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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페점' 도입 석 달, 이마트 직원들 '휴식 있는 삶' 얻었을까



국내 1위 대형 유통 체인점 이마트가 지난 1월 1일부터 도입한 '23시 폐점'이 시행 석 달째를 맞았다. 종전보다 한 시간 앞당겨진 23시 폐점은 모기업인 신세계그룹이 "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주겠다"면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것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당시 신세계의 이런 시도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을 중시하는 사회 흐름과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마트 매장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1시간 일찍 퇴근하면 정말 '휴식이 있는 삶'을 얻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석 달간 휴식 시간과 월급만 줄어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근무… "휴식 없는 삶"

A씨는 현재 서울의 한 이마트에서 근무 중이다. 전업주부자 '경단녀'였던 그는 생활비와 자녀의 학자금을 보태기 위해 5년 전 이마트에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오후 10시부터 심야 수당이 붙어요. 우리처럼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거든요. 힘들어도 어떻게든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한 달을 일해 A씨가 받는 월급은 200만원 초반대. 그는 "큰 액수는 아니지만 늘 감사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트가 23시 폐점을 도입하면서 A씨의 삶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나도 처음에는 빨리 퇴근해서 좋을 줄 알았죠. 기본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쉬지 못하고 일하게 됐어요. 거기에 수당이 줄어들면서 월급도 사실상 줄었고요."  

또 다른 직원 B씨 역시 "다음 교대 동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물류를 풀고 배열하는 등의 업무를 최대한 마쳐야 해요. 내가 안 하면 동료가 고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근무 현장에서 휴식 없이 일하고 있어요. 삶의 질 면에서 23시 폐점 도입 전후가 달라진 것이 없어요. 12시 이후에 붙는 교통비가 포함된 심야 수당도 없어졌으니 월급도 줄어든 꼴"이라고 했다.

1시간 빠른 폐점으로 인한 여파는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배송하는 배달 직원들에게도 미쳤다. "솔직히 23시에 폐점해도 우리는 영향이 없을 줄 알았다"던 배달 직원 C씨는 "우리는 매장에서 포장한 물품을 받아 배달한다. 안에 있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드니까 급하게 작업하고, 우리는 물건을 받아 달리기 바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마트계 삼성, 이마트가 먼저 변해야 한다"

이마트 노조는 23시 폐점과 주 35시간 노동으로 휴식 있는 삶과 워라밸을 제공하겠다던 신세계와 이마트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마트 노조 이마트 지부 전수찬 위원장은 "근무시간이 단축되면서 휴게 시간과 마감 및 준비 시간이 모두 줄어드는 등 업무 강도가 더 세졌다. 무기계약직 직원이 23시 폐점을 했을 때 10개월 동안 약 100만원가량의 월급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오후 11시 폐점인데, 우리의 퇴근 시간은 11시20분이다. 무늬만 폐점 시간 단축일 뿐, 실상은 다르다"고도 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고용이나 업무량 감축이 없는 이마트의 23시 폐점은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큰 연관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의당 김영훈 노동본부장은 "추가 고용 없이 근무시간만 줄이는 것은 서류상 '주 35시간만 일한다'는 걸 내세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지출을 피하기 위한 꼼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시도를 평가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직원 D씨는 "다른 대형 마트에서 일하다 온 직원들은 '그래도 이마트가 낫다'고들 하더라"고 전했다.

배달 직원 C씨도 "우리 같은 온라인 점포 배달 직원들은 다들 하청의 재하청 구조를 띠고 있다. 그래도 이마트가 타 대형 마트나 택배 업체보다 근무 여건이 낫다"고 말했다.

김영훈 노동본부장은 "이마트는 한국 마트계의 '삼성'으로 불릴 만큼 대기업이고 또한 재벌이다. 그만큼 사회적 책무가 있다"면서 "이마트가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를 개선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타 대형 유통 마트에도 미치는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23시 폐점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다"면서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진 부분은 자동화 기기 도입과 여러 효율화 작업 등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매년 임금 협상으로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연봉을 올리고 있다. 올해도 10% 이상 올랐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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