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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로또 아파트와 토지공개념...'분양초과이익환수제' 만드나

2004년 3월 서울 용산에 분양된 시티파크 주상복합에 25만명이 신청했고 경쟁률은 328대 1에 달했다. 청약 규제 전 마지막 주상복합이어서 억대의 분양권 전매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2004년 3월 서울 용산에 분양된 시티파크 주상복합에 25만명이 신청했고 경쟁률은 328대 1에 달했다. 청약 규제 전 마지막 주상복합이어서 억대의 분양권 전매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토지공개념과 ‘로또’ 아파트. 청와대는 21일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발표했다. 이날 당첨되면 수억원의 웃돈을 기대해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옛 개포 8단지)에 3만1000여명이 몰렸다. 서울에서 2015년 11월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송파헬리오시티(4만1000여명) 이후 가장 많은 청약자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분양가(3.3㎡당 4160만원)는 송파헬리오시티의 1.5배다.   
 

정부 분양가 규제가 로또 아파트 낳아
토지공개념 발언 후 재건축환수제 도입
로또 분양 뒤처리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 '분양 환수제' 만드는 건 아닌지

토지공개념은 사유재산인 토지의 재산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논란이 많은 이 개념을 헌법에 담으려는 정부가 로또 아파트를 팔짱만 끼고 볼까. 노무현 정부 때 '공개념'이 규제 강화의 신호탄이었다. 
 
로또 아파트는 정부가 낳았다. 가격 규제에 따른 필연적인 산물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차익이 로또 당첨금인 셈이다.  
 
로또 아파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로또 금액은 역대 최고다. 집값이 오르면서다. 강남권 등 고가 지역에선 더욱 그렇다.  
 
2006년 판교신도시와 2011년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분양은 ‘반값’ 아파트였다. 주변 시세의 60% 선이었다. 당시 당첨자가 예상할 수 있는 차익은 3.3㎡당 800만~1000만원 선이었다.  
 
이번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선 주변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3.3㎡당 1500만~2000만원 정도다. 전용 85㎡ 국민주택 규모가 5억~6억원에 달한다. ‘바늘구멍’이어도 당첨만 되면 손에 쥘 수 있는데 청약하지 않는 게 비이성적일 수 있다.  
 
2003년 5월 10만 명이 몰려 36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옛 도곡 주공1차), 2004년 3월 25만 명이 청약한 용산구 한강로 시티파크(328대 1), 수도권 1순위자 8명 중 한 명꼴인 35만명이 청약한 2006년 판교 85㎡ 이하 중소형 민영주택 동시분양. 이들 청약 기록 뒤에는 하나같이 로또가 있었다.  
 
연말까지 강남권 재건축 5곳 추가 분양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 끝나지 않고 강남권에 로또 아파트는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 재건축 단지 분양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올 연말까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로 5개 단지가 더 나올 예정이다.   
 
분양가는 2년 전 수준에 발목 잡혀 있다. 2016년 1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옛 반포한양)는 3.3㎡당 4287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를 비롯한 개포 일대에선 2016년 8월 디에이치 아너힐즈(옛 주공3단지)가 3.3㎡당 4140만원 수준이다. 1년 반 새 1%도 오르지 않았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구에 따라 14~20%다. 인근 아파트값만 비교해도 분양받으면 20%가량의 차익이 나는 셈이다.  
 
앞으로 강남권 ‘분양 로또’ 금액은 더욱 커질 것 같다. 분양보증 권한을 쥐고 분양가를 규제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좀처럼 강남권 분양가 고삐를 늦출 것 같지 않아서다.  
 
지난해 3월 만든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에 따르면 분양가가 인근 단지의 110%나 해당 지역의 최고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지난 1월 분양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옛 주공7-1)은 2016년 5월 분양된 래미안 센트럴스위트(3.3㎡당 2678만원)의 110%선인 2955만원에서 분양가가 결정됐다. 이달 나온 과천 위버필드(옛 주공2단지는)는 해당 지역 최고가 이하 규정에 따라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과 같은 금액이었다.  
 
