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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놀랄만큼 똑같은 주장

김호정 아트팀 기자

김호정 아트팀 기자

세계적 지휘자‘였던’ 제임스 레바인(74)이 15일(현지시각)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를 고소했다. 계약위반과 명예훼손의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580만 달러(약 62억). 메트의 명예 음악감독인 레바인의 성추행 폭로가 나온 후 석 달을 고심한 메트가 파면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시작된 소송이다.
 
소송 덕분에 본격적으로 공개된 레바인의 입장을 살펴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국의 미투 사건들과 놀랄 만큼 판박이였기 때문이다. 레바인의 주장은 요즘 귀가 닳도록 들어온 논리를 빼닮았다.
 
소장에 따르면 레바인은 결백을 주장하고 피해자를 공격했다. 실명으로 피해를 공개한 첼리스트에 대해 “그가 친근한 내용의 편지를 몇 년에 걸쳐 다수 보내왔다”고 했다. 그 첼리스트가 레바인에게 추행을 당한 것으로 기억하는 1968년 이후에도 편지를 보내왔으니 피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피해자의 진술에서 논리적인 허점을 찾아내는 주장이라면 익숙하다. 레바인의 변호사 엘컨 아브라모비츠는 세계적 미투의 시초랄 수 있는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변호사다.
 
왜 음악인가 3/19

왜 음악인가 3/19

레바인에 대한 폭로는 처음이 아니어서 2016년 경찰이 조사를 했을 정도다. 소문도 물론 무성했다. 메트의 전직 대변인이 2001년 낸 책에는 지휘자의 루머를 처리해야 하는 고충에 대한 대목이 있다. 레바인은 과거 인터뷰에서 “그 소문들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또 어떤 목적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나의 친구와 적 모두가 그 루머를 안다”고 했다. 소문을 들었지만 그러려니 했던 기자·평론가, 음모론을 들고나오는 가해자, 피해자의 진짜 이름이 나와야 믿어주는 대중이 한국에만 있지 않은 건 확실하다.
 
가장 비슷한 것은 피해자들이 놀랄만큼 약했다는 것이다. 학교 오케스트라의 단원이던 17세 소년, 음악 캠프에 참여해 스타 지휘자에게서 무엇이라도 배워보려 하던 10대 학생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수십년동안 피해를 경험했다고 했다. 메트는 “70여명을 대면조사 했고 레바인이 메트에 재직하기 전과 후에 성폭력과 성희롱에 연루됐음을 입증하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레바인이 메트의 음악감독이 된 건 1976년이다. 인종과 지역, 시대와 관계없이 똑같이 작동하는 인간의 악함이 다시 한번 끔찍하다. 
 
김호정 아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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