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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로또아파트, 청약제가 범인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주택시장엔 잊힐 만하면 나타나는 데자뷔가 있다. 로또아파트다. 이번엔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다는 소식에 수만 명이 몰렸다. 전용 84㎡의 세후 예상 차익이 2억3379만원이라고 한다.
 

주택 부족 해결 공 컸지만
시대 소명 다해 … 퇴장해야

왜 로또아파트가 생기고, 또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는 누구나 안다. 규제다. 정부 규제가 셀수록 ‘대박’ 가능성도 커진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평당 분양가는 4160만원이다. 주변 시세(약 5300만원)보다 약 20% 낮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사실상 통제했다. 로또아파트에 대한 비판도 데자뷔다. ‘청약 광풍, 부자들만의 리그, 정부가 (분양가 억눌러) 자초…’. 이번엔 ‘부자들만의 리그’에 더 비판이 쏠렸다. 작은 평형이라도 10억원이 넘는 데다 정부가 대출도 막아 놓는 바람에 상위 1% 부자나 가족이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섣부른 규제가 서민의 아픈 배만 더 아프게 만든 꼴이다.
 
정부라고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좌파 정부의 가격 통제 본능이 작동한 것이 첫째 이유일 수 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의 말마따나 ‘한국에서 아파트는 정치재(財)’가 된 지 오래다. 분양가 규제는 집값을 잡는 효과도 크지 않다. 규제한들 잠깐뿐이요, 집값은 곧 주변 시세를 따라가게 마련이다. 되레 이번처럼 사회적 관심 폭발로 집값 상승의 빌미를 주는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규제를 하는 게 정치적으로 이득이다. 집값과의 전쟁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부, 서민의 강남 아파트 진입 꿈을 짓밟지 않는 정부,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정부 코스프레가 그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분양가 규제 포기는 90% 넘는 국민에게 강남 아파트에서 살 꿈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이념이 앞서니 무리수도 두게 된다. 이번 규제는 정식으로 법에 따라 한 것도 아니다. 민간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HUG를 동원했다. 명분은 HUG가 보증 선 돈을 날릴 수 있다는 거지만 삼척동자도 안다.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해법은 없나. 시장의 힘을 믿고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줄이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정답 채택은 어려워 보인다. 거칠지만 확실한 대안이 있다. 이참에 청약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다. 1977년 시작된 청약제는 ‘로또 당첨’이 본질이다. 시세 차익을 보장해 줘야 청약통장 가입자가 많아지고 건설 재원 마련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청약제는 지난 40년간 만성적 주택 부족을 해결한 공이 크다. 하지만 로또 심리를 부추겨 시장 과열에 일조한 과도 만만찮다. 시대도 변했다. 주택보급률 100%가 넘은 지금은 꼭 필요한 제도가 아니다.
 
건설사가 자기 책임으로 주택을 지어 제값에 팔면 로또아파트는 불가능하다. 정부의 시장 개입도 줄일 수 있다. 선진국 대부분이 그렇게 한다. 상대적 박탈감, 위화감도 줄어든다. 건설사 매출이 늘어 세금도 늘어난다. 소수 건설업자 배 불리자는 소리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감시제도를 잘 정비하면 된다. 지금처럼 부자들만 배 불리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관성에 젖어, 안 가본 길이라 두렵다면 덜 과격한 방법도 있다. 금액·장소별로 시차를 두는 것이다. 10억원 넘는 강남 아파트부터 폐지하되 차츰 금액을 낮추고 지방으로 확산하는 방식이다. 큰 변화인 만큼 따져 볼 것도 많다. 건설·주택금융도 장기 모기지 위주로 크게 달라져야 한다. 애초 청약제는 이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도덕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충심을 다한 뒤 늙고 병든 반려견처럼 청약제는 소명을 다했다. 억지로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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