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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vs "장밋빛"…STX조선 구조조정 컨설팅 논란

# 성동조선·STX조선해양 노동자 1500여 명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고강도 자구계획 없다면 법정관리(법원 주도 기업회생절차)'란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주도 컨설팅이 현장은 고려하지 않고 금융 논리로만 이뤄졌다고 비판한다. 
STX조선 관계자는 "컨설팅을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회사가 제시한 32척의 올해 수주 목표에서 20척 정도만 인정했다"며 "보수적으로 계산된 컨설팅 결과를 이행하면 생산직 노동자를 현재 700여명에서 200명 정도로 줄여야 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 진단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했지만, 메스를 잡은 건 산업은행이다. 산은은 현재 인력의 40%를 줄이는 고강도 자구계획을 다음 달 9일까지 제출하라고 STX조선에 강조했다. 또 이번 컨설팅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회사 입장도 동의하지 않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 컨설팅에선 과거 5년(2012~2016년) 동안의 시장 점유율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다"며 "갈수록 점유율이 떨어지는 게 현실인데, 컨설팅이 보수적이긴커녕 너무 낙관적이란 비판이 나올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조선사들의 '건강 진단서'인 컨설팅 보고서가 논란에 섰다. 기업과 노동조합은 "현실과 동떨어진 비관적 가정 탓에 비현실적 처방이 나왔다"고 강력히 반발하는가 하면, 채권은행은 "시장 점유율 유지를 가정한 컨설팅은 낙관적으로 볼 소지도 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조선업 컨설팅, 기업가치평가 작업 생략…과거 측정치 재활용 
지난 1월 3일부터 두 달간 진행된 STX조선 컨설팅에선 최근 재무 상황(2017년 말)을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통상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을 청산시켰을 때 회수할 수 있는 가치(청산가치)와 계속해서 기업을 운영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계속기업가치)를 비교해 결정한다. 채권은행은 실사 결과 기업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면 '생존'을, 그렇지 않으면 계속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하게 되지만 이런 평가 작업이 생략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계속기업가치의 경우 한영회계법인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측정치(3000여억원)를, 청산가치는 2016년 6월 말 기준 측정치(6000여억원)를 업데이트해 재활용할 계획이다.
 
산업부와 산업은행은 최신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하더라도 과거 측정치를 재활용한 측정치와의 오차는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과거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세운 가정은 최근 중견 조선사들이 처한 상황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오차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한영회계법인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할 당시에는 ^경쟁 조선사가 급부상하지 않을 것 ^STX조선의 과거 5년 치 시장 점유율이 유지될 것 ^인건비·철강재 등 원가가 절감될 것 등을 가정하고 계산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법정관리 절차를 거치는 동안 STX조선의 점유율은 과거보다 떨어졌고, 선박용 철강제(후판) 가격도 오르고 있다. 또 중국 조선사의 급부상은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마저 위협하고 있다. 법정관리 전후로 STX조선의 자산 규모가 변하면서 2016년 6월 기준으로 측정한 청산가치도 달라졌을 수 있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생물처럼 변하는 업황과 미래 수익성 등 가정을 다르게 적용하면 기업의 가치도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며 "수개월 전에 찍은 X-레이 사진으로 수술을 할 수 없듯이, 가장 최근 상황을 가정한 실사 결과로 구조조정 안을 짜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산은은 이번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자구계획이 통과되기 전에는 신규 자금은 물론 선수금환급보증(RG) 지원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서도 STX조선은 "현장을 모르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RG란 조선사가 발주처로부터 일종의 계약금(선수금)을 받고 일감을 따낼 때 은행이 서주는 보증이다. 조선사가 공사비가 모자라 주문받은 일감을 만들지 못하면, 은행이 이 선수금을 대신 갚아주게 된다. 발주처 앞장에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조선사에 일감을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조선사 입장에서 은행의 RG 발급은 수주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STX조선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산은의 RG 지원이 끊겼다. 
STX조선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졸업해 재무상태가 좋아졌음에도 산은은 금융 논리만 앞세우고 있다"며 "자구계획은 빨라야 5월 이후에나 통과될 수 있을 텐데, 그땐 이미 회사가 망한 뒤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견 조선사 운명 좌우할 결정이라면 정확한 가치 평가 필수 
전문가들은 기업과 노동조합, 채권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컨설팅 결과가 나오려면, 이번 컨설팅에서도 기업가치 실사 작업을 진행했어야 했다고 강조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중견 조선사의 운명을 좌우할 큰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가장 현실적인 업황과 미래 수익성 등을 근거로 측정한 기업가치를 토대로 자구계획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감찬 산업부 조선해양과장은 "기업가치를 놓고 (이해당사자들이) 끝도 없이 논쟁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이번 컨설팅에선 별도로 평가하진 않았다"며 "과거에 실사한 기업가치 측정치를 최신 기준으로 업데이트한 수치는 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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