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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무엇을 위한 ‘로키’ 한·미훈련인가

이철재 정치부 차장

이철재 정치부 차장

요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몰려 있는 서울 삼각지 일대에서 심심찮게 듣는 말이 있다. ‘로키’와 ‘SC’다. 당국자들에게 ‘올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나 ‘핵추진 항모와 같은 미국의 전략자산이 올해도 오나’라고 물어보기만 하면 조건반사처럼 나오는 답변들이다.
 
로키(low-key)는 원래 사진·방송에서 일부러 사진을 어둡게 하거나 어두운 화면 분위기를 연출하는 기법이다. 여기서 파생해 ‘조용한, 겸손한, 공격적이지 않은’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국방부가 연합훈련을 로키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구체적 내용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도다.
 
SC는 전략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의 영문 약자다. 정의(定義)는 ‘국가안보·전략목표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강화·유지하기 위해 메시지를 활용해 핵심 대상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정부의 체계와 과정(『국방부 전략 커뮤니케이션 체계 정립 방안』)’이다. SC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군사적으론 제압했지만 현지 주민의 마음을 얻지 못해 알카에다·탈레반·IS에 뺏겼다는 반성에서 나온 개념이다. 국방부가 올해 연합훈련의 SC를 계획했다는 것은 한반도 긴장 완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제한적으로 타격하겠다는 ‘코피작전’이 거론되면서 한반도는 전쟁 문턱까지 다가갔다. 이달 들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합의되면서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평화 국면을 어떻게든 살리려는 국방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엄중했던 2016~2017년 국방부는 지금과 180도 달랐다. 북한을 억제하고 국민 불안을 잠재운다는 목적으로 연합훈련 관련 사항을 적극적으로 발표했다. 때때론 과장도 일삼았다. 올해 ‘로키’와 ‘SC’로 방향 전환을 했지만 국방부는 그 이유를 아직까지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로키하고, 누구를 상대로 SC를 하려는 것인지 헷갈린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연합훈련을 감추려는 것인지, 아니면 국방부가 북한을 배려하거나 저자세로 나선다고 비칠까 두려워 국민에게 알리지 않으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정부와 기업은 예상치 않게 주변 상황이 달라지면 이를 설명하려 하기보다는 숨기는 편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입을 다물면 당장은 비난을 피할 순 있어도 나중엔 큰 빚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국방부는 명심해야겠다.
 
이철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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