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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회가 총리 선출 땐 대통령 인사권 침해, 국회 추천이 낫다”

청와대·국회특위 참여 박명림 교수 
국민헌법자문특위에 참가한 박명림 교수는 개헌 가능성을 묻자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 후에도 타협을 못하면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국민헌법자문특위에 참가한 박명림 교수는 개헌 가능성을 묻자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 후에도 타협을 못하면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청와대와 국회가 각각 만든 국민헌법자문특위와 헌법개정특위에 모두 참가한 세 명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청와대와 국회의 개헌 논의에 정통하다.
 
박 교수는 개헌 이슈 중 권력구조 개편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국회의 총리추천제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의 초안인 자문위 개헌안은 총리 선출 방식에 대해 현행 유지(대통령 지명 후 국회 동의)와 국회추천제를 병기했다. 19일 연세대 연구실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그는 “국회 추천으로 선출된 총리는 청와대와 국회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이 청와대·내각·의회 세 주체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총리추천제가 필요한 이유는.
“민주공화국의 기본 원리는 한 개인이나 세력이 국정을 주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보다 중요한 게 타협과 통합이다. 국회 추천으로 총리를 선출하면 장관 제청권이 보장되고 내각이 국정의 중심이 된다. 대통령은 청와대의 비서진, 총리와 장관, 여당을 중심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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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제도로는 책임 총리가 불가능한가.
“노태우 대통령부터 문 대통령까지 책임 총리를 공약했지만 잘 안 됐다. 대통령 스스로 권한을 분산하지 않는 한, 제도적으로 내각의 국정 권한을 보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정당성 문제도 있다. 우리는 탄핵당한 대통령이 임명한, 임명직 총리가 국정을 좌우하는 위험한 상황을 목도했다.”
 
여당 의원 다수는 총리추천제에 부정적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추천은 곧 야당 추천이라고 한다.
“국회가 복수로 총리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에게 1회 거부권을 부여하면 어떤 형태로든 여당이 추천한 후보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의 근간인 대통령의 인사권을 허물지 않으면서 내각과 의회의 합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여러 세력이 국정을 함께 운영하는 게 민주공화국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핀란드는 대통령이 국회와 협의한 뒤 총리를 정한다. 거의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달랐지만, 안보·민주주의·복지·교육 네 분야 모두 성공한 나라로 평가된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의 총리 ‘선출’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허무는 제도다. 그건 국민 정서상 수용할 수 없다.”
 
총리국회추천제 외의 대안은 없나.
“문 대통령의 공약이 대안이다. 총리를 현행대로 둘 경우, 헌법에 장관에 대한 국회의 동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면 국회가 동의한 내각이라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다.”
 
의원내각제를 하는 건 어떤가.
“내각제가 민주주의의 원형에 더 가까운 제도인 건 분명하다.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매우 크다. 위로부터의 공천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내각제가 되면 계파 보스나 지역 대표 정치인이 의회를 장악하게 된다. 당론투표 성향도 강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인의 뜻이나 선거구민의 뜻에 따라 의견을 표출하지 못한다. 이 또한 공천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출 방식이 후진적이라는 의미인가. 국회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활발하다.(※연동형 비례대표제란 각 정당의 전체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되, 지역구 당선자를 먼저 배정한 뒤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정부 형태보다 선거제도가 더 중요하다. 단순히 다수로 지역구마다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은 절반에 가까운 사표(死標)를 양산한다. 민심의 절반이 버려지는 걸 대의민주주의라고 하긴 어렵다. 의석수에 민심이 정상적으로 반영이 안 돼 시민들이 거리로 갈 수밖에 없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완강히 반대해 온 보수 정당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평균 43%를 득표한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는 대통령의 승자 독식도 문제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정당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 개헌안 얘기를 해보자.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있다.
“아니다. 자문안에는 총리국회추천제와 정부 법률안 제출권 폐지 등 문 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특정 정당의 견해나 진영, 심지어 문 대통령의 헌법에 대한 구상도 의식하지 않았다. 전문가로서의 양식과 전문성, 무엇보다 시민의 책임과 소명의식에 기댔다.”
 
공무원 노동 삼권 보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이 포함됐다. 진보 진영의 논리다. 논쟁은 없었나.
“내가 속했던 분과가 아니라 정확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전체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논의할 때 견해차가 크지 않았다. 30년간 불평등이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야당에서는 정부안을 발의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국회 발의가 정부 발의보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맞다. 문 대통령의 개헌 발의는 국회의 합의를 촉구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발의하는 상황에서도 합의하지 못하는 국회는 격하게 반성해야 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제자인 박 교수는 한국전쟁을 ‘자연 발생적인 내전’으로 규정한 『한국전쟁의 기원(The Origins of the Koreans War)』의 저자 브루스 커밍스를 반박한 연구로 명성을 쌓았다. 그는 옛소련의 기밀 문서 등에 대한 치밀한 고증으로 한국전쟁이 스탈린과 마오쩌둥, 김일성 3자 합의에 따른 계획적인 남침임을 입증했고, 커밍스도 자신의 견해를 수정했다. 그런 그가 헌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8년 외환위기 때부터다. “정쟁을 넘어서는 헌법 체계를 만들지 않고서는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개헌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올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며 “개헌을 향한 국민의 열망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해외 강의가 있던 몇 번을 빼곤 매 주말 촛불을 들었다. 그런데 다음 세대는 광장에 나가지 않고 시민으로서 투표만 열심히 해도 나라가 안정돼야지 않겠나. 촛불 열망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 후에도 타협을 못하면, 희망은 없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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