강남권에선 기간에 상관없이 최고 분양가 규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선이 3.3㎡당 4200만원대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남권 아파트값이 더 오르고 분양권 웃돈도 상승하게 되면 분양가와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2년 넘게 3.3㎡당 4200만원대 못 넘어
 
로또 아파트 분양은 주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묻지 마 청약’ ‘한탕주의’를 낳고 땀보다 운을 믿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 당첨 가능권의 청약통장 불법 거래 같은 불법행위도 생기게 된다.  
 
분양가 규제를 풀어 차익을 없애면 로또 열기는 식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규제에서 풀린 고분양가는 집값 불안의 불씨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정부는 로또보다 집값 불안을 더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2006년 초 판교 분양을 앞두고 인근 분당 시세 이상으로 분양가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게 그해 집값 급등의 불을 지폈다. 정부가 부랴부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다.  
 
2016년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가가 당초 3.3㎡당 4500만원 넘게 추진되면서 고분양가 논란과 함께 강남권 집값 자극제가 됐다. 이번엔 HUG가 나섰다.  
 
분양가 억제를 계속하면서 차익을 줄이는 방법이 없을까. 정부는 재건축(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처럼 ‘분양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제도를 고민하는 게 아닐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함으로써 주택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기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초과이익은 재건축 사업 동안 해당 지역 평균보다 더 오른 집값이다. 초과이익의 일부를 재건축부담금으로 환수한다.  
 
분양 초과이익환수제는 분양가와 입주 후 시세를 비교해 해당 지역 집값 상승분보다 더 많이 오른 금액에 매기면 된다.  
 
재건축부담금과 마찬가지로 상승률이 아니라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강남권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선 환수 금액이 상당할 것이다. 역시 재건축부담금처럼 환수금은 양도세에서 감면해주면 이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2003년 '토지공개념' 발언 뒤 재건축부담금 도입  
 
정부가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은 환수제의 든든한 후원군이다. 토지공개념은 땅을 통한 지나친 이익을 제한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으로 "강력한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뒤 그해 10·29대책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씨앗이 포함됐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 없이 기존 장치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채권 입찰제다.  
채권 입찰제는 상한제로 매겨진 분양가와 주변 시세와의 차액을 채권으로 사게 하는 제도다. 그만큼 로또 당첨금이 줄어든다. 판교에 적용됐다. 정부는 당시 집 크기 별로 주변 시세와 비교하는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 판교 전매제한이 10년이었다.  
 
분양가상한제는 적용 지역만 선정하면 되고 채권 입찰제는 관련 법령을 손보면 된다.  
 
그러잖아도 HUG의 분양가 규제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높다. 분양가상한제가 사업하기에 더 낫다는 것이다. 땅값과 건축비라는 공식대로 분양가를 매기기 때문에 가격을 예상할 수 있다. 땅값과 공사비가 오르면 오르는 만큼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다. 그에 맞춰 주택의 품질도 조절할 수 있다.  
 
과거 로또는 중산층·서민 몫
 
이에 반해 HUG의 분양가 규제는 기준이 모호하다. 1년간 분양가와 비교한다고 했는데 한 달 사이로 1년이 지났다고 분양가를 10%까지 올릴 수 있을까. 디에이치 자이 개포가 3.3㎡당 4160만원이었으니 내년 4월에는 4576만원으로 올리면 되나. 
 
내년 3월 분양가는 현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텐데 1년 기준이 다시 연장되는 건가. 만들어진 지 1년 지난 HUG의 고분양가 규제가 좌충우돌이다.  
 
정부는 분양가를 옥죄려면 HUG 뒤에 숨지 말고 아예 상한제를 시행하는 게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과거 로또 아파트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문이 넓었다. 판교 분양가 3.3㎡당 1200만원은 당시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 수준이었다. 
 
강남권 보금자리주택(3.3㎡당 1200만원 선)은 서울 평균 아파트값(3.3㎡당 2000만원)에 못 미쳤다. 로또 당첨액 대부분이 중산층 이하에게 돌아갔다. 부의 재분배 효과라도 있었다. 

 
지금 로또 아파트 분양가는 서울 평균 분양가의 두 배에 달하는 '그림의 떡'이다. 집값으로 치면 상위 3% 이내에 드는 가격이다. 로또 당첨금을 누가 가져가야 할까.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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