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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청년 석·박사들이 동네책방 연 까닭

전북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석·박사들이 연 카페형 서점 ‘책방놀지’ 내부. [김준희 기자]

전북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석·박사들이 연 카페형 서점 ‘책방놀지’ 내부. [김준희 기자]

“대형 브랜드 서점과 비교해 책의 종류나 수는 적지만 우리가 소개하고 싶은 책을 팔아요.”
 
전북 전주시 금암동에 있는 ‘책방놀지’는 커피와 맥주·와인을 즐기며 맘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형 서점’이다. 전북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장세길(47)씨 등 선·후배 5명이 의기투합해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아시아 사회·문화를 탐구하는 ‘아시아 사회문화연구소’를 겸한 이곳은 이른바 ‘북큐레이션’ 개념을 도입했다. 북큐레이션이란 북(book)과 큐레이션(curation)의 합성어로 특정 주제에 맞게 책을 선별해 보여주는 방법을 말한다. 북매니저 임주아(30·여)씨는 “주인의 취향을 판매하고 정서와 문화를 전파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대형서점에 밀려 사라졌던 동네책방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책방마다 성격은 다르지만 개인의 취향과 지식 공유에 가치를 둔 ‘별종 책방’이 늘고 있는 것이다. 책방과 지식을 뜻하는 Knowledge와 지(知)를 합친 책방놀지도 이런 동네책방 중 하나다.
 
대학원에서 같은 지도교수 아래서 석·박사를 딴 30~40대 운영위원들은 지자체 연구원이나 콘텐트 제작업체 직원 등 본업이 따로 있다. 평상시에는 북매니저 임씨와 아르바이트생 겸 디자이너 이다애(27·여)씨가 책방을 지킨다. 운영위원들은 퇴근 후 밤이나 주말에 책방 손님을 맞는다.
 
서점 내 ‘3월의 기획 도서’로 선정된 책들. [김준희 기자]

서점 내 ‘3월의 기획 도서’로 선정된 책들. [김준희 기자]

책방놀지에는 새 책과 헌 책 500여 권이 있다. 책꽂이에는 ‘치열하게 지역 현장을 살아온 세 사람의 지역에 관한 답지’ 같은 쪽지가 붙어 있다. 임씨와 운영위원들이 책을 읽은 감상 등을 짤막하게 적은 종이다.
 
당초 통닭집이던 단층짜리 낡은 건물(99㎡)을 ‘맏형’ 격인 장씨가 사들여 책방으로 개조했다. 개업 초기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20여 명이 찾고 있다. 지난해 10월 임씨가 북매니저로 합류하면서 책 종류가 다양해지고 프로그램도 풍성해졌다. 딱딱한 인문·사회과학 서적 일색에서 시집과 소설·에세이 등 문학 서적이 추가됐다. ‘복숭아’란 시(詩)로 201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임씨는 “문학을 하려면 서울로 가야 하고, 서울에 가야만 주목받는 풍토를 깨고 싶다”고 했다.
 
책방놀지는 매달 ‘기획 도서’도 전시한다.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열고 있는 ‘시 낭독회’와 엽서에 듣고 싶은 음악을 적어 내면 북매니저가 틀어주는 ‘밤의 음감회’는 책방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다음달 7일에는 여행 에세이 『때가 되면 이란』의 저자 정영효 시인을 초대해 낭독회를 연다. 책방놀지는 최근 유명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전국 동네 책방 12곳과 제휴해 꾸린 ‘문학동네 북클럽 아지트’에 전북에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전주에는 이곳 외에도 ‘북스포즈’ ‘잘 익은 언어들’ ‘책방 토닥’ ‘살림책방’ ‘유월의 서점’ ‘책방 같이[:가치]’ ‘에이커북스토어’ ‘L의 서재’ 등 독특한 색깔을 지닌 동네책방 10여 곳이 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북스포즈’는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맥(책+맥주)’ 서점이다.
 
전주 하가지구에 있는 ‘살림책방’은 인문학 서적과 그림책·독립출판물을 판매한다. 독립출판물은 무명 작가가 글과 사진·디자인·인쇄·출판까지 오롯이 혼자 만든 책이다. ‘책방 같이[:가치]’는 전주 인후동에 있는 그림책 전문 동네책방이다. 그림책 독서 동아리를 운영하던 한 주민이 이웃과 같이 그림책의 가치를 나누려고 책방을 차렸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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