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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칼럼] 공유(共有), 그 ‘유쾌한 반란’

송호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서울대 교수

송호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서울대 교수

꽃 소식이 북상하는 이즘엔 아무래도 훈훈한 얘기가 어울린다. 꽃 맞이할 마음 준비가 필요하다. 꽃은 공유(共有) 미덕의 결정체다. 너나 할 것 없이 눈부신 설렘을 선물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도 그렇다. 필자가 연구차 만난 포스코 명장 S씨. 포항과 광양제철소 1만7000명의 현장직원 중 명장(名匠)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대학으로 치면 석학인데 외국에서 러브콜이 쇄도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현 정부의 세금 살포식 ‘공유’는
그다지 생산적 개념이 아니다
프랑스 마크롱 ‘유쾌한 반란’처럼
공유시민과 기업시민 늘어나고
스스로 사회적 가치 실천해야
진정한 상생과 공유가 싹튼다

입사 35년 차 S씨는 부업이 있다. 포항 인근 마을 고령자들에게 25년째 무료급식을 해 왔다. 매달 월급에서 100만원을 떼서 비용을 댔는데 외환위기 때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급식소를 매입했다. 비용전략 차원이었다. 결국 아내에게 발각됐다. S씨는 ‘다리몽둥이 부러질 뻔했으나’ 통 큰 부인이 아예 업무를 인수했다. 무료급식소 반장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후 20년째 꼬박꼬박 마을 노인들의 점심상을 차렸다. 몸은 고단했으나 마음은 즐거웠단다. S씨가 명장 임명장을 들고 온 지난해 여름, 부인은 평생 속을 썩인 S씨를 눈물로 화답했다. 홀로 남은 노모(老母)를 업고 포항으로 이주했던 S씨의 평생 한(恨)을 그 부인은 알고 있었다.
 
이웃과 공동체의 고통을 절감해 공유 미덕을 실천하는 사람을 독일어로 공유시민(mitbürger)이라 부른다. 그 근육질 공장에서 ‘더불어 사는 시민’을 자주 목격한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최근 사회와의 가치 공유에 눈뜬 민간 대기업이 발견되는 것도 무척 반갑다.
 
최태원 SK 회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연세대 ‘글로벌지속가능포럼’에서 최 회장은 컨티뉴 백팩 스토리를 소개했다. 폐차 가죽 재활용 ‘사회적 기업’인 모어댄이 만든 작품이었다. 사회적 기업은 공유 속에서 영리를 캐는 ‘더불어 사는 기업’을 말한다. 최 회장은 SK그룹을 영리와 공익의 조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 SK주유소의 사회가치적 쓰임새를 공모한 것도 그렇고, 기존의 회계장부에 ‘사회적 가치’ 측정치를 신설한다는 약속에도 ‘뉴 SK’에 대한 개안(開眼)이 돋보인다. 스스로 ‘유쾌한 반란’이라 칭한 그의 표정은 유쾌했다. 지난 1년간 혼쭐난 삼성과 롯데도 기존 틀을 깨는 참신한 길을 궁리 중이다. 기업가치를 사회와 공유하는 ‘기업시민’이 탄생할지 두고 볼 일이다.
 
송호근칼럼

송호근칼럼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바가 ‘더불어 사는 국가’, 즉 사회국가(Sozialstaat)다. 그래서 재벌 대기업 ‘군기 잡기’와 영세 중소기업 ‘모유(母乳) 주기’에 올인했다. 강자에겐 더 강하고, 약자에겐 한없이 부드러운 군기반장이다. 국민 정서에 딱 들어맞는다. 대기업 횡포에 철퇴를 내렸고, 영세기업에 쏟는 애정은 감동적이다. 최저임금 지원금을 20조원 풀고, 청년 고용 중소기업에 1인당 1000만원씩 지급한다. 공적 자금의 단기 속성 투입이 뒤틀린 시장을 정의롭게 만들리라고 굳게 믿는다. 그리되면 정말 좋겠다.
 
그런데 이게 사회국가의 공유정신과 부합하는가? 시장은 규제 철조망에 갇혔는데 세금을 레미콘 차에 담아 바닥을 다졌고 또 그럴 예정이다. 논란이 분분하다. 대기업을 혼쭐내면 일자리가 늘까, 영세기업에 이유식까지 떼면 자립할까, 면세자들은 과연 사회국가의 일원일까, 세금으로 임금 주면 시장이 스스로 움직일까? 초급경제학 강의실에서도 터져 나올 이 질문들은 현 정권의 ‘공유’가 그리 생산적 개념이 아니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사회국가는 경제의 동맥경화증을 제거해 혈류를 트고 우선 기업 활력을 북돋운다. 그런 다음 고용주를 포함, 모든 국민이 ‘손실의 내면화’를 통해 공유자산을 키운다. 십시일반 양보, 세금 투입은 최후 수단이다. 현 정권 1년, 대기업은 몸을 사리고, 중견기업은 해외 탈출을 엿보고, 고용증가율은 둔화됐다. 정작 지원 대상 고용주도 머뭇거린다.
 
오히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해법은 사회국가의 ‘유쾌한 반란’이다. 사익을 좇는 노조와 담판해 노동법을 바꿨다. 공공부문을 줄였고 철밥통에 경쟁을 도입했다. 세금 축소, 규제 철폐, 영세부문에 채용과 해고자율권을 부여했다. 구직자·실업자·약자를 사회보장의 보편적 제도로 끌어안았다. 유쾌한 반란의 리스트는 끝이 없다. 프랑스가 젊어졌고, 톨레랑스의 공유정신이 살아났다. 그런데 한국에는 무엇이 살아나고 있는가. 기업 적대감? 강자에 대한 원한과 약자의 무한한 의존감? 글쎄다. ‘더불어 사는 국가’의 정책기조를 수정해야 한다. 공유시민과 기업시민이 도처에 탄생해 스스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도록 독려하려면 말이다. 현금 살포는 진통제일 뿐 상생과 공유정신을 외려 훼손한다.
 
송호근 본사 칼럼니스트·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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