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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 사이가 ‘인도의 MIT’ 교수직 버리고 UNIST 온 이유

사이 지엔테크놀로지 수석 연구원(왼쪽)과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던 변영재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사진 UNIST]

사이 지엔테크놀로지 수석 연구원(왼쪽)과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던 변영재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사진 UNIST]

2016년 8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박사 학위 취득, ‘인도의 MIT’로 불리는 인도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IIT) 교수 임용, 지난해 5월 UNIST 교내 창업기업 연구원으로 복귀. 인도인 사이 키란 샤르마 오르간디(37)씨(지엔테크놀로지 수석연구원)의 흔치 않은 이력이다. 
 
사이 연구원이 고국의 명문대 교수직을 버리고 다시 UNIST 연구원이 된 이유가 궁금했다. “인도에서 결혼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 한구석에서 아쉬움이 커졌어요.” 20일 울산 울주군 UNIST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연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며 “학위나 직책과 관계없이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IIT에서는 수업에 쫓겨 연구할 시간이 부족했다. 
 
“연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럼 왜 UNIST였을까. 사이 연구원은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차폐 환경에서의 통신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로 박사 학위도 받았다. 두꺼운 금속으로 된 선박, 해양 플랜트의 격실 같은 차단된 공간에서 무선 통신을 할 수 있는 송수신 기술이다. IIT 교수로 임용된 뒤에도 연구를 이어갔지만 시·공간 제약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한국 행을 결심한 이유다.
사이 연구원은 UNIST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개발한 자기장 통신 원천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왔다. [사진 UNIST]

사이 연구원은 UNIST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개발한 자기장 통신 원천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왔다. [사진 UNIST]

지도교수인 변영재(47·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UNIST 교수와의 인연도 한몫했다. 사이 연구원은 친척의 추천을 받아 2012년 UNIST 박사 과정 면접을 보며 ‘스카이프(Skype)’로 변 교수를 처음 만났다. 그는 변 교수를 ‘학문적 아버지’라 부른다. “상당수 교수가 일의 마감 기한이나 과제를 맡긴 곳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만 하는데 변 교수는 마음껏 연구할 수 있게 자율성을 줬어요.” 
 
변 교수는 전기전자 분야에서 인용색인(SCI)급 논문 51편, 국제학술대회 논문 56편을 발표했다. 학계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을 받았다. 또 국내외 특허 82건을 출원·등록했다. 
 
사이 연구원은 변 교수가 평소 ‘정직’을 중요시하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변 교수는 연구원이 실패한 결과를 솔직하게 말했을 때 오히려 함께 실패 원인을 찾고 더 좋은 기회로 만들어낸다. 사이 연구원은 “사람들이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라고 했던 차폐 환경 통신 기술도 이런 과정을 거쳐 사업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각자 아버지 이름 따 함께 회사 창업 
 
변 교수에게 사이 연구원은 첫 외국인 박사 제자이자 처음 교수가 된 제자다. 둘은 학문적 관계를 넘어 집안일도 조언하는 인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다. 사이 연구원이 IIT에 지원할 때 경쟁률이 무려 300대 1이었다고 한다. 변 교수는 정성스럽게 추천서를 6장이나 썼다. 
 
둘은 2014년 차폐 환경 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무선이 벽 하나가 아닌 배 전체 벽을 모두 통과하는 성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 함께 지엔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지엔’은 각자 아버지의 영문 이름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 변 교수는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故) 변증남 UNIST 명예교수의 아들이다. 사이 연구원의 아버지는 은행원으로 과학자를 꿈꿨다.
변영재 교수와 사이 연구원이 UNIST 연구실에서 차폐 환경의 자기장 통신 기술을 응용해 전송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변영재 교수와 사이 연구원이 UNIST 연구실에서 차폐 환경의 자기장 통신 기술을 응용해 전송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회사는 제품화에 성공해 올해 안에 송수신기를 납품할 계획이다. 이 무선 송수신기를 차단된 공간의 안팎 벽에 붙이면 길고 무거운 케이블을 설치할 필요 없어 배 한 대당 10억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하 산업용 파이프 라인, 군사용 통신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사이 연구원은 “한 가지 목표를 정해 놓고 집중해 파고들면 다른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했다. 
 
“목표 집중하면 다른 건 절로 따라와”

인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사이 연구원은 “한국과 인도의 교육 체계가 비슷하지만 한국 교육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며 “학교에서 계산기나 컴퓨터보다 뇌를 사용하는 교육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대학 진학 후에야 계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한다. 
 
사이 연구원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에 왔다. 여전히 다른 직원들과 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는 “원천기술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한국 행은 인생에서 가장 옳은 선택이 될 것”이라며 “실패하더라도 기술이 완성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라며 제자를 응원했다. 
 
지엔테크놀로지는 1~2년 안에 인도에 진출할 계획이다. 사이 연구원이 인도 지사장을 맡아 한국과 인도에서 연구를 계속해가는 것이 두 사람의 목표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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