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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부 스스로 무력화한 국가재정법

하남현 경제부 기자

하남현 경제부 기자

“정부 스스로 국가재정법을 무력화시켰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이유로든 추경을 편성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에 대해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정부는 올해 추경 편성 이유로 ‘심각한 청년 실업’을 꼽았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청년 실업을 방치하면 재앙 수준이 된다”라며 “추경 요건에 부합한다”라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에 대해 세 가지 요건을 규정한다. 첫째,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다. 둘째는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다. 셋째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비상시’에만 쓰라는 뜻이다.
 
이런 법 취지를 볼 때 청년 실업을 이유로 추경을 편성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납득하기 어렵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실업률의 고공 행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본예산을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다.
 
취재일기 3/19

취재일기 3/19

게다가 아직 1분기도 지나지도 않았다. 429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이 제대로 쓰이기도 전이다. 정부가 서둘러 추경 편성 방침을 발표하자 ‘6월 지방선거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정부가 스스로 자초했다.
 
추경은 이미 ‘연례화’됐다. 추경 편성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의 취지는 상실된 지 오래다. 올해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2015년 이후 매년 추경이 편성된다. 시계를 더 넓히면 2008년 이후 추경이 편성되지 않은 해는 2010~2012년과 2014년뿐이다. 이유도 갖가지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따른 소비침체 완화, 구조조정 대응 등이다. 지난해에는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목적으로 추경이 편성됐다.
 
법을 무시하고 추경을 남발하면 나라 곳간이 남아날 수 없다. 게다가 정부는 국회의원이 법안을 낼 때 재원조달 방안을 포함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위한 조치인데, 정부의 무분별한 추경 편성은 이런 취지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추경 같은 일회성 대책 대신 기업 경영 환경 개선과 같은 구조적인 해법을 통해 일자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 두루뭉술한 추경의 법적 요건을 보다 엄격히 정해 추경 남발을 억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
 
하남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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