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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산책] "자본 유출 걱정 NO!…문제는 미 재정적자", 한ㆍ미 기준금리 역전 카운트다운

 16일 한국 국고채 10년 물 금리는 연 2.713%에 장을 마쳤다. 같은 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2.84%를 기록했다. 
 
 엎치락 뒤치락했던 한국과 미국의 시장금리는 역전됐다. 국고채 5년물도 마찬가지다. 한국 국고채 5년 물 금리는 연 2.5%였다. 미국 국고채 5년 물은 연 2.64%였다.
 
 뒤집히는 것은 시장 금리만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 역전도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25~1.50%다. 한국의 기준금리(연 1.50%)와 같다. 
 
파월3

파월3

 시장은 20~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주재하는 첫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카운트다운만 앞둔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10년 7개월 만에 한ㆍ미 정책금리가 역전된다. 
 
 금리 역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자본 유출 우려 때문이다.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인다. 이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 역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Fed는 올해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지난달 내놓은 ‘최근의 미국 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해외투자은행(IB) 16개 중 6곳이 Fed가 올해 4번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올해 1~2회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책 금리 상단은 연 2.25~2.50%에 머물게 된다. 한국의 정책금리는 연 1.75~2.0%가 된다. 
 
 적어도 올해에는 금리 역전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빌미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Fed의 속도에 맞춰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경기 회복세가 완연한 미국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에 아직 온기가 퍼지지 않고 있다. 소비 심리는 회복되지 않았다. 노동시장도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일자리 쇼크’에 정부는 4조원 규모의 청년 일자리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GM 사태와 조선업 구조조정도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태세다. 여기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위험도 고조되고 있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등 지정학적 변수도 불안 요인이다.
 
 그럼에도 금리 역전이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한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이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은 처음은 아니다. 이미 두 차례나 정책금리 역전의 시기를 겪었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추이. 자료: 삼성선물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추이. 자료: 삼성선물

 첫 번째는 금리 역전은 1999년 6월부터 2001년 3월까지 22개월 이어졌다. 앨런 그린스펀이 이끌던 Fed는 99년 5월부터 2000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6.5%까지 끌어올렸다. 닷컴 버블 등으로 시장이 과열된데 따른 조치였다. 
 
 2000년 2월 한국은행이 콜금리(당시 기준금리)를 5.0%로 인상했지만 미국의 뒤를 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둔화 조짐에 Fed는 2001년 1월부터 3월까지 기준금리를 1.5%포인트 끌어내렸다. 한국과 미국 정책금리(상단)가 같아지며 금리 역전은 끝났다.
 
 두 번째 금리 역전은 2005년 8월부터 2007년 9월까지 25개월간 계속됐다. 닷컴 버블이 붕괴하자 Fed는 2003년 기준금리를 1%까지 인하했다. 저금리에 힘입어 경기는 살아났다. 
 
 하지만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과열되자 Fed는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2004년 6월부터 2년간 17회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해 2006년 6월 기준금리는 5.25%에 도달했다. Fed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던 2005년 8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3.50%를 기록하며 양국의 정책금리는 역전됐다. 2007년 9월 Fed가 0.5%포인트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한국의 콜금리(연 5.0%)가 다시 미국보다 높아졌다.
 
 두 차례의 금리 역전기를 살펴보면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었다. 1차 역전기에는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갔고 2차 시기에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지만 전체 자본유출입은 모두 순유입을 기록했다. 
 
 정책금리 역전기에 한국 경제의 상황은 양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차 역전기에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1%대였고 평균 수출 증가율은 20%에 달했다. 2차 역전기에도 경제성장률은 평균 5%대였고, 수출은 평균 1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튼튼해진 기초체력(펀더멘털)도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대를 회복했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높아졌고, 4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등이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전체 회의 직후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데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도 장기 투자자로 이뤄진 만큼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채권 시장에 외국인 투자 자금은 유입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2월 외국인은 채권 시장에 4조9630억원을 투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이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데다 위안화 간접 투자 효과를 노리는 자금도 국내에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긴축으로 방향은 틀고 있지만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높이지 않는 것도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를 줄이는 요인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제 지표 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책) 금리 역전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역전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 흐름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저금리가 고착화하며 미국과의 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모두 이러한 과정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쪽으로 한국은행의 등을 떠밀 요인은 정책 금리 역전보다 오히려 미국 재정적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락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는 만큼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물량 부담이 시장에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재정 적자로 인한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 더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올해 1조 달러 이상의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전년보다 80% 늘어난 규모다. 채권 시장의 큰 손이던 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보유자산 축소에 나서며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결국 채권값 하락(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미국 시장금리가 오르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고, 이는 결국 국내 시중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지난해 가계빚은 지난해 1450조원을 돌파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이 주시하는 것은 정책 금리 역전이 아니라 Fed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라며 “그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와 금리 정책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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