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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백화점과 이혼하고도 "나 잘 살고 있어요"

백화점서 철수해 자체 온라인 몰을 통해 판매 중인 빈폴 키즈. [사진 삼성패션]

백화점서 철수해 자체 온라인 몰을 통해 판매 중인 빈폴 키즈. [사진 삼성패션]

 '백화점 입점=브랜드 성공'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오히려 백화점과 결별하고 더 잘 되는 브랜드도 생기고 있다. 온라인몰 등 다양한 형태의 유통업이 성장하면서 백화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빈폴 키즈는 지난 2016년 9월 6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한꺼번에 없앴다. 대부분 백화점 매장이었다. 자체 쇼핑몰 SSF샵과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서만 판매하면서 매출 규모는 줄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나아졌다. 

윤성호 빈폴키즈 팀장은 “2년 전 빈폴 키즈의 온·오프 매출 비중은 각각 20·80%였다”며 “현재 온라인 판매는 당시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가 됐지만, 매출은 온·오프를 겸하던 2년 전의 40~50% 선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결별 이유는 높은 수수료율과 유통 비용 때문이었다. 통상 의류 매장의 백화점 수수료는 매출액의 35~40%다. 그래서 “백화점은 수익을 남기러 들어가는 게 아니라 브랜드 네임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입점한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판매관리비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 백화점 수수료를 떼 ‘가성비’ 실현에 보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전환하자 소비자가를 기존의 70% 수준으로 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 2년 전 10만원 후반의 빈폴 키즈 신학기 책가방은 올해 9만~13만원대로 내렸다. 덕분에 올해 판매량은 6만여 개로 지난해 5만2000개, 2016년 3만8000개에 비해 매년 20%씩 늘었다. 
 
재고도 확 줄었다. 올해 빈폴 키즈의 판매율은 87%로 거의 ‘완판’에 가깝다. 또 신학기 책가방은 90% 판매율을 보였다. 삼성패션은 SSF숍을 통해 O2O서비스와 퀵배송 서비스 등 온라인 마케팅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6년 말 백화점·대리점 위주에서 홀세일(도매)·온라인 채널 우선으로 방향을 튼 휠라코리아는 유통 체질을 개선했다. 여기에 지난해 히트를 한 신발에 힘입어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해 ‘가재 잡고 도랑 치는’ 특수를 누렸다. 
휠라 코트디럭스. [사진 휠라코리아]

휠라 코트디럭스. [사진 휠라코리아]

‘100만 켤레’ 신발로 불리는 휠라 코트디럭스의 성공 요인 중 ‘착한 가격’은 첫손가락에 꼽힌다. 소비자가 6만9000원으로 기존에 출시한 휠라 제품이나 경쟁사의 코트화에 비해 3만~4만원가량 저렴하다. 중국 푸젠(福建)성 소싱센터를 통해 샘플을 직접 제작한 후 OEM(주문자 제작 방식)을 맡긴 제조방식 덕분이다. 사실상 제조 공정을 한 단계 축소한 셈이다. 또 10~20대 소비자를 겨냥한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온라인 매출액이 전년보다 400% 이상 증가했다”며 “SNS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휠라의 유통 채널 다변화는 진화 중이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6일 입점한 롯데 인터넷 면세점에 이어 올 상반기 시내면세점 3곳에 들어간다”며 “한류를 좇는 중국·동남아 여행객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 오리진’ 브랜드를 구매하고 싶어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신라아이파크가 올 상반기 내에 스포츠관을 신설할 예정이며, 휠라·아디다스·나이키·디스커버리 4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이 밖에 롯데·신라면세점도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를 유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LF는 일부 브랜드는 백화점서 철수한 반면 질스튜어트·마에스트로 등 하이엔트 브랜드는 오히려 백화점 비중을 늘렸다. 사진은 LF 마에스트로 시그니처 매장. [사진 LF]

LF는 일부 브랜드는 백화점서 철수한 반면 질스튜어트·마에스트로 등 하이엔트 브랜드는 오히려 백화점 비중을 늘렸다. 사진은 LF 마에스트로 시그니처 매장. [사진 LF]

의류기업 중 온라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LF는 백화점을 놓고 투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다. 지난 2016년 일꼬르소·질바이질스튜어트를 백화점서 빼고 LF몰·모바일 채널로 전환했지만, 질스튜어트·헤지스·마에스트로 등 고가 브랜드는 오히려 백화점 매장 수를 늘렸다. LF 관계자는 “가성비를 따지는 브랜드는 백화점서 나오고 있지만, 하이엔드 브랜드는 백화점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소비의 양극화 추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질스튜어트의 백화점 매장은 2년 전보다 30% 늘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LF의 온라인 매출은 약 3500억원으로 전체(1조5910억원)의 22%를 차지한다. 이 중 오픈마켓과 제휴를 뺀 순수 LF몰의 매출은 약 3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패션의 백화점 탈출은 이젠 대세로 자리 잡은 온라인쇼핑 트렌드의 방증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류 소매판매액 5조3905억원 중 온라인쇼핑은 7796억원으로 14.4%를 차지했다. 지난 2016년 12.7%보다 1.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쇼핑 비중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지난 1월 유통업체별 매출 증감률 중 온라인 쇼핑은 전년 동기보다 21.6% 늘었지만, 오프라인은 9.2%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의 구매 건수는 지난해 1월보다 7.8% 감소했다.  
 
패션업체의 자체 온라인쇼핑몰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경선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사업담당은 “온라인 패션 시장이 커지면서 자체 몰을 구축하려는 업체들이 늘었다”며 “오프마켓과 네이버·카카오 등도 쇼핑채널을 강화하고 있어 자체 몰을 소유한 업체 간 제휴와 경쟁은 더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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