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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기자 사진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숨기지도 꾸미지도 않은 아바나, 전시 도시 평양과 달랐다

쿠바 아바나의 중심지. 쿠바에는 이른바 '포춈킨 빌리지(외국인에게 체제 선전용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도시)'가 없다. 대표적인 포춈킨 빌리지로 꼽히는 평양과 달리 아바나는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사람 사는 도시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여행객을 끌어모으는 비결이다.

쿠바 아바나의 중심지. 쿠바에는 이른바 '포춈킨 빌리지(외국인에게 체제 선전용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도시)'가 없다. 대표적인 포춈킨 빌리지로 꼽히는 평양과 달리 아바나는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사람 사는 도시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여행객을 끌어모으는 비결이다.

연중 온화하고 화창한 날씨,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얗고 부드러운 모래가 반기는 해변,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축물, 어디든 음악과 춤이 넘치는 라틴 문화의 유산들. 쿠바가 전 세계인의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초 쿠바 북중부 바라데로 리조트 단지의 섬에 요트를 타고 들어와 해수욕을 즐기는 외국인 여행객들. 바닷물은 에메랄드빛이고 해변은 희고 고운 모래로 이뤄졌다. 쿠바는 연중 온화한 기온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외국인 여행객을 유혹한다.

지난 2월초 쿠바 북중부 바라데로 리조트 단지의 섬에 요트를 타고 들어와 해수욕을 즐기는 외국인 여행객들. 바닷물은 에메랄드빛이고 해변은 희고 고운 모래로 이뤄졌다. 쿠바는 연중 온화한 기온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외국인 여행객을 유혹한다.

2017년 쿠바 방문 외국인 450만 넘어서
2017년 쿠바를 찾은 외국인은 450만 명에 이른다. 2016년 400만 명에서 50만 명 정도 늘어났다. 쿠바 통계정보청(ONEI)의 최신 자료다. 2017년 1월 들어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쿠바에 다시 압박을 가해도 쿠바를 찾아가는 여행자가 줄기는커녕 10% 이상 증가했다.  
 쿠바 아바나 서부 헤밍웨이 옛 자택 앞에서 연주 중인 마리아치. 쿠바 어디에서나 흥겹거나 애조 띤 라틴 음악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의 주는 팁은 이들의 생활 수단이다.

쿠바 아바나 서부 헤밍웨이 옛 자택 앞에서 연주 중인 마리아치. 쿠바 어디에서나 흥겹거나 애조 띤 라틴 음악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의 주는 팁은 이들의 생활 수단이다.

 
한국인 한해 1만 명 이상 쿠바 찾아  
쿠바는 한국과 국교가 없는 전 세계의 드문 국가지만 한국인의 쿠바 관광은 이미 상당한 붐을 이루고 있다. 한국인이 2016년 9000여 명이나 쿠바를 찾은 데 이어 2017년에는 1만 명 이상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쿠바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면 한국 상품을 알리는 광고판을 만날 수 있다. 쿠바가 한국인에게 더 이상 낯선 땅이 아니듯, 한국도 쿠바인에게 이젠 친숙한 나라로 자리잡고 있다.

쿠바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면 한국 상품을 알리는 광고판을 만날 수 있다. 쿠바가 한국인에게 더 이상 낯선 땅이 아니듯, 한국도 쿠바인에게 이젠 친숙한 나라로 자리잡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아바나 무역관의 정덕래 관장은 “지난해 분명히 1만 명이 넘었을 것인데 쿠바 정부가 정확한 자료 제공을 미루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 관장은 “쿠바에는 내방 관광객이 1만 명이 넘는 나라에는 영사관을 설치하는 등 관련 규정이 있다는데 한국은 미수교국이라 여러 가지로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쿠바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쿠바 아바나 시내의 호세 마르티 기념관. 호세 멜티는 쿠바의 독립 영웅이자 시인이다.

쿠바 아바나 시내의 호세 마르티 기념관. 호세 멜티는 쿠바의 독립 영웅이자 시인이다.

