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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댓글, 2시간이면 없는 여론도 만든다”

댓글 이대론 안 된다 <하>
“두 시간이면 포털 인기 기사를 만들 수 있다.” 보안 전문가 A씨의 말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A씨는 직접 보여주겠다며 지난 15일 오후 2시 중앙일보가 한 포털 사이트에 올린 아이돌그룹 관련 기사를 지목했다. 주목을 받지 못해 댓글이 전혀 붙지 않은 기사였다. A씨는 먼저 가상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하는 해외 사이트에서 가상 휴대전화 번호 5개를 생성했다. 포털의 휴대전화 본인 인증 시스템에 이 번호들을 입력하니 의외로 금세 통과됐다. A씨는 그뒤 아이디(ID) 5개로 번갈아 댓글을 추가했다. 오후 9~11시 사이 60개를 달았다. 다른 사람의 댓글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 기사는 두 시간 만에 댓글 많은 기사 28위로 올라섰다. 노출이 많아지면서 ‘좋아요’를 누르는 네티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포털의 사용자 확인이 얼마나 부실한지, 댓글이 얼마나 믿기 힘든지 실감한 경험이었다.
 
이 전문가는 불법 개인정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가상 전화번호를 생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댓글을 다는 사람은 국내에서 휴대전화 ID를 사서 쓴다고 전했다. 포털마다 스마트폰 1개로 달 수 있는 댓글을 20~30개로 제한해 놓아 댓글을 많이 달려면 여러 개의 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SNS에 ‘ID 판매’를 검색하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수십 개의 관련 계정이 검색된다. 취재팀이 한 네티즌과 접촉해 보니 개당 6000원씩 10개 묶음으로 판매한다고 했다. 성별과 연령대가 특정된 아이디는 개당 3만원으로 비쌌다. 이 네티즌은 “똑같은 IP(인터넷 주소)를 쓰면 포털에서 자동으로 사용을 중지시키니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켰다가 다시 일반 모드로 전환해 IP를 바꾸면 된다”고 요령을 설명했다.
 
포털사이트에 가상 ID로 달린 댓글 보니

포털사이트에 가상 ID로 달린 댓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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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작업 대신 ID와 IP를 자동으로 바꾸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같은 시간에 수천 개의 댓글도 달 수 있다. 실제 지난 9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검찰 출두 기사엔 한 ID가 1분에 한 개꼴로 똑같은 댓글을 계속 올렸다. “솔직히 도지사가 난 더 큰 피해자인 듯하다. 힘내시고 파이팅 하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이 댓글은 네이버 시스템 오류를 틈타 일일 댓글 수 한도(20개)를 훨씬 넘는 264번이나 달렸다. 다른 기사에는 ‘사람이 문죄다. 북재앙’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100% 속고, 국민은 문재인과 주사파에 속고 있다’는 댓글이 수십 차례 게시됐다. 복사해서 붙여넣은 듯 띄어쓰기까지 똑같고 한두 시간 동안 몰아서 썼다는 점에서 매크로에 의한 조작이 의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포털, 언론 아니라며 댓글로 영향력 확대 … 작전 개입된 전쟁터, 교통정리할 시점” 
 
이런 조작을 부추기는 건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진보와 보수의 댓글 전쟁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댓글을 상위에 올려 인터넷 여론을 유도하려 실시간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1시 진보 진영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얘들을 꼭 잡아야 한다’는 제목으로 한 기사가 게재된 포털 사이트를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이 기사는 이날 오전 7시에 공개된 전투기 F-35A 1호기 출고식에 공군참모총장이 불참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최상단에는 ‘이게 나라냐?’라는 보수 쪽 댓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곧 진보 진영 커뮤니티에서 ‘좌표’를 찍자 해당 댓글에 대한 ‘싫어요’가 급증했다. 그러자 보수 진영도 트위터를 중심으로 해당 기사에 대한 ‘화력 지원’을 요청했다. 네티즌들은 기사 링크를 걸고 “북한 눈치 봐야 하는 대한민국 안보. 공군참모총장은 군복을 입고 새가슴만으로 자리만 지킬 거냐”는 댓글에 추천을 집중했다.
 
댓글 전쟁은 국민 여론을 오도한다. 똑같은 기사가 어느 포털에 게시되느냐에 따라 전혀 상반되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직장인 김모(31)씨는 “같은 기사인데 댓글 반응은 네이버 따로, 다음 따로여서 어느 게 진짜 여론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보다 못해 포털 댓글을 분석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지난 2월 오픈한 네이버 댓글 분석 사이트 워드미터(wordmeter.net)다. 개발자 권용택씨는 “댓글이 진짜 개인의 의견인지, 아니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누군가 대규모 물량전을 펼친 것인지 의심돼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지난해 11월~올 3월 초 넉 달여간 1000개 이상 댓글을 올린 네티즌 수를 헤아려 보니 1619명에 달했다. 이들은 한 달 평균 5~6개를 다는 일반인의 50배인 200여 개의 댓글을 달았다.
 
이들의 댓글을 분석해 보니 이념성이 강하고 똑같은 댓글을 반복하는 경향이 심했다. 댓글 3830개를 단 ID ‘pant****’는 지난 3일 오후 9시부터 6일 오후 9시까지 6개 기사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일한 댓글을 60개 올렸다. 다른 ID는 ‘쥐새끼, 홍발정, 간철수’처럼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는 댓글을 반복했다. 이들의 댓글은 정치와 외교, 남북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집중됐다.
 
그럼에도 포털은 댓글 전쟁을 방관하고 있다. 오히려 댓글을 ‘좋아요’ 순으로 배열해 경쟁을 부추긴다. 관심을 끄는 댓글엔 ‘다수가 평가 중인 댓글입니다. 위 댓글에 대한 의견은?’이라는 안내 문구도 붙인다.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댓글의 IP를 가려 조작이나 동원 여부를 전혀 알 수도 없다. 댓글을 보여주지 않거나 언론사에 맡기고 있는 글로벌 포털들의 경향과 반대다.
 
최용락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언론이 아닌 포털이 댓글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다 보니 댓글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며 “작전세력까지 개입된 전쟁터가 된 포털을 교통정리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김민상·임선영·하선영·김준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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