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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 또 다른 베트남의 맛, 성수동 '하노이102'

하노이102 2층의 창가 테이블. 거의 모든 벽에 창이 있고 볕이 잘 드는 구조라 점심시간엔 어디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온다. 넴(튀김만두)이 담겨 있는 라탄 바구니는 베트남에서 직접 구입해 온 것.

하노이102 2층의 창가 테이블. 거의 모든 벽에 창이 있고 볕이 잘 드는 구조라 점심시간엔 어디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온다. 넴(튀김만두)이 담겨 있는 라탄 바구니는 베트남에서 직접 구입해 온 것.

쌀국수 중심, 유명 체인 일변도였던 베트남식 레스토랑이 다양해지고 있다. 분짜(차가운 소스에 쌀국수면·야채·고기를 적셔 먹는 음식), 반미(샌드위치), 반쎄오(베트남식 부침개) 등 주력 메뉴가 세분화됐다. 각기 개성을 살린 레스토랑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지만 홍보전략은 대개 일치한다. 얼마나 더 ‘현지 음식’에 가까운지, 얼마나 더 ‘정통’ 베트남식인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성수동에 문을 연 ‘하노이102’는 조금 다르다. 대표 부부가 하노이에서 7년 동안 살다 왔지만 ‘정통’을 강조하진 않는다. 다만 그들이 수년간 현지에 살며 찾아낸, 한국인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베트남 음식을 만든다. 오픈 8개월 만에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해시태그 1500개(영문까지 합치면 약 1800여 개)를 돌파한 화제의 쌀국수집, 하노이102를 직접 찾아가 봤다.
 
하노이102의 외관. 붉은 벽돌의 2층 가정집을 개조했다. [사진 하노이102]

하노이102의 외관. 붉은 벽돌의 2층 가정집을 개조했다. [사진 하노이102]

하노이102는 뚝섬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서울숲역 4번 출구에서도 비슷하게 걸린다. 외관은 평범한 가정집이다. 4~5층 건물에 둘러싸인 2층짜리 붉은 벽돌집이 보인다면 제대로 찾아온 거다. 가게 이름이 크게 적힌 간판 대신,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가정집을 개조한 형태이기 때문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식당’의 모습은 아니다. 간판 속 여성의 초상화와 한 번 더 인사하고, 호텔 리셉션 데스크를 연상시키는 카운터를 지나면 테이블이 보인다. 하얗게 칠해진 내벽과 흑백이 교차된 타일 바닥, 짙은 색 나무 테이블과 의자의 조합이 정갈하다. 커다란 갓을 쓴 조명이나 큼직하게 트인 격자무늬 창, 그 너머로 보이는 테라스 등이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하노이102가 인스타에서 ‘핫’해진 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덕이 컸다.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보이는 장면. 간판에 사용된 초상화 원본을 걸어두었다. 베트남의 전통 머리와 의상을 한 여성의 그림은 베트남 거리의 초상화 가게에서 구입한 것이다.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보이는 장면. 간판에 사용된 초상화 원본을 걸어두었다. 베트남의 전통 머리와 의상을 한 여성의 그림은 베트남 거리의 초상화 가게에서 구입한 것이다.

하노이의 한 오래된 호텔 라운지를 오마주한 1층 인테리어. 고풍스러운 프랑스풍에 베트남의 정취를 더했다.

하노이의 한 오래된 호텔 라운지를 오마주한 1층 인테리어. 고풍스러운 프랑스풍에 베트남의 정취를 더했다.

하노이102의 백두환(40) 대표는 “원하는 분위기를 이해시키기 위해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함께 베트남에 다녀올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7년간 주재원 생활을 했던 백 대표의 머릿속에는 재현하고 싶은 이미지가 분명했다. 1층은 하노이의 오래된 호텔 라운지를 오마주했고, 3개의 룸으로 나뉜 2층은 가정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의 절반 이상, 크고 작은 장식품, 조명, 간판의 초상화까지 베트남에서 직접 가져왔다. 격자 창틀에 세로로 길게 달린 황금색 손잡이 겸 잠금장치도 한국에선 아예 생산되지 않는 제품이다.
 
창문마다 달린 금장 손잡이 겸 잠금장치도 백 대표가 개수를 맞춰 베트남에서 사들고 온 것이다. 무게가 만만치 않아 들여올 때 고생을 했다고.

창문마다 달린 금장 손잡이 겸 잠금장치도 백 대표가 개수를 맞춰 베트남에서 사들고 온 것이다. 무게가 만만치 않아 들여올 때 고생을 했다고.

“프랑스 강점기의 영향으로, 베트남의 오래된 건물들은 대부분 프랑스 양식을 간직하고 있어요. 그래서 콘셉트를 ‘프렌치 앤티크’로 정하고 가구와 소품을 채워나갔죠.”  