'외국인 격리 여행' 비판은 옛말
인구가 1100만 명 정도인 쿠바에 한 해 450만 명의 외국인 여행자가 찾아왔다는 사실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찾아가서 보고, 듣고, 즐기고, 맛볼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쿠바의 매력을 짚어본다. 
쿠바의 시가. 소련 몰락 이후 원조가 끊기면서 농약도 , 비료도, 농기계도, 이를 돌릴 기름도 공급이 이뤄지지 않자 쿠바인들은 유기농법을 개발했다.

쿠바의 시가. 소련 몰락 이후 원조가 끊기면서 농약도 , 비료도, 농기계도, 이를 돌릴 기름도 공급이 이뤄지지 않자 쿠바인들은 유기농법을 개발했다.

쿠바 바날레스 지역의 유기농 텃밭. 식량 부족으로 자립적으로 만든 텃밭을 쿠바인들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유기농업의 하나로 홍보하고 있었다.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쿠바 바날레스 지역의 유기농 텃밭. 식량 부족으로 자립적으로 만든 텃밭을 쿠바인들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유기농업의 하나로 홍보하고 있었다.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숨김없이 보여주는 게 쿠바의 매력  
 
먼저 짚어야 할 점은 현재 외국인의 쿠바 여행이 완전히 자유롭다는 점이다. 사실 1990년대 쿠바 관광은 ‘격리 여행’ ‘아파르트헤이트 여행’으로 불렸다. 외국인을 전용 리조트나 호텔, 관광버스에 넣어두고 쿠바인과의 접촉을 막았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과 접촉하지 못하고 쿠바의 풍광만 보여주는 반쪽짜리 여행이었다. 쿠바에서 돈을 쓰되 쿠바의 실상은 알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1992~1997년에는 쿠바 주민이 외국인과 접촉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었다. 
쿠바 비날레스 지역. 독특한 지형과 유기농업으로 여행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쿠바 비날레스 지역. 독특한 지형과 유기농업으로 여행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쿠바는 '포촘킨식 빌리지'가 아니다 
이를 '포촘킨 빌리지식 여행'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포촘킨 빌리지'는 현장 방문자에게 실상과 다른 과장된 이미지의 '전시용' 도시나 마을, 시설을 가리킨다. 18세기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1729~1796)가 1787년 배를 타고 드네프르강을 따라 남부 지역을 방문할 때 이 지역의 책임자였던 그레고리 포촘킨(1739~1791)이 강변에 그럴싸하게 보이는 가짜 마을과 건물을 지어놓은 데서 유래한다. 실제로는 마을도 건물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지만 이런 눈속임으로 실상을 왜곡했다. 
이러한 '무대 세트' 같은 것을 보여주며 실제 인민들이 사는 진실을 호도하는 여행을 '포촘킨 빌리지식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손님이 오면 보기 좋은 데만 데리고 다니거나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줌으로써 실상을 호도하는 모든 것이 여기에 포함묀다. 소련은 1932~33년 무려 300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대기근 당시 현지를 방문한 에두아르 에리오(1892~1957) 프랑스 총리에게 상황이 좋은 곳만 보여줬다. 그 결과 에리오가 "우크라이나는 꽃이 만발한 정원 같다"는 말을 하도록 유도했다. 당시 소련 지도자 요시프 스탈린(1879~1953)도 에리오도 역사의 죄인이 됐다. 나치 독일은 1940년대 체코 북부의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를 적십자사 직원들이 살피러 올 때는 '천국 같은 수용소'로 보이도록 눈속임했다. 실제로 이곳은 천국은커녕수만 명이 영양실조나 질병, 처형 등으로 목숨을 잃은 생지옥이었다. 
쿠바 트리니다드의 골목길. 쿠바를 방문한 외국인은 어떠한 제한도 없이 도시와 마을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 경제저인 절박감과 정치적인 자신감이 동시에 보인다.

쿠바 트리니다드의 골목길. 쿠바를 방문한 외국인은 어떠한 제한도 없이 도시와 마을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 경제저인 절박감과 정치적인 자신감이 동시에 보인다.

