 자연스럽고 성공”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변선구 기자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변선구 기자

‘국회 개헌 주도론’을 펴고 있는데 이유가 뭔가.
대통령 발의권이 헌법에 있지만 입법부와 연결되지 않은 발의안은 성공 가능성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이나 독일 등 개헌 발의권이 의회만 있고 대통령에게 없는 나라가 훨씬 더 많다. 그러니까 그런 것도 우리 대통령 권한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거다.
대통령 개헌안이 26일 발의되면 국회에서 부결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국회가 합의안을 만들면 새로운 개헌 로드맵에 대해 대통령도 양해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제 임기 중에 꼭 개헌이 되길 바라지만 아니라면 적어도 20대 국회에는 꼭 돼야 한다.
대통령은 개헌안을 내놓으며 대국민 약속이라고 강조하는데.
과거 우리가 9차례 개헌 했는데 6차례는 권력자들이 자신 필요에 의해 했고 3차례는 국회가 중심이 돼서 했다. 한번은 부칙만 조금 고친 것이어서 별 의미가 없고 1960년 4ㆍ19 혁명 이후, 그리고 1987년 6ㆍ10 민주항쟁 이후 개헌을 했는데, 그 두번이야말로 국민 뜻을 받들어 한 개헌이다. 이렇게 역사를 보더라도 국회 쪽에서 개헌하는 것이 국민 뜻을 더 잘 받드는 모양새가 된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 분산 없이 임기만 8년 늘리면 개악”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변선구 기자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변선구 기자

이번 개헌의 핵심은 뭔가.
원래 개헌 논의의 출발점이 ‘분권’이다. 대통령ㆍ행정부의 집중된 권력을 나누는 수평적 분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력을 재배분하는 수직적 분산, 이런 핵심이 빠진 개헌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걸 수용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5년 단임제건, 4년 연임제건 전제조건은 분권이다.
대통령 권한 분산 방안으로 국무총리 국회추천권 논의가 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고 국회가 인준(임명동의)하는 형태인데, 거기서 진일보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천이 안 됐다. 국회 다수의 추천을 받은 총리라면 책임총리 구현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납득이 가는 얘기다.
여당이 공개적으로는 총리 국회 추천제에 반대하지만 상당수는 공감대가 있다던데.
그러니까 그 방울을 다는 게 누구냐. 그게 각 정파의 책임자다. 뻔히 알면서 그걸 못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 대목에서 허리를 곧추세워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300명 중 90% 이상이 개헌하자고 하는데 계속 표류만 시키는 것은 각 정파 책임 있는 지도부의 부족함이라고 본다. 각 정파 책임자들은 책임 있게 결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가 가장 좋을 듯”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변선구 기자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변선구 기자

개헌과 선거제 논의가 맞물려 논의가 어렵다고도 하는데 여야를 만족시키는 의장의 묘수가 있는가.
(웃으면서)있어도 이 자리에선 말 못한다. 이해관계를 조정하면 뭔가 접점을 찾을 수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달 초 개헌 토론회에서 상하 양원제 도입론을 주장했다.
문제는 국민 동의를 얻는 일이다. 양원제 도입 과정에서 의석수 증가 가능성도 있는데, 국회가 제 밥값을 하면 국민이 수용해주겠지만 지금 국회가 신뢰를 못 받고 있어서 양원제 등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선호하는 정부형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적절하지 않나 본다. 4년 중임제와 합쳐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가 가장 좋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좀더 정성 들여 국회와 협치하는 노력해야”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변선구 기자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변선구 기자

20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고 있는 정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29일 종료된다.  
차기 의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협치다. 제가 국회 내 협치는 어느 정도 이뤄왔다고 생각하는데 정부와의 협치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비교적 잘 하는 편인데, 결과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정부가 좀더 국회 친화적이고 정성을 들여서 국회와 협치하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옳은 일이라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고 사전에 소통도 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들과는 소통을 잘 하는데, 국회와의 소통은 그랬다고 보기 어렵잖은가.
문 대통령과 소통은 어떤가.
취임 후 딱 한 번 통화했다. 지난해 9월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인준 투표를 앞두고 문 대통령이 해외 출장을 가면서다. 저는 무소속 의장이니까 입법부로서 위치를 잘 지키는 게 맞다고 본다. 
 
김형구ㆍ하준호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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