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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명 정보 샌 ‘데이터 스캔들’ … 최대 위기 맞은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회원 5000만명의 개인 정보 유출을 방조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200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선거 기간 동안 페이스북에서 회원 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데 활용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페이스북은 2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서야 이 사태를 파악하고 CA와의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21억명이 넘는다. 이용자들은 “광고 수익을 늘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이용자들의 데이터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페이스북을 비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은 대선 기간 당시 CA에서 일했던 전 직원 크리스토퍼 와일리가 17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트럼프 캠프가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선거 운동에 활용했다”는 고발을 하면서부터다.
 
CA가 미국 국내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5000만명의 데이터를 대량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외부 업체들이 페이스북에 돈만 내면 이용자 데이터에 접근하기 쉽다는 것을 방증한다.
 
 
‘성격 검사’ 앱으로 수집한 정보 선거 활용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

오래전부터 트럼프를 지지해온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로버트 머서는 2014년 미국 중간선거 때부터 당시 신생 데이터 기업이었던 CA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IBM에서 일하는 등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에 능통한 그는 일찌감치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등 빅데이터를 선거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CA의 데이터 수집 방식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알렉산더 코건(심리학) 교수는 2016년 대선 기간 당시 ‘디스 이즈 유어 디지털 라이프’라는 설문 조사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페이스북 이용자 27만명에게 배포했다. 이 앱만 보면 단순한 성격 검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코건 교수는 앱 사용자들의 친구 목록, ‘좋아요’ 목록, 위치 정보 등 개인 정보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 페이스북 내에서 ‘제3자가 만든 앱에 접속할 때 정보 제공에 동의한다’는 버튼만 누르면 사용자의 각종 개인 정보가 해당 기업에 제공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견인’인 머서로부터 “유권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도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CA는 코건 교수에게 5000만 명의 데이터를 받아 유권자 성향을 분석하는 데 썼다.
 
트럼프 당시 후보자에게 우호적인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을 찾아내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광고와 캠페인 메시지를 배포하고 선거 자금 기부를 유도하는 등의 전략을 짜는 데 활용됐다. 대선에 투표하는 유권자 수가 미국에서 2억명인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캠프가 페이스북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의 정보를 파악한 셈이다.
 
 
미국 일부 주 정부 조사 … 저커버그는 ‘침묵’
 
기업들이 페이스북에 비용을 지불하고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합법적인 일이다. 해당 정보를 자사의 앱이나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명시하지 않은 서비스에 연동시키는 것은 페이스북 약관상 위법 행위다. 문제는 이들이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지 여부를 페이스북이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19일(현지시각) 성명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를 통해 CA가 아직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보안을 총괄하는 알렉스 스테이모스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도 사의를 표명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영국 의회에서는 저커버그가 직접 청문회에 출석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페이스북과 CA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19일 밝혔다.
 
 
타깃 광고 수익 한 해 43조원 … 주가도 급락
 
그러나 애당초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팔아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 파문이 이번 사태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페이스북은 지난해만 광고 수익으로 406억 달러(약 43조원)를 벌었다. 이 수익 대부분이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 활용한 ‘맞춤형(타깃) 광고’를 통해 나왔다.
 
CNN은 “이용자들의 정보를 제3자에 넘기는 등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페이스북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담배를 산 사람이 담배를 누구랑 나눠 피우는지 편의점 주인이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전 세계 소셜미디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신뢰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A 데이터 유출 외에도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가 연계된 가짜뉴스가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된 의혹이 제기돼 미국 검찰이 수사 중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그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전화번호나 생년월일 등 다양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건은 야후 해킹 사건(2013년)이나 신용평가사 에퀴팍스 해킹 사건(2017년)처럼 제3자에 의해 불법으로 자료를 해킹했을 때 해당 기업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CA 건처럼 해킹이 아닌 기업에 돈을 받고 판 이용자 정보가 제3자에게까지 유통된 경우는 전무하다.
 
이번 논란이 발생한 후 페이스북 주가는 19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6.8% 폭락하며 172.56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새 시가총액 367억 달러(약 39조원)가 사라진 것이다. 페이스북과 더불어 ‘FANG’이라고 불리는 아마존·넷플릭스·구글 주가도 이날 동반 하락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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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