 
'전시형 국가' 북한과 다른 쿠바 
상당수 북한 학자들이나 행정가들은 평양을 '포촘킨 빌리지'의 전형으로 본다. 도시나 나라 전체의 실상과 사뭇 다른 과장된 전시용 도시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북한은 히말라야 산맥의 전제군주국가인 부탄과 함께 외국인 여행객에게 현지인 가이드나 감시인과 동반해서 돌아다니도록 강요하는 드문 국가다. 북한을 찾았던 여행자들이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여행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이런 체제 눈속임이 계속되는 한 금강산·묘향산 같는 자연이나 마식령 스키장 같은 레저 시설이 있다고 외국인이 북한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가 감시 당하거나 자유를 속박당할 수 있는 휴가에 돈을 쓰겠는가. 
 
쿠바 아바나 혁명박물관에 있는 미국의 에이브러햄 대통령의 흉상. 2016년 세상을 떠난 피델 카스트로의 집무실에도 링컨의 소형 흉상이 있었다고 한다. 쿠바 지도자들은 미국과 링컨의 업적을 분리하고 있다. 쿠바에는 카스트로의 동상은 하나도 없다. 생전에 그렇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쿠바 아바나 혁명박물관에 있는 미국의 에이브러햄 대통령의 흉상. 2016년 세상을 떠난 피델 카스트로의 집무실에도 링컨의 소형 흉상이 있었다고 한다. 쿠바 지도자들은 미국과 링컨의 업적을 분리하고 있다. 쿠바에는 카스트로의 동상은 하나도 없다. 생전에 그렇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있는 개인 우상화가 쿠바엔 없어
쿠바도 1990년대 후반까지는 다분히 그랬다. 하지만 2011년 쿠바 정부의 개방 정책 이후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의 쿠바인은 외국인과 마음껏 접촉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외국 여행도 가능하다. 쿠바를 방문한 외국인도 쿠바를 마음껏 누빌 수 있다. 국영 호텔이 아닌 ‘카사’로 불리는 민박집에서 현지 주민의 삶을 살펴보고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숨김 없는 실제의 쿠바를 목격하고 체험할 수 있다. 부탄이나 북한의 외국인 여행 시스템과 완전히 다른 개방 방식이다. 자유로운 여행은 외국인 여행자를 쿠바로 끌어 들이는 '중심고리(하나의 고리가 풀리면 나머지 고리도 모두 풀리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쿠바 정권의 경제적인 절박함과 정치적인 자신감을 동시에 반영한다. 정치적인 자신감은 쿠바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자신의 동상을 세우는 등 우상화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일정 부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쿠바에서 '피델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간판 외에 카스트로의 동상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동상은 독립 영웅 호세 마르티와 혁명 영웅 체 게바라에 국한됐다. 무엇보다 쿠바에선 숨기는 것이 없었다. 우중충한 모습은 우중충한대로, 지저분한 모습은 지저분하게 있는대로 공개하고 있었다. 쿠바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진정성을 느끼는 이유다. 쿠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이다.  
 
쿠바 아바나 시내의 올드카 행렬. 1950년대에 생산된 미국 자동차가 아직도 다니는 것을 보면 시간을 거슬러 타임머신 여행을 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1959년 혁명 이후 미국산 자동차의 신규 수입선이 끊어지자 쿠바인들은 1950년대에 수입했던 중고 차량을 수리하고 칠하며 60년 이상 운행해 왔다.

쿠바 아바나 시내의 올드카 행렬. 1950년대에 생산된 미국 자동차가 아직도 다니는 것을 보면 시간을 거슬러 타임머신 여행을 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1959년 혁명 이후 미국산 자동차의 신규 수입선이 끊어지자 쿠바인들은 1950년대에 수입했던 중고 차량을 수리하고 칠하며 60년 이상 운행해 왔다.

"쿠바에선 기대 낮추면 행복해져"
우선 쿠바에서 만난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느낌을 물어봤다. 현지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16명의 단체 관광객을 인솔해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일본인 가이드 마리는 “쿠바는 다양한 매력이 있는 나라”라며 “부부가 함께 온 중장년부터 나 홀로 참가한 청년층까지 다양한 관광객이 선호한다”라고 소개했다. 마리는 “다만 공항에서 짐을 찾는 데 보통 한두 시간쯤 걸리는 등 관광을 위한 시스템은 서구와 차이가 있다”라며 “쿠바에선 기대를 낮추면 더욱 즐거워진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래도 갈수록 나아지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쿠바 아바나 시내 주택가의 모습.

