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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투사' 탤런트 김가연 "악플은 살인죄…정치권·포털 반성해야"

댓글 이대론 안 된다 <하> 
"악성 댓글은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 한두명 잡는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댓글이 사회 문제로까지 커진 데는 이를 방관한 법과 기업들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탤런트 김가연씨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일정 시간 글 쓰는 권한을 박탈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BC에브리원 캡처]

탤런트 김가연씨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일정 시간 글 쓰는 권한을 박탈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BC에브리원 캡처]

 
탤런트 김가연(46) 씨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댓글의 부작용을 개인이 아닌 법과 제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플러들은 절대 선처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는 그는 지난 2010년부터 본인과 가족들을 향한 악성 댓글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해왔다. 그는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악성 댓글 처리 전문가'다. 악플 문제로 골치를 앓는 동료 연예인들도 김 씨에게 자문을 구한다.
 
김 씨가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남편인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 씨와의 열애 기사가 나면서부터다. 두 사람은 2010년 열애 사실을 인정하고 2011년 혼인신고를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 씨가 이혼 경력이 있고 딸이 있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악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혼자서 울고 속상해했다. 차라리 육두문자가 섞인 일차원적인 악플이면 낫다. 결혼 이후 악플 수준이 극도로 심해졌다. '애 딸린 이혼녀'부터 시작해서 남편과 딸을 엮은 패륜적인 악플까지 이어졌다. 특히 성적(性的)인 악플들은 읽으면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 악플을 단 사람들을 찾아내서 똑같이 복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악플을 읽은 기억은 강제로 지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탤런트 김가연씨가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경찰에 고소한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MBC 캡처]

탤런트 김가연씨가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경찰에 고소한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M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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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네티즌들의 악플 증거를 모으는 과정부터 이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과정까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찍어 올렸다. '설마 진짜로 고소하겠어?'라고 생각했던 네티즌들에게 소환장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악플을 달아서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도 있고 김 씨에게 '선처를 바란다'며 경찰을 통해 연락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내가 고소한 사람들 중 50% 넘게 벌금형으로 처벌받았다. 처음에 '악플은 감내하자', '화가 나지만 참자'고 하던 남편도 내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잘한 것 같다고 얘기한다. 여러 차례 법적인 조치를 취했더니 이제는 나와 내 남편 기사에 예전과 같은 극성맞은 악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즘에도 나와 관련된 글은 계속 찾아보고 확인한다."
 
김 씨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댓글 문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갈수록 악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회악이 된 데는 소수 네티즌의 잘못된 놀이 문화가 방관돼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어떤 기사에 3000개의 댓글이 달려있다고 해서 3000명이 댓글을 단 것이 아니다. 100명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이 반복해서 댓글을 달고 또 단다. 일반인들은 이 댓글들을 보면서 '아 3000명의 사람이 다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이런 댓글들이 우리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되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공간이 급격히 늘어나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식으로 휘갈겨 써도 내가 쓴지 모를 거야, 문제가 안 될 거야'라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악플을 남긴다."
 
고소당한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은 대부분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김 씨는 "악플러 대부분이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받지만 이 정도 처벌에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악플도 결국 사람을 죽이는 범죄의 일종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법은 이들에게 곤장 몇 대치고 끝난다. 악플은 심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이들에게 어마어마한 벌금형이나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나와야 한다."
 
그는 "댓글 문제에 아무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도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어떤 정부 부처·기관도 댓글 문제에 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가끔 '선플 달자'는 보여주기식의 캠페인 같은 것을 하는 게 전부이지 않냐. 악플로 피해를 겪으면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나."
 
김 씨는 "세대교체가 되지 않는 이상 낡은 법과 제도 속에서 악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제도와 법안을 관장하는 공무원, 정치인들은 인터넷 세대가 아니다. 가끔 종이 신문만 펼쳐보고 보좌관 등 부하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으니 댓글로 인한 부작용과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한 번은 모 국회의원이 악플 문제에 관심을 가지길래 내가 열심히 댓글과 관련한 처벌 기준과 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경청하는 듯 했던 그 의원은 마지막에 '그러면 내 보좌관한테 잘 얘기하라'고 하더라.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악플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
 
김 씨는 "문제가 생겼을 때 재빨리 대처하지 않는 포털들에도 악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 댓글 창이 이제는 그냥 자신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공간이 돼버린 이상 포털들도 댓글 창을 없애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사람들도 꼭 남기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정제된 단어와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악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뉴스 댓글 창을 만드는지 여부는 그 기사를 쓴 기자나 해당 언론사에 권한을 주고 ^악플을 단 사람들에게는 페널티 제도의 목적으로 일정 기간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고 ^IP 추적이 간단치 않은 외국에 있는 악플러들을 잡기 위해 경찰이 외국 사법 기관과 공조 수사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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