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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봉건주의의 잔재' 족보가 부활하는 까닭은?

중국 고대 사상가 공자(孔子·쿵쯔)의 78대손이자 화가인 쿵웨이커(62). 너무 유명한 조상을 둔 탓에 그의 어린 시절은 힘겨웠다. 문화대혁명 시기, 구시대의 상징인 공자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그는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학교에서 쫓겨나야 했다. “당시엔 정말 나의 성을 바꾸고 싶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전통적인 유교 방식으로 결혼식을 하는 부부가 공자의 동상에 절을 하고 있다.[WSJ 유튜브 캡처]

전통적인 유교 방식으로 결혼식을 하는 부부가 공자의 동상에 절을 하고 있다.[WSJ 유튜브 캡처]

하지만 그는 최근 오랜 시간 남몰래 지켜온 족보를 당당히 꺼내 들었다. 15년 전 기록이 끊긴 족보를 보완하기 위해 전세계에 뿔뿔이 흩어진 친척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중국의 개혁 개방과 함께 공자와 유교가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칭송 받고, 가족의 뿌리를 찾는 움직임이 중국 사회에 일어난 덕분이다. 쿵은 “족보를 통해 우리 조상의 발자취를 알 수 있고, 가족도 모일 수 있었다”며 “여태까지 족보를 지켜온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중국 사회에서 한때 ‘봉건주의의 잔재’로 여겨졌던 족보가 부활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족보를 복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겠다고 선언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사회 통제 도구 중 하나로 유교 부활 
 
70년대만 해도 중국에서 족보는 화형의 대상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은 집권 후 조상 숭배를 금지 시키고 공자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대대적으로 유교 말살 정책을 시작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홍위병이 공자의 묘를 포함한 유교 관련 문화 유적까지 훼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족보는 불태워졌고, 조상을 모시는 가족 사당은 파괴됐다. 
유교 문화 파괴에 앞장섰던 홍위병 그림 [유튜브 캡처]

유교 문화 파괴에 앞장섰던 홍위병 그림 [유튜브 캡처]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공자와 유교를 부활하는 운동이 중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은 집권 후 사회 통제를 강화하면서 유교를 체제 안정에 유용한 사상으로 여기고 개인의 족보 제작에도 관대한 입장을 취했다. 시진핑은 2013년 공자의 묘를 직접 방문했고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공자를 인용하기도 했다. 
 
월스트리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시진핑이 유교 문화를 부흥시키는 이유는 문화 수출을 통해 중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려는 노력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전세계에 약 500여 개의 ‘공자학원’을 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 최근 중국 개헌 관련 기사에서 중국의 공산주의는 소비에트 연방이나 동유럽의 공산 국가들과 다르게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은 국가를 가정으로, 시진핑 국가 주석을 가정의 가장으로 종종 비유하고 있다. 유교 장려는 이런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강화하려는 행보 중 하나라는 것이다. 
 
뿌리 찾기 공개 선언..족보 열풍에 회의적인 시각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인들은 당당히 뿌리 찾기에 나섰다. 중국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의 류창둥(劉强東) 대표는 지난 1월 자신의 조상을 찾는 작업을 도와 달라고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중국엔 나무도 자신의 뿌리를 잊으면 안 된다는 속담이 있다”며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았다.   
 
족보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선대의 업적이 자부심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바오전톈(43)은 자신이 ‘포청천’으로 알려진 송나라 시대의 관리 바오정(包拯)의 35대 후손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조상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공자의 탄생지인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시에 건설된 공자 박물관 조감도 [연합뉴스]

공자의 탄생지인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시에 건설된 공자 박물관 조감도 [연합뉴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족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송나라 유명 시인 쑤스(蘇軾)의 30대손인 한 여성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쑤스의 후손인 것이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조상이 유명하다고 해서 특별히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며 “어릴 적 아버지가 가문 자랑을 하면 어머니는 늘 ‘조상들은 대단한데 당신은 왜 그러냐’고 소리치곤 했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이동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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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