쿠바 아바나 시내 주택가의 모습.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왔다는 다이앤(52)은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떠난 여행이 쿠바 행”이라며 “토론토에서 아바나까지 3시간 30분밖에 안 걸리는데 차가운 겨울 날씨가 아열대의 따뜻한 날씨로 바뀌어서 앞으로도 자주 찾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인 앤과 둘이서 바라데로 시내 카페에서 생음악으로 연주되는 라틴음악을 들으며 쿠바산 진인 아바나 클럽으로 만든 모히토를 마시니 춤이 저절로 나왔다”며 즐거워했다.  
쿠바 아바나의 메모리스 호텔 로비에서 저녁마다 벌어지는 라틴 음악과 댄스 공연. 공연팀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박수와 함께 주는 팁으로 생활한다고 한다.

쿠바 아바나의 메모리스 호텔 로비에서 저녁마다 벌어지는 라틴 음악과 댄스 공연. 공연팀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박수와 함께 주는 팁으로 생활한다고 한다.

  
캐나다 서부 알버타주에드먼턴에서 왔다는 첼시(45)는 “쿠바는 안전한 나라이고 여성 혼자 여행하기 좋다고 해서 왔다”며 “따뜻한 바라데로 리조트에 머물며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첼시는 국영 여행사의 요트를 타고 플로리다만을 돌다 주변 섬에 잠시 내려 식사와 해수욕을 즐기는 하루 일정의 해상 투어에 참가했다. 요트에서도 일광욕하며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가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쿠바 거리의 악사. 쿠바에선 어디에서나 라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뒷쪽에 쿠바 국영여행사 트란스투르의 브랜드가 새겨진 중국산 버스가 보인다. 쿠바의 버스 시장은 중국산이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쿠바 거리의 악사. 쿠바에선 어디에서나 라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뒷쪽에 쿠바 국영여행사 트란스투르의 브랜드가 새겨진 중국산 버스가 보인다. 쿠바의 버스 시장은 중국산이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왔다는 크리스티나(20)는 “쿠바는 춤과 음악이 넘치는 나라라고 들어서 온 가족이 함께 왔다”며 “엄마 아빠, 남동생도 모두 즐거워한다”라고 말했다. 한때 모험과 탐사의 대상이던 쿠바는 이제 가족 단위로 찾아서 쉬어가는 여행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지난 2월초 쿠바 북중부 바라데로 리조트 단지의 섬에 요트를 타고 들어와 해수욕을 즐기는 외국인 여행객들. 바닷물은 에메랄드빛이고 해변은 희고 고운 모래로 이뤄졌다. 쿠바는 연중 온화한 기온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외국인 여행객을 유혹한다.

지난 2월초 쿠바 북중부 바라데로 리조트 단지의 섬에 요트를 타고 들어와 해수욕을 즐기는 외국인 여행객들. 바닷물은 에메랄드빛이고 해변은 희고 고운 모래로 이뤄졌다. 쿠바는 연중 온화한 기온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외국인 여행객을 유혹한다.

 
쿠바 외구긴 전용 리조트 단지인 바라데로 반도에 외국 자본을 바탕으로 새로 들어선 호텔 건물들.

쿠바 외구긴 전용 리조트 단지인 바라데로 반도에 외국 자본을 바탕으로 새로 들어선 호텔 건물들.

 
해외 투자 받아 여행산업 부상 노려 
리조트 단지로 유명한 쿠바 중북부 바라데로 반도는 동서로 길게 뻗어 있었다. 남북으로 바다가 보이는 천혜의 리조트 단지다. 외국인 전용으로 쿠바인은 비수기에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스페인 등 외국인 투자를 받아 지은 국영 호텔(쿠바는 민박집을 제외한 모든 숙박업소가 국영이다)이 즐비했다. 리조트와 요트가 늘어서 모습은 지중해 연안의 서구국가를 연상케 했다. 연중 코발트색 바다에 몸을 담그고 스노클링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외국인으로 가득했다.    
모히토. [사진제공=신동연 객원기자]

모히토. [사진제공=신동연 객원기자]

