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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키웠더니 글로벌 기업 몰려와…일자리 창출은 ‘덤’”

'대처리즘' 수립에 일조한 쿠마르 바타카리아 경이 ‘영국 산업 재부흥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대처리즘' 수립에 일조한 쿠마르 바타카리아 경이 ‘영국 산업 재부흥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영국은 한국이 겪고 있는 산업 생산성의 ‘후진’을 이미 경험한 국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영국병(British Disease)'이라고 부르던 고비용·저효율 산업구조가 확산했다.
 
당시 영국 경제 구조를 시장경제 중심으로 개혁한 인물이 1979년부터 11년간 집권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다. 이때 쿠마르 바타카리아(78) 영국 상원(노동위원회) 의원은 수상 자문위원 자격으로 산업·기술·노동 분야 '대처리즘' 수립에 참여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웨스트미들랜즈 주(州) 코벤트리 집무실에서 만난 바타카리아 의원은 영국의 개혁과 한국 자동차 산업의 돌파구에 관해 얘기했다. 
 
쿠마르 바타카리아 경은 제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기술 발전을 강조했다. 문희철 기자.

쿠마르 바타카리아 경은 제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기술 발전을 강조했다. 문희철 기자.

 
영국 정부의 ‘산업 재부흥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그는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약화한 원인부터 살폈다. ^산업 현대화 실패 ^정부 중심 규제 ^과격한 노동조합 등 세 가지였다.
 
우선 이미 독일에 뒤처진 자동차 내연기관에 매달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영국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투자한 이유다. 그는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한 국가·기업이 특정 산업을 영원히 독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기술이 있다면 세상이 달라져도 언제든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규제를 단순하게 바꾸는 개혁을 시작했다. 19세기 영국 적기조례(Red Flag Act·운전할 때 빨간 깃발로 경고해야 한다는 규제)는 영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바타카리아 의원은 “예컨대 특정 기업이 영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싶다고 하면 영국 정부는 투자 규모,투자 조건, 수익창출 가능성 등 어떠한 조건도 내걸지 않는다”며 “규제 개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기업 규제가 적은 국가로 바뀌자 닛산·도요타·혼다가 영국에 자동차 공장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노조 ‘기술교육’ 통해 수준 끌어올려
 
노동개혁도 그의 업적 중 하나다. 그는 “70년대 과격한 영국 노조는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영국 경제를 죽인 대표적 요인”이었다며 “산업 효율성을 제고하려면 노동개혁이 절실했다”고 떠올렸다.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고 현장을 찾아 발품을 팔다가, 과격한 쟁의활동의 배경엔 기술에 대한 몰이해가 자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달라지는 환경을 몰라서 미래 기술 투자를 두려워하면서 노조가 더 과격해진다는 것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노조도 달라지는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관리자급 노조원에게 최신 기술 교육을 시작한 이유다. 그는 “정부가 노조의 수준을 끌어올린 덕분에 이제 영국 자동차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excellent) 노사관계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본지와 인터뷰 한 쿠마르 바타카리아 영국 상원의원. 문희철 기자.

지난달 26일 본지와 인터뷰 한 쿠마르 바타카리아 영국 상원의원. 문희철 기자.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 그는 “영국 상황과 다소 다르긴 하지만, 기술강화·규제개혁·노동개혁을 추진했던 영국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영국은 당장 수익성이 부족하고 예산을 축소하거나 해고하는 경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현대차 등 한국의 오너 경영 방식은 부작용만 조절한다면 서구 시스템보다 더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코벤트리(영국)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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