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한국차 한 명이 6억 벌때, 英 복스홀차는 24억 번다

노동생산성 비교해보니…한국차 6억 벌 때 영국차 24억 벌어 
닛산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생산 중인 SUV 캐시카이. [사진 닛산]

닛산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생산 중인 SUV 캐시카이. [사진 닛산]

 
영국 정부는 자동차 제조국의 노동 현황을 조사하면서 한국의 노동경쟁력이 크게 낮다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이들의 평가에 따르면 노동경쟁력은 25개 자동차 제조국 중에서 영국은 1위, 한국은 24위였다. <본지 2017년 12월 8일 1면>

후진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하>

 
 
중앙일보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영국의 3개사(복스홀·재규어랜드로버·닛산 영국법인)와 한국 3개사(현대차·기아차·한국GM)에 최근 5년 치 실적을 요청했다. 확인 결과, 모든 항목에서 한국 자동차 공장의 노동경쟁력은 영국에 상당히 뒤처졌다.
 
 
특히 한국의 인건비 비중이 컸다. 현대차 등 국내 3사의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2.8%다. 하지만 영국 공장(복스홀·닛산영국법인) 이 비율은 6.1%로 한국에 절반도 안됐다. 1000만원짜리 차를 팔 경우 영국 기업이 인건비로 61만원을 쓸 때, 한국 기업은 128만원을 투입한다는 뜻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건비율이 높을수록 가격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인건비가 많이 들어갈수록 연구개발비(R&D) 등 미래차 기술 확보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인건비율이 높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근로자 1인당 매출액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1명의 근로자가 연간 6억4400만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가장 생산성이 높은 복스홀자동차(24억1000만원)와 비교하면 27%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 근로자가 자동차 1대를 만들 때, 복스홀자동차는 4대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 밖에 노동자 1인당 연평균 자동차 생산량 등 다른 노동생산성 지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코벤트리 소재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디비전 공장에는 다양한 클래식카를 보유한 소장고가 있다. 문희철 기자.

영국 코벤트리 소재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디비전 공장에는 다양한 클래식카를 보유한 소장고가 있다. 문희철 기자.

 
영국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린 배경엔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자리한다. 시계추 중재(pendulum arbitration)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중재위원이 노사 양측 주장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중재 제도다.
 
닛산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생산 중인 SUV 캐시카이. [사진 닛산]

닛산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생산 중인 SUV 캐시카이. [사진 닛산]

 
임금인상률을 두고 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때, 영국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독립기관인 자문조정중재위원회(ACAS)에게 시계추 중재 권한이 주어진다. ACAS는 노사 양측에게 각각 원하는 임금인상률과 그렇게 제시한 근거를 요구한다. 예컨대 노조가 5% 인상, 사측이 1% 인상을 요구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자문조정중재위원장은 양측 주장 중 딱 하나만 고를 수 있다. 적절히 3%를 인상하라고 결정할 수는 없다. 이는 노사 양측이 비성적인 임금인상률을 요구하는 관행을 제거했다.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인상률을 제시하면 중재위원장은 상대편의 주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밀균형(secret balance) 제도도 있다. 영국은 노조가 파업을 위한 무기명 찬반투표를 할 때 정부가 일종의 선거관리위원회 역할을 한다. 과거 노조에게 선거를 맡겼을 때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선동적인 노조 집행부가 당선되면, 파업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일부 공장은 파업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은근히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영국 코벤트리 소재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디비전 공장에서 섀시를 수리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 근로자들. 문희철 기자.

영국 코벤트리 소재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디비전 공장에서 섀시를 수리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 근로자들. 문희철 기자.

 
노동자들이 정말 파업을 원하는 상황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영국 정부는 직접 무기명 찬반투표를 주도한다. 최근 10년 동안 영국 24개 완성차 공장이 딱 1차례만 파업했던 제도적 배경이다.
 
또 단일노조협정(single union agreement)이란 것도 노사화합에 일조했다. 이는 1개 공장마다 하나의 노조(one single union)만 설립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정이다. 1986년에 닛산자동차가 영국 타인위어주(州) 선덜랜드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처음 도입했는데, 노조 간 파벌 싸움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영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덕분에 노조는 사측과 협상할 때 교섭력이 커졌고, 사측도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단일테이블 교섭을 자연스럽게 도입했다.  
 
복스홀자동차 영국공장은 3000여명의 직접고용 일자리를 창출한다. [사진 복스홀]

복스홀자동차 영국공장은 3000여명의 직접고용 일자리를 창출한다. [사진 복스홀]

 
공장조장책임제도(foreman system)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이 제도는 공장 생산라인의 현장감·조립반장에게 인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생산라인에서 불량품이 발생하거나 생산성이 하락하면 실수한 개인 근로자가 전적으로 책임졌다.  
 
이에 비해 공장조장책임제도는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조장이 원하는 근로자를 직접 뽑아 자신의 조에 배치하면, 자신의 맡은 설비 생산성이 하락할 경우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장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려고 조원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교육을 지속하게 된다.  
 
영국 코벤트리 소재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디비전 공장의 트림숍(Trim Shop)에서 수작업으로 도어트림에 가죽을 씌우고 있는 공장 근로자들. 문희철 기자.

영국 코벤트리 소재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디비전 공장의 트림숍(Trim Shop)에서 수작업으로 도어트림에 가죽을 씌우고 있는 공장 근로자들. 문희철 기자.

 
35년 동안 자동차 산업을 컨설팅한 이안 헨리 오토어낼러시스 대표는 영국 노사 제도를 소개하면서 “4가지 제도가 영국 자동차 산업에 안착하면서 노사관계를 혁신하고 한때 하락했던 노동생산성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햄스테드(영국) = 문희철 기자, 서울= 김도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