 
모히토·다이키리…매력 넘치는 쿠바 칵테일
유네스코 사이트를 살펴보면 쿠바에는 올드 아바나, 트리니다드, 비날레스 등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일곱 군데나 있다. 하지만 정작 쿠바에서 외국인 여행객이 가장 매료시키는 것은 거창한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이 아니었다. 바로 쿠바 칵테일이다. 쿠바에선 칵테일을 빼놓을 순 없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쿠바는 스페인어 문화권 가운데 지리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점(플로리다에서 145km쯤 떨어져 있다) 때문에 1902년 독립 이후 미국의 투자를 많이 받은 것은 물론 미국인 여행자들이 몰렸다. 쿠바 여행사업은 미국이 주도했다. 1919~1933년의 ‘금주법’ 시대에 수많은 미국인이 쿠바를 ‘해방구’로 삼았다. 사탕수수로 만든 독주인 ‘진’을 원료로 하는 수많은 칵테일이 인기를 끌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소개된 칵테일 문화는 품질 좋은 럼주를 바탕으로 쿠바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모히토와 다이키리, 그리고 쿠바리브레가 쿠바를 대표하는 칵테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아 다이키리 칵테일을 마셨다는 아바나 시내 엘 플로디타 카페. 외국인 여행객들이 줄을 서있다. 그 앞으로 빨간색을 칠한 오픈 올드카가 다닌다. 1959년 혁명 이후 미국산 자동차의 신규 수입이 중단되자 쿠바인들은 이전에 수입했던 차량을 수리하고 칠하며 60년 이상 운행해 왔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아 다이키리 칵테일을 마셨다는 아바나 시내 엘 플로디타 카페. 외국인 여행객들이 줄을 서있다. 그 앞으로 빨간색을 칠한 오픈 올드카가 다닌다. 1959년 혁명 이후 미국산 자동차의 신규 수입이 중단되자 쿠바인들은 이전에 수입했던 차량을 수리하고 칠하며 60년 이상 운행해 왔다.

쿠바리브레는 럼주에 미국 문화인 콜라, 그리고 레몬을 섞은 것으로 19세기 후반 아바나에 있는 아메리카 바라는 주점에서 처음 개발됐다고 한다. ‘쿠바 해방’을 뜻하는 이 칵테일의 이름은 당시 독립 무드에 젖어있던 쿠바인들이 지었다고 한다. 금주령을 피해 쿠바에 쉬러 왔던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어 이들을 통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소개됐다.  
 
쿠바 아바나항 창고의 쇠락한 모습. 쿠바는 외국인에게 꾸임없이 자신의 실상을 보여준다.

쿠바 아바나항 창고의 쇠락한 모습. 쿠바는 외국인에게 꾸임없이 자신의 실상을 보여준다.

모히토 가서 쿠바나 한잔 할까 
럼주에 설탕, 레몬즙, 그리고 얼음으로 만든 다이키리는 1920년대 쿠바를 찾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럼주에 소다수, 설탕과 박하 잎을 섞어 만든 모히토는 1940년대 쿠바에서 개발돼 쿠바는 물론 전 세계 최고 인기의 칵테일로 자리 잡았다. 이들 쿠바 칵테일은 1940~50년대 쿠바에 살았던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모히토, 다이키리, 쿠바리브레를 즐겨 마셨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한국에서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왔던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할까’라는 대사로 모히토가 더욱 유명해졌다.  
쿠바 아바나 대학 입구 버스 정류장. 버스 앞으로 올드카 택시가 지나고 있다.

쿠바 아바나 대학 입구 버스 정류장. 버스 앞으로 올드카 택시가 지나고 있다.

 
미국인 쿠바 여행객은 1959년 공산화 이후 크게 줄었다. 하지만 19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 원조가 끊긴 쿠바가 외화 확보 수단으로 관광산업에 주목하고 이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여행객이 늘기 시작했다. 현재 쿠바를 가장 많이 차는 외국인은 캐나다인으로 전체 방문객의 3분이 1 정도를 차지한다. 캐나다는 미국과 달리 쿠바와 국교를 단절하지도, 경제 제재를 가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캐나다는 쿠바산 럼주와 시가의 주요 수입국이 됐다. 국경을 넘어 캐나다에서 쿠바산 럼주와 시가를 사들이는 미국인도 상당수였다. 미국은 쿠바 상품의 수입도 상당 기간 금지해왔다. 2015년 미국은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이뤘다. 이를 계기로 경제 제재를 하나씩 풀고 있으며 앞으로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쿠바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2017년 1월 쿠바 제재 해제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해제에 일부 제동이 걸린 상태다.  

