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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닥 신호등이 스몸비 사고 막을까

대구 동대구역 환승센터 횡단보도 앞 바닥에서 빛나는 일직선 형태의 물체가 ‘바닥 신호등’이다. 이달 말부터 3개월 간 본격 가동된다. [사진 경찰청]

대구 동대구역 환승센터 횡단보도 앞 바닥에서 빛나는 일직선 형태의 물체가 ‘바닥 신호등’이다. 이달 말부터 3개월 간 본격 가동된다. [사진 경찰청]

“어머, 이게 뭐야?” 횡단보도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스마트폰을 보던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바닥에 켜진 ‘신호등’ 때문이었다. 일직선 형태(폭 10cm, 길이 6~8m)의 이 신호등은 일반 보행자 신호등과 동시에 적색이나 녹색으로 바뀌었다. 점자블록 부근 바닥에 매립된 LED 전구가 빛을 냈다. 처음 보는 ‘바닥 신호등’의 등장에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지난달 대구시 동대구역 환승센터 삼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시선이 바닥을 향해 있던 ‘스마트폰 보행자’들은 고개를 들지 않고도 신호의 변경을 알 수 있었다. 이 곳 횡단보도 앞 6곳에 ‘바닥 신호등’을 설치한 건 경찰청이다. 경찰청은 이런 ‘바닥 신호등’(가칭)을 정식 보행자 신호장치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호등을 바닥에도 설치해 고개를 숙이고 걷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서 ‘바닥 신호등 시범 운영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대구시에 설치하고 한 달여간 시범 작동시켰다. 이달 말 정식 가동을 앞두고 현재는 일시 중단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의 신호등은 스마트폰에 빠진 보행자의 주의를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다. 달라진 보행 문화에 맞는 방식으로 신호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바닥 신호등’은 경기도 수원시와 양주시에도 이달 안에 등장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달 말부터 대구시·수원시·양주시 세 지역에서 이 신호등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이후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약 3개월간 신호 준수 등에 효과가 있는지 분석한다. 서울시와 전남 순천시도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 달여간 대구시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시민들이 신호를 준수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바닥 신호등’은 시범 운영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올 9월쯤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서 정식 신호장치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단체가 ‘바닥 신호등’을 기존 신호등의 보조 장치로 설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신호등 보조 장치로는 신호등 잔여 시간 표시기 등이 있다.
 
스마트폰 보행자 교통사고 추이

스마트폰 보행자 교통사고 추이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2013년 117건에서 지난해 177건으로 5년 사이 1.5배 증가했다. 횡단보도도 ‘스몸비 위험지대’가 됐다. 도로교통공단은 2015년 전국 중·고교생과 성인 971명을 대상으로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교통사고를 경험했거나 날 뻔했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약 18%가 ‘횡단보도 통행 중’이라고 답했다. ‘주택가 이면도로 보행 중’(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신호등이 적색일 때 건너거나, 녹색불이 깜빡일 때 뛰다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바닥 신호등 LED 조명의 표면은 방수처리 돼 있고, 강화 플라스틱으로 덮여있다. 하지만 해가 지기 전의 밝기가 기존 보행자 신호등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시범 운영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보완한다. 또 신호등의 길이, 설치 위치 등도 다양하게 시도해 표준 규격을 마련할 예정이다.
 
몇 년 전 일부 지자체에서 노약자의 보행을 돕기 위해 바닥 신호등을 설치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경찰의 허가를 받지 않은 교통시설물이어서 제재 대상이었다. 독일·싱가포르 등도 스몸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바닥 신호등을 설치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스몸비 안전사고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저 ‘사용하지 말라’는 구호에 그치지 말고, 보행 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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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