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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축하말라’ NSC 메모 유출 격분…정보누설과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당선 축하 통화를 한 후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실무 오찬 도중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릭 페리 에너지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사임할 예정인 게리 콘 경제보좌관이 앉아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당선 축하 통화를 한 후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실무 오찬 도중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릭 페리 에너지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사임할 예정인 게리 콘 경제보좌관이 앉아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 내부의 정보유출에 또 한 번 발끈했다. 이번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1일 통화 당시 “(당선을) 축하 말라”는 국가안보회의(NSC) 기밀 메모가 공개된 데 대해서다. “안보팀 내 내 권위를 의도적으로 손상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존 켈리 비서실장을 통해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 이르면 22일 강도 높은 조치를 할 예정이다. 취임 초부터 시시콜콜한 신상까지 언론에 생중계되는데 직원들의 보안각서까지 받았지만 새는 구멍을 막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보팀내 권위 실추시키려는 세력 있다"
케리 비서실장 통해 이르면 22일 유출자 조치
NSC 극소수만 접근권, 맥매스터 입지에 파장

기업처럼 백악관 직원에 '비공개 의무' 각서,
초안엔 위반 때 1000만(106억) 벌금 조항도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지난 20일 통화 당시 갖고 있던 국가안보회의(NSC)의 발언 내용 보고서에 “축하하지 말라(DO NOT CONGRATULATE)”고 대문자로 적힌 메모가 포함돼 있었지만 무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였다. 
WP는 보고서엔 메모 외에 러시아가 영국에서 러시아 전직 스파이와 그의 딸을 신경가스로 독살하려고 기도한 걸 비판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지만 따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 직후 “그의 선거 승리에 대해 축하했고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기로 했다”는 내용만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WP가 내용에 정통한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기밀에 해당하는 NSC의 해외 정상과의 통화 준비보고서 내용을 처음 보도한 건 오후 7시, 오전 10시 30분 전화통화로부터 8시간여 뒤였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이나 신경가스 독살 기도 같은 현안은 일언반구없이 “독재자의 승리를 축하했다”는 비난이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윗을 통해 “미국 대통령이 독재자의 가짜 선거 승리를 축하해서는 자유 세계를 이끌지 못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투표권을 거부당한 러시아 시민들을 모욕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소수만 알고 있던 NSC 메모 유출에 곧바로 격앙했다. 백악관 내 측근과 외부 조언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정보유출자인지 직접 탐문조사에 들어갔다. 존 켈리 비서실장도 비밀 보고서 내용유출에 분노해 공식 보안조사에 착수했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이번 사건으로 국가안보팀 내에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하려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개인들이 있다는 평소 의심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21일 트윗을 통해 푸틴과 통화 비난 여론에 대한 직접 대응에도 나섰다. “과거 오바마도 그에게 전화해 축하했는데 가짜 뉴스들은 내가 그를 비난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미친 듯 화를 낸다”며 “그들이 틀렸다. 러시아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이슬람국가(ISIS), 이란, 심지어 장래 군비경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힘을 통한 평화!”라고도 적었다.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해외 정상과 통화내용이 유출된 적은 있었다. 지난해 2월 취임 6일 만에 맬컴턴불 호주 총리에게 전임 오바마 정부의 난민 수용 합의와 관련해 “멍청한 합의”, “불쾌한 통화” 등 막말만 한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는 내용이 낱낱이 공개된 적도 있다. 두 정상은 하지만 그 이후 수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환상적 사이”라며 관계를 복원했다.
 
트럼프 경질 후보 1순위 맥매스터 메모 유출로 물러나나 
하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과 통화 자리엔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경질 리스트 1순위에 올라있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배석했기 때문이다. 유출자가 누구로 밝혀지던지 NSC 내부 인사일 가능성이 높아 이번 사태가 맥매스터 보좌관의 입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NSC 보고서 내용은 하위 직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이 아니어서 고위 관리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재벌이자 TV 리얼리티쇼 스타이던 시절부터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 누설에 민감했다. 트럼프 재단 시절 직원을 고용할 때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벌금이 포함된 각서를 받았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직원들에게도 이와 유사한, 비밀이 아닌 일반적 내용이라도 누설해선 안 된다는 ‘비공개 의무 각서’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취임 수개월 뒤 목욕용 가운은 뭘 입었는지, TV 시청 습관은 어떤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공개되자 분통을 터뜨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일부 초안엔 기업 시절 종업원에게 위반 시 엄청난 벌금을 물리겠다고 협박했던 것처럼 매회 1000만 달러(106억 5000만원)의 벌금을 매기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고 한다. 트럼프 개인 변호사가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대통령과 관계를 누설할 경우 2000만 달러를 물어야 한다는 합의서를 받은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하지만 도널드 맥겐 법률고문이 연방 공무원에게 그런 식의 각서 집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지난해 4월부터 처벌조항을 뺀 보안각서를 사용해 왔다. 결국 각서도 참모에 귀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언론에 정보를 유출하는 '내부 제보' 행렬을 막진 못한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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