 
2층에 마련된 간이주방. 덕분에 2층 손님들에게 그릇·컵·수저·소스 등을 빠르게 서빙할 수 있다. 뒷 벽에 전면으로 뚫린 창 덕분에 하노이102의 대표적인 포토스팟으로도 꼽힌다.

2층에 마련된 간이주방. 덕분에 2층 손님들에게 그릇·컵·수저·소스 등을 빠르게 서빙할 수 있다. 뒷 벽에 전면으로 뚫린 창 덕분에 하노이102의 대표적인 포토스팟으로도 꼽힌다.

가정집으로 만들어진 건물을 개조하면서 방을 나누던 구조는 그대로 두었다. 각 방마다 테이블을 3~4개씩 놓아 분리된 느낌을 준다.

가정집으로 만들어진 건물을 개조하면서 방을 나누던 구조는 그대로 두었다. 각 방마다 테이블을 3~4개씩 놓아 분리된 느낌을 준다.

하노이102는 백 대표의 첫 식당이 아니다. 그는 한국에 돌아온 뒤 회사를 그만 두고 2015년 12월 성수동에 한식당 ‘할머니의 레시피’를 열었다. 소박한 가정식 밥집을 내세운 할머니의 레시피는 천천히 입소문을 타면서 성수동 맛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2018 미쉐린가이드에도 소개됐다.  
한식당을 성공시킨 뒤 베트남식까지. 평범한 직장인이던 백 대표는 어쩌다 요식업에 뛰어들었을까. 그는 외국 생활의 영향이 컸다고 말한다. “외국에 살면 자연스럽게 요리를 많이 하게 돼요. 주재원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식을 대접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할머니의 레시피를 차리게 됐죠.”
백 대표는 현지에서 만나는 한국인 중 음식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베트남 음식은 대체로 간간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아서 향신 재료의 양만 조절하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아요.” 3년 전 할머니의 레시피를 열 때부터 추후 베트남식당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백 대표는 주방장 역할도 겸한다. 모든 요리를 기초 재료부터 직접 준비한다. 육수도 직접 끓이고 넴도 하나하나 라이스페이퍼를 말아서 만든다.  
하노이102를 ‘베트남 가정식’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지만 백 대표는 실제 가정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 베트남에선 쌀국수를 집에서 잘 안 먹어요. 밖에서 먹는 게 훨씬 더 저렴하고 편하거든요.” 백 대표 부부는 외식 문화가 발달한 베트남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던 메뉴 다섯 가지를 하노이102로 가져왔다. 쌀국수·분짜·반미·넴(튀김만두)·껌스언(돼지고기 덮밥)이다. 쌀국수가 한 그릇에 9000원, 분짜는 1만7000원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하노이102의 한상차림. 분짜와 넴, 쌀국수가 보인다. 철판을 이용해 김이 올라올 정도로 따뜻하게 서빙되는 고기와 숙주나물이 하노이102 분짜의 특징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하노이102의 한상차림. 분짜와 넴, 쌀국수가 보인다. 철판을 이용해 김이 올라올 정도로 따뜻하게 서빙되는 고기와 숙주나물이 하노이102 분짜의 특징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분짜다. 고기를 철판 위에 지글거리는 채로 내놓는다는 점이 다른 식당과 다르다. 이를 두고 ‘정통 하노이식이 아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베트남 길거리에서 파는 일반적인 분짜는 한 그릇에 소스와 고기가 담겨 나오고 분(쌀국수)과 야채를 담가먹는 형식이다. “아내와 즐겨가던 레스토랑은 분짜 고기를 철판에 올려 줬어요. 한식도 집집마다 먹는 법은 조금씩 다르잖아요. 아내는 그 방식으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정통은 아닐지 몰라도,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방식이고 맛도 더 좋아서 ‘철판 분짜’ 형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백 대표는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베트남식으로만 구성한 디너코스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 월남쌈으로 시작해 쌀국수·분짜 등 메인 메뉴를 거쳐 베트남의 대표 디저트인 ‘쩨(콩·얼음을 기본으로 과일 등 다양한 재료를 첨가하는 여름 간식)’로 끝나는 코스다. 일단 오는 4월에 새로운 메뉴가 두 가지 추가될 예정이다. 베트남식 비빔국수인 분보남보와 반쎄오다.
인스타의 화제성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백 대표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SNS를 통한 홍보에 열을 올리는 편도 아니다. 공식 인스타 계정도 아직 없다. “할머니의 레시피도 막 문을 열었을 땐 반응이 딱히 없었어요. 한 번에 화르르 화제가 되기보다는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는 레스토랑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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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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