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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 줄 인사' 국민연금 감사 "이사장과 동문이라 '자격 없다'는 건 인격살인"

이춘구 국민연금공단 감사. [사진 국민연금공단]

이춘구 국민연금공단 감사. [사진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9일 오후 '감사 이춘구'라고 적힌 한 줄짜리 인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임기 2년의 국민연금공단 감사는 연기금 600조원을 굴리는 공단 업무 전반과 기금운용 내역 등에 대한 감사 역할을 총괄하는 공단 내 '서열 2위' 자리다. 하지만 자료에는 신임 감사에 대한 프로필이나 선임 배경 설명은 없었다. 
 
KBS 기자 출신인 이춘구(61) 신임 감사는 공교롭게도 김성주(54)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고등학교(전주고) 선배이자 동향(同鄕)이다. 이를 두고 공단 안팎에선 '코드 인사' 논란이 일었다. "학연·지연으로 얽힌 감사가 이사장을 제대로 감시·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다.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최근 10여 년간 국민연금공단 감사를 거친 인사들 면면을 보면 노금선(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김경원(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이영우(전 경남은행 부행장), 강연재(전 현대자산운용 대표이사), 조성국(전 우리금융지주 전무) 등 회계·경영·감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런 역대 감사들과 달리 이 감사는 언론인 경력이 대부분이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공모 절차를 거친 지원자 11명 가운데 2명을 복수 추천했고, 기획재정부 제청으로 대통령이 9일자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 한 관계자는 "감사 임명권자가 이사장이 아니라 대통령이어서 따로 설명을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춘구 감사는 전주고와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법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KBS 전주방송총국 기자로 시작해 모스크바 특파원과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 KBS 심의위원, 전북대 산학협력단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신인섭 기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신인섭 기자

"전임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은 전문가라고 했는데 지금 그분들은 어떻게 됐나."
이춘구 감사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본인을 둘러싼 '부적격'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 경력이나 논문을 제대로 보지 않고 이사장과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부적격자'라고 매도하는 건 '인격살인'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널리스트로서 현장 경험과 철학이 있고, 공법학자로서 실제 연구도 하고 논문도 썼다"며 "면접 과정에서도 국민의 대변인으로서 워치도그(watchdog·감시견)와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해법 제공자) 등의 면모를 다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는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는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합뉴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경력만 보면 '국민연금공단 감사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다.  
"내 박사 논문 주제가 '경제민주화'다. 자유와 평등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경제민주화를 접근했다. 국민 생활의 균등한 소득 향상과 복지공동체에 대해 확고한 철학이 있다."
 
-전문성 논란도 있는데.  
"내가 서울에서 복지부 데스크를 7년간 했다. 국민연금공단도 산하 기관이다. 이때 심층 리포트를 하며 기초연금제도 도입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어느 회사든 회계법인에 의해 결산을 한다. 단순히 회계만 살피는 건 구식(舊式) 감사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복지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세 축은 소득 유지와 교육·의료다. 10여 년 전 쪽방촌에서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사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을 취재하면서 '그분들에게 어떻게 용돈을 마련해드릴까' 고민했다. 이게 기초연금제도의 키포인트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언론인으로서 기초연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대안을 제시해 왔다."  
 
이 감사는 "나름 학회에선 '노인 복지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노인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발표했다"고 했다. 그의 박사 논문 주제는 '경제민주화의 공법적 고찰'이다. 지난 정부 초기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공법적 과제'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감사에 응모할 때 김 이사장과 교감 있었나.
"공모 전에 사적으로 만나거나 식사 한 번 해 본 적 없다. (엄밀히 따지면) 난 완주 삼례 사람이다. (김 이사장은 전주 출신이다.) 김 이사장과는 과거 보도국장과 국회의원으로 만난 오피셜(official·공식적)한 사이다."  
 
-고교 동문으로서 이사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나.
"기우다. 특정 대학 선·후배로 깔린 기관에서 후배가 사장이고, 선배가 감사면 그 기관은 감사를 못하나. 당연히 비판적으로 견제할 거다."  
 
-국민연금 감사 역할은 뭔가.
"연기금 액수가 커서 거창한 것처럼 보이지만 업무 자체는 단순하다. 연금 보험료를 잘 거두고 국민들이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게 깊게 배려하는 거다. 또 연기금을 잘 운용해 실제 가치를 높여 국민에게 재분배해 주고, 연금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시스템이다."  
 
-감사로서 본인의 강점을 꼽자면.
"나는 공법학자로서 평생 기사를 판결문 쓰듯이 써 왔다. 소위 중앙과 지방,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 사이의 균형 감각을 갖췄다. KBS 모스크바지국장을 하며 국제적 감각도 익혔다. KBS 심의위원 역할도 방송에 대한 감사다."  
 
이 감사는 "은행원 출신 감사와 기자 및 공법학자 출신 감사가 같겠느냐"면서도 "기본적으로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소득 보장, 기금운용의 수익성·안정성·독립성을 다 고려하고 있다. 전임 감사들의 지혜도 빌리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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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