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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번쩍번쩍 광나는 일본 전통시장의 바닥

최지영 산업부 기자

최지영 산업부 기자

6일간의 휴가로 간 일본 여행에서 오카야마·히메지·구라시키·교토·오사카의 전통시장을 둘러봤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애용하는 곳이 많았다. 유명하지 않은 동네 시장도 깔끔했고, 개성 있는 점포들로 가득했다.
 
특히 구라시키(倉敷)역 앞의 전통시장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가운데 손님들이 쉬어 가라고 상인연합회가 만든 조그마한 광장이 마련돼 있었는데, 타일이 깔린 바닥에서 ‘광’이 났다. 먼지 한 톨 없는 화장실엔 비데도 설치돼 있었다. 일본 청바지의 발상지로 유명한 인근 고지마에서 온 이색 청바지 브랜드들도 수제 청바지와 청 소재로 만든 귀여운 장식품들을 시장 안에서 팔고 있었다.
 
그간 많은 국내 공무원들과 지방자치단체, 전통시장 관계자들이 유명하다는 일본의 전통시장으로 벤치마킹을 갔다 왔다. 보고서만도 숱하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는 데 이들 보고서를 잘 활용했는지는 의문이다.
 
전통시장의 붕괴는 일본이 수십 년 전 겪었던 문제다. 1973년 ‘대규모소매점포법’을 만들어 대형 수퍼와 마트 출점 제한에 나섰다. 하지만 규제로 오히려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2000년 이 법을 없애고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대형 점포를 열 수 있게 한 ‘대규모 소매점포 입지법’으로 대체했다.
 
전통시장의 노력도 더해졌다. 변신 움직임은 청결함이나 지붕 아케이드 설치 같은 기본적인 것에 멈추지 않았다. 4개의 전통시장이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4개 시장 전체를 공동 운영하는가 하면(마쓰야마 오카이도 시장), 관리 조합이 중심이 돼 입주 업종 등을 조정하고 간판 등의 디자인 코드를 통일하는 곳도 있었다(가나자와시 겐마치 상가). 정부 지원에 무작정 기대는 대신 자구노력을 기울였다. 15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아케이드 설치비를 마련하기 위해 각 시장 점포에서 매달 6만원 정도를 적립하기도 한다. 그 결과 구라시키역 시장과 같은 매력적인 시장은 일본 전통시장의 평균적인 모습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전통시장 같은 유통 약자 살리기에 유달리 관심이 많다. 하지만 대책은 대형 점포 출점 제한이나 휴일 영업 불허 같은 규제 일색이다. 전통시장 살리기의 시작과 끝은 상인들 마인드 바꾸기가 돼야 한다. 국내 성공 사례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1913송정시장이나 통인시장 등 청년들의 감각을 입혀 매력적인 시장으로 변모한 곳이 많다.
 
‘전통시장의 부활’이란 명제는 진화하는 소비자의 입맛, 눈높이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요즘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대량 생산된 제품이나 어디 가서도 체험할 수 있는 복제된 경험을 원하지 않는다.
 
시장 부활은 시장 상인들이 주도해야 성공한다. 정부는 이를 어떻게 지원하고, 상인들을 어떻게 교육할지 고민할 때다.
 
최지영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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