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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움직였다’ 평창 희망 선언

일본, 체코 등을 꺾고 동메달을 딴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대표팀이 18일 시상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 1, 동 2개로 종합 16위에 오른 한국 선수단은 물론 49개국 570명의 참가 선수들은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의 이야기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진영 기자]

일본, 체코 등을 꺾고 동메달을 딴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대표팀이 18일 시상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 1, 동 2개로 종합 16위에 오른 한국 선수단은 물론 49개국 570명의 참가 선수들은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의 이야기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진영 기자]

‘우리가 세상을 움직인다.’
 
전 세계 장애인들의 겨울스포츠 축제,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18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에 참가한 49개국 570명의 선수는 평창·정선의 설원과 강릉의 빙판 위에서 지난 9일부터 열흘간 스포츠를 통한 아름다운 도전을 펼쳤다. 대회 폐회식의 주제 ‘우리가 세상을 움직인다(We move the world)’처럼 열정으로 장애를 극복해낸 선수들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6년 리우패럴림픽 핸드사이클에 이어 평창패럴림픽에서 노르딕스키에 도전한 이도연. [뉴시스]

2016년 리우패럴림픽 핸드사이클에 이어 평창패럴림픽에서 노르딕스키에 도전한 이도연. [뉴시스]

대회 마스코트 반다비 12마리가 관중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면서 폐회식의 막이 올랐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장동신(42), 휠체어컬링 방민자(56) 등 한국 대표선수 6명이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장애·비장애인 어울림합창단 영월동강합창단의 애국가 제창에 이어 김창완밴드의 연주와 명창 이춘희가 부른 아리랑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1988년 서울장애자올림픽(당시 명칭)부터 대회를 빛낸 남녀 선수에게 주어지는 황연대 성취상은 뉴질랜드 알파인스키 선수 애덤 홀(31)과 핀란드 크로스컨트리 선수 시니 피(29)가 받았다. 국내 첫 장애인 여의사 황연대(80) 여사는 6명의 수상자로부터 감사 메달을 전달받았다.
 
도살풀이춤을 추는 무용수가 흰 천을 바닥에 떨어뜨린 뒤 열흘간 환하게 밝혔던 성화의 불꽃은 천천히 꺼졌다. 가수 에일리와 시각장애인 4인조 밴드 배희관밴드가 함께 하는 축하공연이 흥을 끌어올렸다. 3만5000석을 가득 관객들의 박수 속에 선수단은 차기 대회가 열릴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대회 기간 내내 명승부를 펼쳤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캐나다에 져 4위에 오른 한국 휠체어컬링대표팀. [연합뉴스]

대회 기간 내내 명승부를 펼쳤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캐나다에 져 4위에 오른 한국 휠체어컬링대표팀. [연합뉴스]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6위에 오른 한국 선수단은 감동을 연일 선사했다. 한국 겨울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신의현(38·창성건설)은 “장애인이 된 뒤 이런 인생을 살 줄 몰랐다. 노력하다 보니 이런 날이 왔다”며 웃었다. 2006년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었던 그는 휠체어농구, 핸드사이클, 장애인 아이스하키 등을 거쳐 2015년 노르딕스키에 입문했다. 여름엔 롤러 스키를 타고 대관령을 넘었고, 1년간 채식만 하면서 패럴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웠다. 그는 11일 크로스컨트리 15㎞에서 동메달을, 17일 크로스컨트리 7.5㎞에서 금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7개 종목에 출전해 63.3㎞를 달린 그는 “죽다 살아나서 인생의 낭떠러지에도 떨어져 봤다. 늘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달렸다. 도전해서 노력하면 꿈은 이뤄진다”고 말했다.
 
17일 강릉하키센터를 뜨겁게 달군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대표팀은 ‘금메달만큼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등록 선수 110명에 실업팀은 1개뿐인 열악한 환경이지만, ‘썰매 탄 태극전사’들은 똘똘 뭉쳐 일본, 체코를 꺾었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이탈리아를 1-0으로 물리쳐 사상 첫 패럴림픽 동메달을 땄다. 동메달을 딴 뒤, 링크 중앙에 태극기를 놓고 빙 둘러앉아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은 큰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6일 자신을 응원한 가족을 향해 큰 절을 올린 장애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박항승. [연합뉴스]

지난 16일 자신을 응원한 가족을 향해 큰 절을 올린 장애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박항승. [연합뉴스]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평균 나이 50.8세의 휠체어컬링대표팀은 명승부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을 달궜던 ‘팀 킴’ 여자컬링대표팀처럼 휠체어컬링팀(서순석·방민자·정승원·이동하·차재관)은 선수 다섯 명의 성(姓)이 달라 ‘오벤져스(다섯 오+어벤져스의 합성어)’로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 ‘세 딸의 어머니’ 이도연(46)은 리우패럴림픽에서 핸드사이클에 도전한 데 이어, 이번에는 노르딕스키 7개 종목에 나가 모두 완주하며 ‘어머니의 힘’을 보여줬다. 스노보드 상지 장애 부문에 출전한 박항승(31)은 패럴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도록 응원해줬던 부인 권주리(31) 씨가 손수 만들어준 ‘특별한’ 금메달을 받은 뒤, 가족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북한도 2명의 선수를 보내며 최초로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했다.
 
선수들의 열정에 국민도 큰 관심으로 화답했다. 입장권 33만5000여장을 팔아 목표량(22만장) 대비 152%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2010년 밴쿠버(21만장), 2014년 소치(20만장) 대회를 넘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패럴림픽의 TV 중계 편성이 적자 “중계를 늘려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도 쏟아졌다. 한국 선수단 총감독인 정진완 이천훈련원장은 “평창패럴림픽이,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지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가져다줄 전망이다. 장애인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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