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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투 운동, 남성의 위드유 함께 해야 성공한다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리셋 코리아 개헌특별분과 위원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리셋 코리아 개헌특별분과 위원

최근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 죽음 뒤에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 게르트루드를 햄릿은 ‘타락한’ 여성으로, 동시에 권력 앞에 연약한 가엾은 여성으로 바라본다. 오늘의 미투(#MeToo) 운동을 보면서 햄릿의 복수는 권력이란 원인 제공자에 대한 징벌을 상징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셰익스피어가 의도했든 안 했든 어머니와 삼촌과의 관계는 성폭력에 의한 결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며 지금은 지구촌 전역에서 여성 인권 운동의 물결로 번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지수가 높다는 스웨덴에서도 수많은 미투 운동이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결단이 미투 운동의 불씨를 지폈다. 이어 최영미 시인의 문단 내 고발이 부각되며 문화예술계의 고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정계·교육계·종교계 등 성역 없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미투 운동은 촛불 이후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미투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범죄에 관한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투 운동의 직접적 계기가 된 성폭력의 양상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 사회의 사례들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 즉 ‘권력형 성폭력’이 대표적이다. 다음에 사회·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나타나는 성폭력 행위를 주시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가 정착될수록 그 사회에서는 목적 달성을 위한 물리적 폭력이 자주 발생하며 이러한 폭력이 묵시적으로 용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폭력은 성폭력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 와중에 주로 힘의 권력관계에서 허약한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가 희생양이 된다. 이러한 사태는 사회공동체의 통합성에 위협을 가져오며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시론 3/19

시론 3/19

마지막으로 가부장제도가 사회구조화되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상·하의 불평등 관계로 만든 가치관에서 비롯된 성폭력 행위들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조직은 남성 중심으로 움직인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 지배적 문화와 사고가 팽배한 사회일수록 성적 피해 사례가 높으며, 그 반대의 사회에서는 강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대등한 지위의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도 성폭력이 쉽게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 동료들,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헌법조차 여성을 보호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는데 이를 당연한 것으로 보는 지도층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는 국가 운영의 틀을 바꾸는 헌법 개정을 앞두고 성평등에 기반을 둔 헌법 개정이 왜 중요한가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결국,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이루는 것만이 남녀 간 폭력적 관계가 아닌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남녀 간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 위에서만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가 가능하다. 미투 운동이 폭로하는 성범죄 사례들은 우리 사회가 그간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민주적 사회였던가를 새삼 보여주고 있다.
 
이제 미투 운동의 성공을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현재 모든 언론이 미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나치게 특정 사례에 집착하기보다 구조적이고 왜곡된 문화에 주안점을 두고 사회적 토론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에 관한 대책을 고민해야 하며 잘못된 가치관과 행위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솔직해야 할 것이다. 성범죄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결코 개인 문제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을 포함한 모든 조직에서 지금부터 일 년 후를 바라보며 남녀 간 소통 문화를 구축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권과 행정부, 특히 대통령은 미투 운동에 관한 지지 선언을 넘어 성평등 사회, 성범죄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아기부터 모든 교육기관에서 양성평등을 이해하고 촉진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올바른 성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을 계기로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의 퇴폐적 위계 문화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잔잔한 혁명의 시초가 되기 바란다. 이것은 여성만의 미투 혹은 위드유로 해결되지 않으며, 진정성 있는 남성들의 위드유(#WithYou)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햄릿적 고민이 현대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리셋 코리아·개헌특별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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