쿠바 서부 모로 요새에서 바라본 아바나의 모습. 아바나는 항구 도시다.

쿠바 서부 모로 요새에서 바라본 아바나의 모습. 아바나는 항구 도시다.

 

관광대국 잠재력 큰 쿠바
쿠바는 사실 외국인 관광객이 열광하기에 충분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항상 웃고 밝은 표정의 쿠바인이야말로 이방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대의 매력이다. 그곳에는 라틴 민족 특유의 쾌활함과 흥취를 지닌 쿠바인과의 기분 좋은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카리브해 연안의 쾌적한 기후와 매혹적인 자연은 쿠바가 받은 축복이다. 아바나의 방파제인 말레콘에 서면 탁 트인 바다를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밤이 되면 맑은 하늘(쿠바의 겨울은 비가 거의 없는 건기다)에서 별이 쏟아졌다.

 
아바나 시내의 모습. 식민지 시대 스페인풍의 건물이 남아있다.

아바나 시내의 모습. 식민지 시대 스페인풍의 건물이 남아있다.

타임머신 탄 듯한 아바나 산책  
라틴 음악과 댄스는 여행객까지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아바나 시내에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맥을 잇는 재즈 클럽의 음악과 춤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모두가 국영인 쿠바의 호텔 로비에선 저녁마다 재즈와 라틴음악 공연이 이어진다. 카페나 식당, 거리에선 ‘관타나메라’ 같은 민속 음악 공연이 그치지를 않는다. 기타 등을 든 마리아치(악사)는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트리니다드시의 거리. 아프리카에서 인신매매된 노예들이 스페인 사람들의 감시 아래 사탕수수를 재뱋5ㅏ고 설탕을 만들던 도시다 . 노예를 부리며 부를 추구했던 과거사와는 판이하게 도시의 이름인 트리니다드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가리킨다.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사회를 지배하던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붙은 도시 이름이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트리니다드시의 거리. 아프리카에서 인신매매된 노예들이 스페인 사람들의 감시 아래 사탕수수를 재뱋5ㅏ고 설탕을 만들던 도시다 . 노예를 부리며 부를 추구했던 과거사와는 판이하게 도시의 이름인 트리니다드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가리킨다.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사회를 지배하던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붙은 도시 이름이다.

 
식민지 시대 사탕수수 산업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도시 트리니다드는 낮에는 역사도시지만 해가 지면 문화 도시가 됐다. 온 도시가 살사를 비롯한 거대한 라틴댄스 공연장으로 변했다. 역사와 음악, 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는 민박집으로 가득 찼고 거기서 몰려나온 외국인 관광객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밤늦도록 춤과 음악을 즐겼다.  
쿠바 산타클라라의 건물 벽에 '피델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피델은 쿠바 혁명 지도자로 49년간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피델 카스트로(1926~2016)를 가리킨다. 이런 사회주의의 모습은 외국인에겐 신기한 장면이다.

쿠바 산타클라라의 건물 벽에 '피델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피델은 쿠바 혁명 지도자로 49년간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피델 카스트로(1926~2016)를 가리킨다. 이런 사회주의의 모습은 외국인에겐 신기한 장면이다.

 
사회주의의 추억도 상품
과거 설탕 수출로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 지은 스페인 식민지풍 건물이 고스란히 보존돼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았다. 거리에는 1959년 쿠바 공산혁명 이전에 수입됐던 뷰익·쉐보레·포드 등 미국산 자동차가 관광 상품인 ‘올드카’로 변해 외국인을 태우고 질주하고 있었다. 그 사이를 한국의 현대·기아차가 누비고 다녔고 소련제 라다가 드문드문 보였다. 타임머신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거기에 아직도 배급제(염가의 유상배급제)와 무상교육, 무상의료 제도 같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유지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묘한 신비감도 있다. 국영상점, 국영식당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쿠바 수도 아바나의 중심부에 있는 혁명광장에선 쿠바 독립혁명의 영웅인 호세 마르티와 함께 1959년 공산혁명의 지도자인 체 게바라와 카밀라 시엔푸에고스의 모습을 정부 건물 벽에 강철 케이블로 만들어놨다.  

