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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 물 사용량 절반으로 줄인 호주, 해마다 ‘더 쓰는’ 한국

지난 16일 호주 시드니의 한 길가에 있는 공중화장실. 손을 씻으려고 수도꼭지를 누르자 약한 물이 4초 정도 흘러나왔다. 나오는 물의 양도 약하지만 계속 사용하려면 4초마다 수도꼭지를 눌러줘야 하는 셈이다. 화장실을 이용하던 한 한국인 관광객은 “왜 이렇게 약하게 나와”하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에 따르면 호주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LPCD·Liter per capita day)은 현재 약 140L다. 몇 차례의 가뭄을 겪으면서 2001년 300L였던 것을 절반 이하로  획기적으로 줄인 결과다. 호주 정부는 물을 많이 드는 조경 용수 사용 가능 시간을 정하고, 절수 샤워기·변기에 보조금을 늘렸다. 빗물 이용 시설을 만드는 건물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호주 멜버른의 한 건물에 있는 빗물 저장 시설. 송우영 기자

호주 멜버른의 한 건물에 있는 빗물 저장 시설. 송우영 기자

 
호주에서 판매되는 세탁기 등 대부분의 전자 기기에는 ‘물 효율(Water Rating)’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물이 얼마나 필요한 기기인지 소비자가 구매 전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호주 시민들은 “물은 아껴야 할 자원이라는 공감대가 국가적으로 이미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호주의 '물 효율' 라벨.

호주의 '물 효율' 라벨.

 
하지만 물부족 국가인 한국은 반대다. 2001년 266L였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016년 284L로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물론 지자체·기업·가정도 ‘물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매년 물 사용량이 늘어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호주처럼 누르면 정해진 시간만 물이 나오는 공공 화장실용 절수 수도꼭지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공공시설에 설치하게 돼 있는 절수형 변기도 설치 이후엔 용량을 늘려 사용해 대부분 ‘말로만 절수 변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매년 봄 가뭄과 여름 홍수가 반복되는데, 빗물을 저장해 이를 방지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리는 빗물의 2%만 활용해도 가뭄·홍수 피해 많이 줄어”
 
서울 광진구의 한 주상 복합 건물은 빗물을 모아 스프링클러나 화장실 용수로 사용한다. [중앙포토]

서울 광진구의 한 주상 복합 건물은 빗물을 모아 스프링클러나 화장실 용수로 사용한다. [중앙포토]

 
우리나라에 한 해 내리는 빗물은 총 1297억t 정도다. 이중 현재는 26%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내리는 비의 2%만 더 활용해도 가뭄과 홍수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축 건물이나 대학 등에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들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 거점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홍수 방지는 물론, 가뭄 시 먼 대형댐에서 물을 끌어오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교수는 “빗물이 소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게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광진구의 주상 복합 건물의 빗물 이용도. [중앙포토]

서울 광진구의 주상 복합 건물의 빗물 이용도. [중앙포토]

 
서울 광진구의 한 주상 복합 건물에는 2006년 만든 빗물 저장 시설이 있다. 이 3000t짜리 빗물 창고 덕분에 입주민들은 수도 값과 전기세를 크게 절약하고 있다. 2010년 국제물협회(IWA)의 ‘창의 프로젝트 상’을 받은 이 건물은 국제 학회에서 ‘미래형 물 관리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홍수 방지는 물론 근처에서 불이 나면 소방차에 물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게 이 건물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가 베트남 쿠케 지역에 설치된 빗물 식수화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한무영 교수]

한무영 서울대 교수가 베트남 쿠케 지역에 설치된 빗물 식수화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한무영 교수]

 
빗물은 식수로도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베트남의 쿠케 지역의 한 중학교는 2016년 빗물 식수화 시설을 만들었다. 이 시설은 지난 2년간 95t의 빗물을 주민들이 마실 수 있는 식수로 바꾸었다. 학생들은 매일 500mL의 물을 마신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교수는 “몇몇 선생님들은 집으로 물을 싸가기도 한다. 빗물을 식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빗물은 자원이다”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세계적인 ‘빗물 전문가’다. 빗물을 자원으로 여겨 활용해야 한다는 여러 주장을 했다. 최근엔 절수형 변기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다음은 한 교수와의 일문일답.

  
우리나라의 물 사용량이 많은 편인가.
그렇다. 호주의 두 배로 세계적으로도 많은 양이다.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을 현재의 284L에서 200L로 줄이면 일년에 15억t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이때 절약되는 전력의 양은 2300GWh 정도다.
 
물 절약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 전체 물 사용량의 25%가 변기에서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관리·감독이 안 돼 ‘말로만 절수형 변기’를 사용하고 있다. 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일자형 변기 등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는 최근 화장실의 변기 500개를 일자형으로 교체해 연간 수억원을 절약하고 있다. 물 사용량이 줄어들면 하수 처리장 규모도 줄어들고, 물을 옮기는 데 쓰이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도 아낄 수 있다.
 
빗물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아까운 자원을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받으면 매우 깨끗하기 때문에 식수ㆍ생활용수ㆍ공업용수ㆍ소방용수 등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수질의 관점에서 보면 상류에서 빗물을 모으는 것이 좋다. 저류조를 하천변 대신 산 중턱에 만드는 것을 국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신축 건물이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빗물이 떨어지는 곳 근처에서 모아 이를 활용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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