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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벼랑 끝 몰린 아베의 정치운명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자신과 가까운 이들이 운영하는 사학법인이 특혜를 받았다는 ‘모리가케 스캔들’로 인해 역대 최저로 하락했다. 오는 9월 3선을 노리는 아베 총리는 정치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 44%에서 31%로 하락하였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아베의 이번 스캔들은 지난 1년 동안 계속해 문제가 불거져 나왔고, 최근에는 모리토모 학원 계약 당시 작성했던 문서를 재무성 직원이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아벡시트(Abexit: 아베 총리의 퇴진)’의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학원 스캔들로 최대 궁지 몰려
아베의 정국 장악력 크게 약화
보수 정책 실패로는 볼 수 없어
이럴 때 일본과 적극 소통해야

최근 모리가케 스캔들을 통해 일본 정치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먼저 보수의 상징인 아베를 둘러싼 찬반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는 기존의 총리들과는 달리 극렬 팬과 반대파가 확실히 존재한다. 1960년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총리가 추진한 미·일 안전보장조약 개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이후로 현직 총리 퇴진 시위는 일본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흥미로운 것은 기시의 외손자인 아베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면서 항의 시위도 다시 시작된 점이다. 아베가 추진한 2015년 안전보장관련법 제정 당시에는 3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모리토모 학원 문제를 둘러싼 공문서 조작이 밝혀지자 일본 시민들은 다시 항의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생활밀착형 시민운동을 해오던 일본 국민이 정치 투쟁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 정치의 보수화 흐름 속에서 나타난 ‘리버럴(liberal)’의 몸부림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소수 리버럴이 일본 정치의 보수화를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봐야 한다.
 
시론 3/22

시론 3/22

둘째, 내각제인 일본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아베 총리의 ‘대통령제적 권한’이 문제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을 둘러싼 공문서 조작은 총리 관저의 영향력을 관료가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재무성은 일본 관료집단 중 최고로 권위 있는 부처임에도, 이 집단이 총리를 의식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나타났다.
 
일본은 70년대 미키 총리가 대장성(재무성의 전신)의 인사과장을 이기지 못했다는 전설이 남아있고,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마키코 대신이 인사과장 앞에서 농성하는 것이 당연시됐던 관료국가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인사권을 총리 관저에 집중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관료를 굴복시켰다. 이로써 일본 정치사에서 기나긴 정치가와 관료의 권력 다툼은 아베 시대에 종식을 고하게 됐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 국민이 아베 스캔들의 원인을 비대한 총리 관저의 권력에 기인한 통치 스타일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베의 쇠락은 보수 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아베 개인의 통치 스타일 종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베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스타일에 대한 싫증은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이미 나타났다. 당시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민당의 승리라기보다는 분열된 야당의 패배였다. 아베의 강경보수 스타일을 싫어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리버럴 정당이 의석수를 적게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즉 야당이 대안을 찾지 못하고 분열돼 있기 때문에 자민당 일당 우위가 가능했다. 자민당이 우위를 지켰지만 아베에 대한 지지율은 약세를 보여 아베의 정국 장악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스캔들로 야당이 전면적인 공세로 나오는 가운데 자민당 내부의 총리 경쟁이 표면화된 것을 보더라도 아베의 불안한 당내 입지를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연립 여당에 참여 중인 공명당도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공명당은 의석수가 줄어들어 아베 측과의 연립에 위기감을 갖게 됐다. 그 결과 아베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에는 자민당 내부에서 합의가 어려워졌고, 공명당도 소극적인 자세다. 아베가 기대했던 2020년 헌법 개정은 이미 물 건너간 느낌이다.
 
‘포스트 아베’의 경쟁자들은 아베의 극단적인 미·일 동맹 중심에서 좀 더 아시아를 중시하는 정책을 주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아베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과도 협력 관계를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은 대북 불신이 강해 대북 문제에서 한국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럴 때일수록 일본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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