쿠바 산타클라라에 있는 체 게바라의 지하 묘지 위의 기념물.

쿠바 산타클라라에 있는 체 게바라의 지하 묘지 위의 기념물.

 
쿠바 여행의 필수 아이템, 체 게바라 
체 게바라의 흔적 찾기는 쿠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남부 도시 산타클라라는 사회주의 쿠바 건설의 공신인 체 게바라의 도시다. 그와 동료 게릴라들의 무덤이 있다. 게바라는 1958년 독재자 바티스타의 군대와 싸워 이 도시를 점령해 아바나로 가는 길을 열었다. 그 뒤 쿠바 공산정권의 초대 중앙은행장과 각료를 지냈으나 볼리비아에서 새로운 게릴라전을 벌이다 1967년 체포돼 처형됐다. 그의 유골은 97년 발견돼 동료 6명의 유골과 함께 쿠바로 돌아와 함께 지하 납골묘지에 묻혔다. 지하 납골묘지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입장도 가능했다. 지하 납골묘지를 지키는 여군은 짝다리를 짚고 연신 하품을 하는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지하 납골묘지 위에 잡은 거대한 게바라 동상에는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Hasta la victoriasiempre)'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게바라가 했다는 이 말은 쿠바 공산당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게바라 동상을 지키는 권총 찬 남자 군인은 외국인 관광객과 사진을 함께 찍어주고 팁도 받았다. 옛 소련과 동유럽의 엄격하고 우울한 공산주의 모습과는 또 다른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풍경이다.  
쿠바 아바나 시내의 미술품 상가.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쿠바 아바나 시내의 미술품 상가.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공항에서 물건 사면 영수증 반드시 챙겨야
문제는 아직 쿠바가 여행 소프트웨어 부문에선 고칠 점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쿠바를 대표한다는 하바나의 호세마르티 공항은 규모도 작았을 뿐 아니라 탑승객 수화물 수속도 원활하지 못했다. 면세점 규모도 작았다. 술과 담배, 커피 콩과 과자를 파는 면세점은 하나밖에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나마 계산도 포스 시스템 없이 국제 신용카드도 받지 않고 쿠바의 ‘외국돈과 바꾼 화폐인’ 쿡(CUC)만 받았다. 구매한 상품을 담는 비닐도 따로 돈을 받았다. 금전출납기로 엄지손가락 크기의 영수증을 발행하다가 그나마 고장이 났다며 갑자기 영수증 없이 상품을 비닐에 담고 밀봉하기 시작했다. 
  
쿠바에는 코카콜라도 펩시콜라도, 환타도, 세븐업도 없다. 쿠바 고유 브랜드의 탄산음료는 있다. 맛은 미묘하게 달랐다.

쿠바에는 코카콜라도 펩시콜라도, 환타도, 세븐업도 없다. 쿠바 고유 브랜드의 탄산음료는 있다. 맛은 미묘하게 달랐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국제 항공운송 규정상 술을 비롯한 액체류는 밀봉한 비닐 포장에 영수증과 함께 담아야 한다. 비닐 포장은 제대로 됐지만, 영수증이 없었던 술 종류는 인천행 여객기로 환승하는 캐나다 토론토 공항에서 검색 도중 모두 압류당했다. 이런 일이 잦았는지 토론토 공항 당국은 아예 환승 검색대 벽에 쿠바의 비닐백과 영수증을 붙여놓고 ‘이 두 가지 규정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액체류를 들고 항공기에 탑승할 수 없다’라고 적어 놓았다. 한국인 일행은 귀국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인 ‘아바나 클럽’을 비롯해 쿠바를 대표하는 진 종류는 모두 토론토 공항에 남기고 올 수밖에 없었다. 쿠바의 관광 서비스 수준과 글로벌 스탠더드가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쿠바는 이제 막 세계와 접촉하기 시작한 글로벌 사회의 새 손님이다. 애정으로 접근하며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 막 날기 시작한 쿠바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쿠바 아바나 시내의 장마당.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쿠바 아바나 시내의 장마당.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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